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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이오덕·권정생, 30년 오간 뭉클한 그 편지들

책이 있는 어린이날-5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서점에 들를 계획이 있으신가요.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에서 어린이를 주제로 한 책 세 권을 골라봤습니다. 요즘 어린이책 중에는 엄마나 아빠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습니다. 권선징악을 넘어서는 이야기와 예술성 가득한 그림이 있어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 내가 감동받았다”고 말하는 엄마도 있고요. 박숙경 아동문학평론가는 “성인이 돼도 마음 깊은 곳엔 어린아이가 남아 있다. 동화책이 그 어린아이를 일깨운다”고 말하네요. 이번 어린이날엔 아이와 함께 동화책 한 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이오덕·권정생 지음
양철북
372쪽, 1만3000원


1973년 1월 아동문학가 이오덕(1925∼2003)은 경북 안동시 일직면으로 권정생(1937∼2007)을 찾아갔다. 권씨의 신춘문예 당선작 ‘무명 저고리와 엄마’를 보고나서다. 당시 이오덕은 48세, 권정생은 36세였다. 겨울날 해거름에 권씨가 기거하던 일직교회 문간방서 처음 만난 이들은 그 뒤 30년간 서로를 높이며 경어체 편지를 주고 받았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건강을 염려하고, 약값과 연탄값을 걱정하고, 아동문학을 논하며, 세상을 안타까워하고 더 나아지기를 함께 꿈꿨다. 두 사람의 30년 편지가 처음으로 묶여 나왔다.

“동화 한 편 보내주시면 상경하는 길에 잡지에 싣게 되도록 하겠습니다. 협회 기관지에는 고료가 없기 때문에 신문이나 다른 잡지에 싣도록 하고 싶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작품을 참으로 귀하고 값있는 것으로 아끼고 싶습니다”라며 이오덕은 권씨의 작품을 세상에 알렸다. 권씨는 “선생님을 뵙고부터 2, 3개월마다 한 번씩 찾아 주시는 것으로 사람 사이의 고독만은 해소될 수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삽화가 김효은씨가 이오덕·권정생 두 사람이 툇마루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해 그렸다. [그림 양철북]
이오덕은 1925년 경북 청송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열아홉에 경북 부동공립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해 86년까지 마흔두 해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서른 살에 동시 ‘진달래’로 등단했다. 권정생은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46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의 고향인 일직에 터를 잡고 평생을 지냈다. 스무 살에 결핵에 걸려 홀로 아프게 살았다. 69년 ‘강아지 똥’으로 등단했다. 가난과 외로움, 병마와 싸우던 권정생은 이오덕의 격려 속에 죽을 힘을 다 해 동화를 썼다.

12년 전 이오덕이 세상을 떴을 때 권정생은 이런 추모글을 썼다. “선생님 가신 곳은 어떤 곳인지, 거기서도 산길을 걷고 냇물 돌다리를 건너고, 포플러 나무가 서 있는 먼지 나는 신작로 길을 걸어 걸어 씩씩하게 살아 주셨으면 합니다. 『일하는 아이들』에 나오는 그런 개구쟁이들과 함께 별빛이 반짝이는 하늘 밑 시골집 마당에 둘러앉아 옥수수 까먹으며 얘기 나누시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4년 뒤 권정생도 세상을 등졌다. 지인에게 유언처럼 남긴 메모는 이랬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지금 두 사람, 그곳에서 옥수수 까먹으며 얘기 나누고 있을까. 그들이 떠난 세상은 아직도 험하고 외로워, 두 아동문학가가 건넨 위로와 격려의 힘이 여전히 세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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