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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한국형 부패는 무엇이 문제인가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부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브라질에서 발생한 스캔들 또한 대통령까지 연루됐다. 아직 증거는 없지만,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남편의 재단이 힐러리의 국무장관직을 남용했다는 게 의혹의 대상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이 겪고 있는 부패 스캔들은 경악할 수준이다. 다양한 기구와 조직이 연관됐다. 아마도 지금의 여야 모두가 관련됐다. 정당뿐만 아니라 공기업, 학계까지 연루됐다. (최근에 사임한 한 정치인은 그의 친구들을 위해 대학 교수직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뿌리는 무엇일까.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부패는 항상 양방향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검은돈을 주는 쪽과 받는 쪽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돈을 받은 정치인들만을 지나치게 주목했지만, 민간 부문의 부패라는 더 넓은 관점에서 한국의 부패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정치 부문의 부패 문제는 규제가 너무 적은 게 아니라 너무 많은 게 원인이 되고 있다. 일련의 제약들이 각종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자금 모금을 제약한다. 호주국립대(ANU)의 유종성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선거법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제약이 많다. 선거 기간이 너무 짧아 후보들은 단기간에 선거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과 정반대의 극단적인 길을 갔다. 합법적인 선거자금의 길이 너무 넓어져 정치 모금이 정치 과정을 왜곡하고 있다. 한국의 선거법은 정반대의 극단으로 치달았다.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는 재임자에게 유리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당과 무관하게 불법 선거자금 모금의 유혹이 너무 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완종 리스트’로 박근혜 행정부는 정치 부패를 신뢰성 있게 조사할 수 있는 능력에 손상을 입었다. 게다가 과거의 대통령 사면을 둘러싼 부패를 조사하게 만듦으로써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고무하는 게 아니라 방해하고 있는 느낌이다. 정당 지도자들은 같은 정치인들을 제거하는 가식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장기적인 개혁을 고려할 때다. 개혁에는 양당이 진지하게 검토하는 특검과 선거법 개정이 포함된다.

 별다른 감독 없이 정부에서 민간 기업으로 흘러간 막대한 돈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은 거래의 대가로 정치인들이 받은 돈이 ‘겨우’ 수억원 수준이라면, 경남기업 등 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는 수십억, 수백억원이다. 손해를 보는 것은 한국의 납세자와 주주들이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모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성완종은 횡령과 불법 자금 제공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로부터 두 차례나 사면을 받았다. 하지만 그게 이야기의 끝이 아니었다. 경남기업은 과거의 얼룩진 행적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자원 외교의 수혜자가 됐다. 시장의 힘과 기업의 손익계산에 맡겨야 할 자원 개발을 위해 정부가 끼어든 것이다. 쉽게 얻은 돈으로 경남기업과 공기업은 의심스러운 곳에 투자했다. 한국의 납세자들이 애초에 경남기업 같은 회사의 사업 자금을 대야 할 이유는 뭘까.

 우리는 한국 정치사의 큰 그림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두환·노태우 시대의 천문학적인 비자금 스캔들 이래 한국은 부패 청산에 많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2002년 선거 전후에 말이다. 한국은 먼 길을 걸어온 것이다.

 하지만 부패 문제를 감시하는 국제적인 기관들의 발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자료를 통해 한국을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된다. 예컨대 한국의 전체적인 부패 정도는 대략 대만과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와 관련된 지수들을 살펴보면 한국이 두드러지게 뒤떨어졌다. 기업의 부패와 관련된 한국의 순위는 아시아 지역에서 의외라고 할 정도로 낮다. 예를 들면 최근 몇 년간의 세계 경쟁력(World Competitiveness) 보고서를 살펴보면, 일본과 싱가포르의 기업인 응답자 중에서 ‘부패가 우리나라에서 사업하는 데 가장 큰 문제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1% 이하였다. 대만은 1%를 약간 넘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5%를 넘었다. 대만보다 5배, 싱가포르보다 25배였던 것이다.

 만약 부패 스캔들에 대한 조사가 공공 부문에 국한된다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모나 사적 금융 거래(self-dealing), 민간 부문에 대한 느슨한 감독의 실상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이것들은 세월호 비극의 원인들이다. 한국의 여야 모두 이번 스캔들을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공공 부문에서건 민간 부문에서건 부정한 거래가 한국에서 사라지기를 희망한다면, 이번 ‘성완종 사태’는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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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