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취재일기] 장애인 휠체어 배터리 빼기 훈련하는 경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조혜경
사회부문 기자
“저거 다섯 명이면 들어낼 수 있잖아? 뭣들 하고 있는 거야?”



 ‘장애인의 날’인 지난 20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인 차별 철폐’ 집회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도로에서 항의하던 장애인 인권운동가 문애린(35·여·뇌병변장애 1급)씨에게 한 경찰관이 이렇게 말했다. 당시 현장에선 지난해 말 인천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 의문사한 고(故) 이재진씨의 장례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경찰은 도로변에 운구차가 정차하려 하자 통행에 방해가 된다며 이를 막았다. 문씨는 도로로 나와 정차할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경찰에 요구하던 중이었다.



 경찰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의경은 문씨를 에워싼 뒤 손잡이 부분을 잡고 휠체어를 강제로 옮기려고 했다. 경찰이 휠체어에 손대는 걸 막기 위해 팔을 내젓던 문씨는 곧 중심을 잃고 휠체어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경찰은 문씨를 번쩍 들어 10m가량 떨어진 인도 바닥에 내려놓았다. 문씨가 몇 번이나 “휠체어에 다시 올려놔요! 휠체어 돌려줘요!”라고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던 문씨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휠체어를 함부로 옮기려고 하고…나를 번쩍 들어 원하지도 않는 곳에 내려놓으면서 단 한 번도 동의를 구하지 않았어요. 내 다리와 다름없는 휠체어를 한참 뒤에야 돌려줘 화장실도 가지 못했어요.”



 경찰의 ‘휠체어 손대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 장애인 활동가가 탄 전동 휠체어의 레버를 강제로 조작해 수동 모드로 전환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용인시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장애인의 휠체어 배터리를 빼 오도 가도 못하게 했다. 장애인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의 과잉 진압과 차별 발언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의 집회 대응 훈련에 ‘휠체어 강제 수동 전환’ ‘휠체어 배터리 빼는 법’ 등이 편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도로변으로 나오는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본인 의사에 반하는 조작은 일절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집회 상황을 보면 이 원칙이 과연 현장에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동할 권리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다. 경찰의 휠체어 강제 조작은 장애인들에게 손발을 묶는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공공질서 유지나 교통사고 방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찰이 휠체어 임의 조작을 삼가야 하는 이유다. 또 불가피할 때에는 미리 당사자에게 사유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경찰의 각성을 촉구한다.



조혜경 사회부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