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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동대문 DDP를 창조의 오아시스로 만들자

간호섭
홍익대 교수·패션디자이너
나라마다 랜드마크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여행자들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표식을 해놓는 것을 뜻하지만 지역을 상징하는 건물이나 조형물을 총칭하는 의미가 되었다. 필자는 사진이나 영화 속에서 봤던 랜드마크를 찾아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꿈꾸었던 환상이 깨진 적도 있다. 반면 어떤 때는 상상보다 훨씬 큰 감동을 받기도 한다.



 랜드마크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궁이나 우리나라 서울의 경복궁처럼 옛날 최고 권력자가 살던 통치의 공간인 경우도 있고,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처럼 인간문명 발달의 증거물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랜드마크가 휙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 정도에 그친다면 무슨 감흥과 추억을 남길 수 있을까. 에펠탑이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전망대에 올라 그 풍경을 즐기는 시간보다 줄 서서 기다린 시간의 짜증만이 더 기억에 남는다면 진정한 랜드마크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진다.



 산업화되고 거대화되는 도시는 찍어내면 똑같은 모양으로 나오는 풀빵처럼 특유의 표정이 없어진 지 오래다. 실용주의와 기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늘 편하고 튼튼한 것들로만 꽉 차 있다. 그럴수록 인간적 감성, 새로운 창의성을 수반하는 문화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뉴욕·런던·파리 등 일찍이 산업화를 경험한 도시들은 창조의 원천인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뮤직홀 같은 문화시설을 도시 곳곳에 심어놓았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과거의 유산들을 이용하거나 낡은 산업시설을 개조해 새로 건축하는 등 그 형태는 더욱 다양해졌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과거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21세기 문화창조의 산실로 만들어냈다. 이곳에서 세계 현대미술을 이끌어가는 데이미언 허스트, 마크 퀸 등의 아티스트를 배출해낼 수 있었 다. 또 중국 베이징의 798예술지구 역시 버려진 공장지대를 활력 있는 창작의 공간으로 탈바꿈해 중국 현대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는 발전소나 공장이 랜드마크가 되기는 어렵다. 똑같은 논리로 발전소나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것들이 대표적인 문화도 될 수 없다. 이제는 기존의 것을 만드는(make)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create)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과거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세워진 지 1년이 됐다. 그동안 8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갔다고 한다. 동대문운동장이 ‘체력은 국력’인 시대의 산물이었다면 DDP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의 산물이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와 첨단 건축기술이 합작한 부정형의 예술적 곡선은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신선한 감동을 준다. 예술과 기술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생활 속에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역사의 흔적에서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정도에 그친다면 21세기 문화의 시대에선 랜드마크가 될 수 없다. 사람들이 늘 붐벼야 하고, 감동을 받고 돌아가 다시 찾고 싶게 만들어야 진정한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DDP는 사람들이 미래를 꿈꾸고(Dream), 삶을 디자인(Design)하고, 즐기는(Play) 공간이 돼야 한다. DDP가 기획했던 ‘간송문화전’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꿈의 작업이었고, 서울패션위크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다자인하는 작업이었다. 오픈된 공간을 미로처럼 헤매고 둘러보는 체험은 시민들에게 문화 놀이터를 제공했다. 특히 서울패션위크는 그간 전쟁기념관이나 IFC몰 등에서 열리다가 DDP 개관 후부터는 이곳에서 고정적으로 열린다.



 독특한 외형으로 건축적 랜드마크로서의 기대감을 심어준 DDP가 이제 패션디자이너는 물론 누구나 패션을 즐기는 축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건축과 패션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 덧입혀질 콘텐트들은 DDP와 동대문 일대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선사할 것이다.



 DDP가 패션·디자인 등 창조적 문화의 산실로 발돋움해야 ‘해괴한 우주선’이니 ‘돈 먹는 하마’니 하는 시비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고층빌딩이 주위를 둘러싼 삭막함 속에서 DDP가 모든 시민에게 ‘창조의 오아시스’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선 새롭고 창의적인 것에 목마른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콘텐트들을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팍팍한 도심 속에서 휴식을 원하는 시민들에게는 문화적 안식을 줘야 한다. 더 나아가 소외계층도 그 품에 안을 수 있어야 한다. 주변의 동대문 패션타운, 평화시장 상인들과 같이 어우러질 때 DDP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창조의 작업들이 DDP 안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한다. 사막의 오아시스가 그 원천인 물이 마르지 않듯이, DDP 역시 끊임없이 창조를 주도할 때 진정한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간호섭 홍익대 교수·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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