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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개 대학 7명씩 불러 면접 … 총장 "B 아래면 돌아오지 마"

28일 오전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 평가위원들과의 면접을 마친 대학 교수·직원들이 소지품을 되찾고 있다. 교육부는 면접 중 스마트폰·필기구 등의 휴대를 금지했다. [노진호 기자]


전국 163개 대학 관계자들의 면접을 위해 마련한 대기실. [노진호 기자]
28일 오전 7시30분 강원도 원주시의 한 골프리조트. 골프백을 실은 전동카트가 오가는 클럽하우스 앞에 정장을 입은 수십 명이 모여들었다. 계단 옆에서 ‘1차 대기 장소’라는 안내문을 확인한 이들은 하나둘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이곳엔 ‘건국대’ ‘대구한의대’ ‘배재대’ 등 각 학교명을 적은 종이가 달린 의자 100여 개가 놓여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교수·직원을 위한 대기실이었다.

교육부, 골프리조트서 단체 면접
금속탐지기 동원, 스마트폰 등 압수
평가 등급 낮으면 정원·지원금 감축
교수들 “생사 걸려 … 고사장 온 느낌”
“대학 스스로 활로 찾게 해야” 여론



 교육부가 전국 4년제 163개 대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대학구조개혁 면접평가가 이날 시작됐다. 평가는 대학 정원을 감축하는 데 쓰인다. 교육부가 모든 대학을 5개 등급(A~E)으로 나눠 정원을 줄이는 건 물론이고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엔 지원금도 주지 않는다. 이날 면접 대학만 총 50여 곳. 서울대는 29일 면접을 본다. 사실상 국내 모든 대학이 교육부의 호출을 받아 사흘간 생존을 위한 입시를 치르는 셈이다.



 지방 A대 김모 교수는 면접장 앞에서 “대입 고사장에 들어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선정한 평가위원이 면접하는 곳엔 한 대학에서 7명만 입장할 수 있다. 총장은 출입금지다. 면접장 입구에선 청원경찰과 보안직원 10여 명이 스마트폰·녹음기·필기구 등을 걷은 뒤 금속탐지기로 몸을 검사했다.



 오전 11시쯤 면접을 마친 이들이 건물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던 동료 교직원들이 “어떻게 됐어요”라며 상황을 물었다.



 “준비했던 예상 문답에서 다 나왔어요.” “우리 학교 약점을 다 알고 있던데요.” 이들의 말 한마디에 희비가 엇갈렸다.



 면접을 기다리던 B대 박모 팀장의 스마트폰에서 문자메시지 도착 알림이 울렸다. “B 밑으로 받으면 (학교로) 돌아오지 마.” 이 대학 총장이 보낸 메시지였다.



 면접장 위층 로비 식당가에선 다른 교수들이 모여 앉아 “대학에서 내세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뭔가”라고 묻자 “입학에서 졸업까지 학습 단계별 관리를 해줍니다”고 답하는 등 실전 연습도 벌어졌다.



 또한 충남·경북·전북 지역 대학 5곳은 전날부터 이 리조트에 머물며 면접을 준비했다. C대학 교수들은 전날 오후 11시까지 객실에 모여 준비한 예상 문답을 주고받았다. 이 대학 박모 교수는 “본분인 연구나 교육은 집어치우고 서류 작업과 면접 대비에 거의 반년 이상을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가 아닌 직원들도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1월부터 20여 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운영된 D대의 이모 팀장은 “지난해 말 평가편람을 밝힌 뒤에도 지표가 두 번 더 변경됐다. 1년 전부터 예고한 평가인데 왜 자꾸 변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대학 관계자도 “ ‘규격을 벗어나면 받지 않겠다’는 지침에 폰트 크기, 줄 간격에 맞춰 몇 번 고쳐 썼다”며 “교육부란 ‘수퍼 갑(甲)’ 앞에서 대학은 ‘을(乙)’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



 교육부의 ‘갑질’은 면접 준비과정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교육부 관료가 평가를 대행하는 한국교육개발원을 통해 보낸 e메일엔 ‘정해진 분량을 넘기면 감점한다’ ‘흑백으로 인쇄하라’는 지침이 적혀 있었다. 서류 제출 마감 나흘 전이었다. F대학 관계자는 “컬러 인쇄된 거 빼고 다시 제본하느라 북새통을 벌였다”고 말했다.



 대학의 불만은 이날 극에 달했다. 중부권의 한 지방 대 기획처장은 “대학마다 교육·연구·국제화 등 강점이 다르고 설립 목적도 다른데 어떻게 단일한 잣대로 평가를 하느냐”며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라고 혀를 찼다.



 고려대 김문조(사회학) 명예교수는 “대학의 구조개혁은 꼭 필요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 일괄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따르게 한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정부가 각 대학을 옥죄는 대신 스스로 활로를 찾아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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