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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 메시지, 억장 무너진 민심 달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퇴를 비롯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악화된 건강 때문에 4·29 재·보선 이후에나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대국민 메시지를 앞당겨 발표함으로써 사태를 조기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해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해 혐의가 드러나면 최측근이라도 읍참마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점도 긍정적이다.



 이번 사건을 한국 정치가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강도 높은 정치개혁을 다짐한 것도 원론적으론 옳은 얘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치권과 비리 기업인의 추악한 공생 관계와 거기에 연루된 권력 실세들의 발뺌·거짓말에 억장이 무너진 민심을 달래기엔 크게 미흡하다.



  홍보수석을 통해 ‘대독’ 형식으로 발표된 메시지에서 ‘유감’은 444개 단어 중 단 한 번 나왔다. 그나마 이 총리 사퇴에 국한된 표현일 뿐이었다.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 3명 등 박 대통령 최측근 여러 명이 연루된, 이번 사태의 핵심인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선 명확한 사과 없이 넘어갔다.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포괄적 사과를 할 순 없다는 뜻인 모양이다. 그러나 리스트에 거명된 인사 중 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원 수수 의혹은 사실과 근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 “독일행 여비 전액을 독일 측에서 지원 받았다”던 주장이 잇따라 거짓말로 확인돼 10만 달러 수수 의혹이 증폭된 상태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최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정치권 일반의 문제인 양 넘어간 건 유감이다. 국민은 물론 여당 지도부의 인식과도 괴리가 큰 유체 이탈 화법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두 차례 취해진 ‘성완종 특별사면’ 의혹은 강도 높게 거론했다. ‘법치 훼손’ ‘있어선 안 될 일이 일어난 계기’라는 표현을 동원해 비판하면서 진실 규명을 다짐했다. 그러나 연루 인사들의 이름과 돈 액수가 적시된 성완종 리스트와 달리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은 관련자들 사이에 돈이 오간 증거가 없는 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근거도, 방법도 없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혹시라도 4·29 재·보선을 앞두고 검찰의 수사 물꼬를 특별사면으로 돌려 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희석시키려는 물타기 전략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은 국정의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다. 아무리 나 홀로 떳떳해도 총리가 사퇴할 정도로 측근들이 파문을 일으켰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땅히 보다 직접적으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했다. 박 대통령은 메시지 말미에 공무원연금개혁을 반드시 관철시켜 달라고 호소했지만 겸허한 자기 반성 없이 개혁의 동력이 살아날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건 분명한 대국민 사과와 “필요하면 나까지 조사하라”는 엄정한 수사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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