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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으로 가는 길, 그 두 번째

[뉴스위크] 힐러리 클린턴은 높은 인지도와 풍부한 경험 등 많은 이점 가졌지만 신선한 얼굴이 아니라는 약점도 있어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6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4월 12일 선거캠프 홈페이지 ‘뉴캠페인’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2분 19초짜리 인터넷 동영상에서 클린턴은 중산층의 평범한 미국인이 원하는 ‘챔피언’이 되고 싶다는 말로 출사표를 던졌다.

공부 잘하는 소녀, 정치의 중요성에 눈뜬 젊은 법조인, 주지사 부인과 대통령 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 그리고 두 번째 대선 도전. 지금까지 힐러리 클린턴이 걸어온 길이다.

클린턴은 유리한 점이 많지만 불행하게도 그 대부분은 내재적으로 불리한 측면을 갖고 있다. 우선 민주당에서 경쟁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토론 기술을 연마할 기회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이 확실시된다는 ‘힐러리 대세론’은 경선에서 대승을 거두지 못하면 공화당 후보과 본선을 치를 때 허약한 후보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 아래 국무장관을 지냈다는 사실은 오바마 지지 세력의 도움을 받는 데 유리하지만 대신 오바마의 정책 대부분에 반대해온 백인 남성 유권자층의 지지를 얻는 덴 불리하게 작용한다.

사실 그런 점은 구조적인 문제일 뿐이다. 클린턴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뉴햄프셔대학의 단테 스칼라 정치학 교수는 “클린턴 유산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게 장점도 되고 약점도 된다. 분명히 앞으로 ‘클린턴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클린턴에게 도움이 되는 모든 점은 그 자체로서 부담이 된다는 뜻이다.

우선 클린턴은 인지도를 높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대중은 이미 그의 개인 이력을 훤히 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자신을 싫어하는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기가 어렵다. 또 신선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줄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어쩌면 클린턴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백인 남성이 아닌 첫 미국 대통령이 될 순 없다. 이미 버락 오바마가 그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바마처럼 이전과 다른 백악관 주인이 역사를 만들리라는 기대에서 국민이 분출하는 에너지와 열정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거액의 선거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능력은 분명히 클린턴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런 점은 민주당 진보파(그들은 엘리자베스 워런을 대선 후보로 선호한다)에게 클린턴이 월스트리트와 밀착돼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것이다.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 아래서 국무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외교 정책 분야에서 어떤 다른 후보보다 노련하다. 공화당 후보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글로벌 정세에 관한 클린턴의 이해를 따라잡긴 어려울 듯하다. 또 클린턴은 외국 지도자들과 친분도 두텁다. 하지만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미국 외교정책이 불러온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러시아의 공격성과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부상 등 모든 문제가 과거 정책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문제에 클린턴이 답하기는 힘들다. 국무장관의 업무 대부분은 기밀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턴이 국가기밀을 이유로 예를 들어 벵가지 사건에 관한 질문을 회피한다면 클린턴에게서 진실을 듣기 힘들다는 인상이 굳어질 것이다. 최근의 이메일 스캔들도 그런 방향의 공격에 취약하다.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인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무장반군이 벵가지 미 영사관을 공격한 사건은 그에게 가장 큰 오점으로 남아있다. 당시 공격으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슨 대사 등 4명의 미국인이 사망했고 공화당은 이 사건을 클린턴의 무능과 은폐 시도로 몰고가려 한다. 또 국무장관으로 재임하던 4년 동안 클린턴은 공무에 정부 이메일 계정 대신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으며, 개인 이메일을 국무부 서버에 저장하지 않아 연방기록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오랫동안 공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클린턴은 끊임없이 검증을 당해왔다. 유력 매체 기자들은 다른 후보가 1996년에 무엇을 했는지는 잘 몰라도 클린턴의 행적은 전부 다 안다. 지금까지 나온 클린턴의 부정적인 이야기는 거의 전부 완전히 해명되지 않았다. 이메일 스캔들이 보여주듯이 새로운 이슈가 불거지면 클린턴의 이전 행적이 전부 돌이켜진다. 클린턴이 결코 떨칠 수 없는 ‘좀비’ 스캔들이다.

선거운동에서 클린턴의 최대 자산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빌 클린턴은 미국에서 인기가 아주 높다. 최근 NBC-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조사에서 그의 지지도는 56%였다. 아내 힐러리 클린턴의 44%, 조지 W 부시의 35%, 버락 오바마의 44%보다 높다. 빌 클린턴은 선거운동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복잡한 정책이나 경제 문제를 쉽게 풀이하는 명연설가로서도 이름을 날렸다(“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또 현대 대통령사에서 가장 영리한 정치 분석가 중 한 명이다. 그의 통찰력이면 어떤 후보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빌 클린턴은 섹스스캔들 등 자제력 없는 인물로도 유명하다(예를 들어 2008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오랜 지지층이던 흑인 유권자들이 빌 클린턴 때문에 등을 돌리면서 오바마에게 패했다). 그처럼 빌 클린턴의 사생활에 관한 우려는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가족 자선단체인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가 외국 정부의 헌금을 받아 앞으로 힐러리 클린턴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빌 클린턴은 최근 타운 앤드 컨트리 잡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내의 막후 고문(backstage adviser) 역할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경우 그의 뛰어난 능력을 낭비하는 셈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연설에 능한 빌 클린턴이 전면에 나서서 지원 유세를 하면 딱딱한 연설 스타일로 알려진 힐러리 클린턴이 그에게 가려 빛을 못 볼 수 있다. 또 남편이 나서 아내를 항변하는 게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좋든 싫든 유권자를 설득하는 일은 힐러리 클린턴 자신의 몫이다.

글=진저 깁슨 아이비타임스 기자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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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