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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타짜』『식객』 … 만화인생 40년 다 보여드려야죠

자신이 탄생시킨 캐릭터 이강토(『태양을 향해 달려라』·왼쪽)와 변태섭(『미스터큐』)이 그려진 휘장 앞에 선만화가 허영만씨. “당분간 『커피 한잔 할까요?』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어, 이거 내 영업기밀인데, 누가 여기에 붙여놨어?”



 전시장을 안내하던 만화가 허영만(68)씨가 진짜 놀란 듯 외친다. 자신의 40년 만화 인생을 돌아보는 전시 ‘허영만전(展)-창작의 비밀’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다. 전시장 한쪽 벽에 글씨가 빽빽이 적힌 메모장이 붙어 있다. “야구선수로 촉망받던 아이가 형의 자전거 뒤에 탔다가 차와 부딪혀 다리가 잘려나가…” “왕년의 복싱챔피언, 위대한 애꾸눈이. 구두를 닦고 있는데 프로모터가 찾아와 말을 거는데….” 만화의 아이디어를 적은 메모장이다. “새로운 소재가 생각나면 즉시 메모한다. 다음 작품을 위한 총알 생산이다. 전쟁에 나가도 총알이 많은 사람이 이기니까”라고 말했던 그다. 그러니 이 메모들은 그의 ‘총알’이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1974년작 『각시탈』 초판본 원화.
 29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전시는 만화가 허영만에게도, 한국 만화계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인 예술의전당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한국 만화가 초대전이라는 점에서다. 예술의전당은 그간 ‘지브리 원화전’이나 ‘픽사 20주년전’ 등 만화·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전시를 몇 차례 했지만, 국내 만화가에게 공간을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 작가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작년 가을 예술의전당 전시가 결정됐을 때 우선 놀랐고 큰 책임감을 느꼈다. 내 전시가 성공해야 다른 만화가 후배들도 계속 이곳에서 전시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정성을 기울였다. 40년간 그가 그린 작품 타이틀은 무려 215개. 그 중 첫 번째 히트작인 『각시탈』을 비롯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날아라 슈퍼보드』, 영화로 제작된 『비트』와 『타짜』,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만화 『식객』, 그리고 현재 중앙일보에 연재중인 『커피 한잔 할까요?』까지 대표작들을 총망라했다. 그가 보관하고 있던 15만 장의 원화와 5000장의 드로잉 중 500여 점을 선별해 전시장을 꾸몄다. 200호 대형 캔버스에 만화 주인공의 모습이 담겼고, 명대사가 적힌 휘장이 전시장 곳곳에 걸렸다. ‘식객’ 코너에서는 만화 속 대표 음식의 조리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문하생으로 2년간 일했던 『미생』의 윤태호 작가와 함께하는 사제전 공간도 마련됐다.



 전시를 기획한 정형탁 큐레이터는 “단순히 허영만의 히트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허영만의 만화 도구, 소장품, 화실 벽에 걸린 쪽지까지 완전히 공개해 그가 어떻게 한국의 대표적인 콘텐트 크리에이터로 입지를 굳히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의 상당 부분은 메모광이자 수집광인 허 작가의 친필 메모와 데생으로 채워졌다. “늘 2인자였다”고 말하던 그가 어떻게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로 우뚝 서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물들이다.







 “오래 살아남은 비결이라면 근면이죠. 왜 그렇게 비장하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스스로를 가만히 두지 않는 성격이라서.” 전시장 한쪽에는 ‘필자가 상상한 필자의 최후모습’이라는 제목의 만화 일기가 붙어 있다. 책상 위로 쓰러진 만화가의 모습과 함께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허영만 선생이 작업도중 숨졌다. 향년 107세. (…) 만화의, 만화를 위한, 만화에 의한 인생이었다.” 전시는 7월 19일까지. 성인 1만2000원, 어린이 8000원. 02-580-1300.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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