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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백일장] 4월 당선작



이달의 심사평

뭐라 말할 수 없는 아득함
비애와 추억 끝없이 변주



이달의 장원으로 엄정화의 ‘서시’를 뽑는다. 서시는 한 시인의 자전적 시론을 보여주는 특징을 가진다. 이 작품은 청소년기를 지나 현재에 이르는, 그러나 딱히 뭐라 말할 수 없는 아득함을 노래한다. 구름의 길에서 마음의 빛을 보았고 어깨 위에 솟은 은행나무 속으로 떨어지는 밤을 만난다. 그 아득함은 주소불명의 지난날, 서울 도심의 골목길, 낮에서 밤으로 의문부호를 남기며 끝없이 변주된다. 뭐라 적시하지 않았지만 모호함 속에서 비애, 추억 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첫수 초중장의 시작이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지적되었지만 둘째수의 매듭이 안정적이어서 장원의 영예를 안았다.



차상으로 양옥선의 ‘봄 레시피’를 선한다. 봄을 맞는 화자의 일상이 잘 드러난다. 마음의 난장 같은 텃밭에서 갓 따온 채소들을 버무려 끓여내는 된장국 냄새가 구수하게 다가온다. 아쉬운 것은 음식 ‘게미’가 좀 덜하다는 점이다. 결핍이든 충만함이든 조금은 더 맛깔나게 하는 양념이 첨가되었으면 훨씬 시적 완성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차하는 이형남의 ‘꽃’이다. 힘겨운 깔딱 고개를 넘지 못하면 명창이 되지 못한다. 아니리는 한 대목에서 다른 대목으로 넘어가기 전, 자유리듬으로 사설을 엮어나가는 소리행위다. 그 아니리의 자유자재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단수 속에 녹여내고자 하는 열망이 선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도 이누리·윤가람·이정란·안창섭의 작품도 끝까지 고심하게 했다.



4월 응모 작품들은 왠지 지쳐 보인다. 시조를 향한 열정과 오롯한 가작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아쉽다. 복잡한 우리 시대의 얘기를 정형율격에 담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법칙과 규율로 통제되지 않는 것이 있던가. 그 제약 속에서 자유를 얻어 가는 것이 시조의 묘미다. 무릎을 치는 한 수를 기다린다. 응모한 모든 분의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 이달균·박명숙(대표집필 이달균)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 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





시는 어떤 식으로든 시인의 정신을 표출한다. 시를 읽으면 시인이 그려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민병도 시조의 특징은 정법에 충실하기도 하지만 더욱 빛나는 것은 깊은 곳에서 뽑아 올리는 잘 숙성된 시적 서정과 어느 한곳 걸림이 없는 세련된 운율의 미감이다. 여기에 시인의 정신세계까지 배어나는데, 그중 한 축이 시련과 상실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들풀’이다.



초장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강하게 환기시킨다. 숱한 외침에도 좌절하거나 쓰러지지 않는 우리 한민족. 어쩌면 시인 스스로도 이러한 정신을 삶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왔다고 할 수 있다. 중장은 시련에 대한 대응의식 표출이다. ‘낫을 향기로 감싸는’ 강렬한 이미지만큼이나 자신의 내면 성찰을 통한 숭고한 ‘향기’ 의식으로의 승화는 놀랍다. ‘어쩌자고’의 역설은 이 시를 한없이 깊고 넓게 만든다. 종장에 이르면 그 역사의 주인공은 작고 여린 존재인 민중들임을 자각시킨다.



이 시의 메시지는 내용 그대로 민병도 시조의 특성, 즉 부드러움 가운데 강한 정신을 표출하는 작품세계와도 일치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권갑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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