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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대한제국 마지막 황손 이구, 건축에 빠지다

2015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정지돈 등 7명 지음
문학동네, 363쪽, 5500원


제목대로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2010년 제정한 젊은작가상 올해의 수상집이다. 지난해 1년 동안 발표된 중·단편 소설 중 등단 10년 이내 작가의 우수작에 주어졌다.

 올해 심사위원진(신경숙·구효서·정영문·황종연 등)은 특히 과감한 선택을 한 것 같다. 대상으로 선정한 정지돈(32)씨의 ‘건축이냐 혁명이냐’가 상당히 실험적이어서다.

 소설은 2005년 사망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손 이구(李玖)에 관한 얘기다. 동시에 ‘이구 아닌 것’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정작 이구의 인생 행로는 조연처럼 소개된다. 대신 소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1960년대 서울 개발사, 훗날 실패로 판명된 50년대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대규모 도시 개발 계획 등 주로 건축과 관련된 잡동사니 정보다.

 왜 하필 건축일까. 이구가 MIT를 졸업하고 나중에 서울대 등에서 강의한 건축가였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 재건축을 위해 허문 서울 새문안교회가 그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불과 10년 전 사망한 인물이고, 왕조의 멸망을 목격한 왕족이라는 비운의 주인공인만큼 그가 건축가였던 사실은 웬만큼 알려져 있을 게다. 그런데도 주인공 이구에게 흥미를 느낀다면 소설의 미끼에 제대로 낚인 것이다. 소설은 남미 사실주의 소설의 장광설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사소한 사실과 사연을 줄줄이 잇대어 놓는다.

 프랑스 영화감독 장 뤼크 고다르가 프랑스 정부 지원을 받아 한국 건축가 김중업에 관한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찍었다거나 한국전쟁 중 미군이 독도를 폭격연습장으로 사용했다는 일화, 60년대 말 서울시장 김현옥의 도시개발 계획인 ‘새서울백지계획’ 등은 소설 속 이야기 더미에서 반짝이는 일부일 뿐이다.

 소설의 메시지는 선명하지 않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모래알 같은 사소한 정보를 건축하듯 쌓아 올려 기존 소설 문법을 흔들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잘 읽히기까지 하니 실험은 다분히 성공적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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