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야기가 있는 음식] 소설 『상실의 시대』와 집밥

미도리가 차려낸 집밥을 더 플라자 일식당 무라사키의 이선호 조리장이 재연했다. 이 조리장은 미도리가 한 대로 약하게 간을 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일본 관서지방의 가정식 스타일로 요리했다. [김경록 기자]




요리하는 작가 하루키가 그린 일본 집밥
관서는 밋밋한 간, 관동은 진간장 많이
반찬은 주로 생선·채소·콩으로 소박하게

江南通新이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연재합니다.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요리와 이 요리의 역사, 얽힌 이야기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의 집밥입니다.



“점심 같이 먹지 않을래요? 내가 지어 줄게요.” 소설 『상실의 시대』에서 미도리가 평소 마음에 두었던 와타나베를 집으로 초대할 때 한 말입니다. 함께 밥을 먹으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알아갑니다. 밥은 함께 먹는 사람을 더욱 가깝게 만듭니다. 직접 지은 따뜻한 밥과 정갈한 반찬이 놓인 밥상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책에서는 …



소설 『상실의 시대』 중에서



그녀는 잽싸고 날렵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한꺼번에 네 가지 정도의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이쪽에서 끓는 것의 맛을 보는가 하면, 뭔가를 도마 위에서 재빨리 썰고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어 담아 놓는가 하면, 다 사용한 냄비를 물에다 깨끗이 씻기도 했다. 뒤에서 보는 그녀의 그 모습은 마치 인도의 타악기 연주자를 연상케 했다. 저쪽 종을 울리는가 하면 이쪽 판자를 두드리고, 그리곤 물소 뼈를 두드리기도 하는 그런 식이었다. 하나하나의 동작이 민첩하고 낭비가 없었으며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나는 감탄하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좀 도울 일이 없을까?” 하고 나는 말을 걸어 보았다.

“아니에요, 나 혼자하는데 익숙하니까요” 하고 그녀는 말하면서 살짝 이쪽을 보고 웃었다.

(중략)

“그렇게 근사한 식사를 만들 것까지는 없는데?”

“전혀 근사하지 않아요.” 하고 그녀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꾸했다. “어제는 바빠서 시장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냉장고에 있는 걸 이것저것 모아서 만들었을 뿐인 걸요. 그러니 전혀 신경 쓸 것 없어요. 정말. 그리고 손님 접대하기 좋아하는 건 우리 집 가풍이에요. 우리 가족은 말이죠, 어떻게 된 셈인지 손님 접대를 무척 좋아해요. 근본적으로. 어째 좀 병적인 것 같아요. 별로 남달리 친절한 가정이랄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인망이 높은 것도 아니면서요. 어쨌든 손님만 왔다 하면 모든 일을 제쳐 놓고 접대를 하거든요. 가족 모두가 그런 성격이에요. 행복인지 불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우리 아버진 거의 술도 못하면서 집안엔 온통 술투성이라니까요. 왜 그런지 알아요? 손님 접대를 하기 위해서예요. 그러니까 마음놓고 실컷 맥주를 들어요. 사양 말고.”

“고마워.”

(중략)

만들어진 요리는 나의 상상을 훨씬 넘어선 훌륭한 솜씨였다. 생선회 식초 무침에다, 산뜻한 국물, 계란말이, 손수 만든 삼치 절임, 가지 조림, 순채 장국, 버섯밥, 거기다 단무지를 잘게 썰어 깨소금을 뿌린 것을 듬뿍 곁들여 내놓았다. 양념 솜씨는 산뜻한 관서식이었다.

“아주 맛있군”하고 나는 감탄했다.

“어때요, 와타나베 선배. 솔직히 말해서 처음부터 내 요리 솜씨를 기대하진 않았겠죠?”

“글쎄…… “ 하고 나는 어정쩡하게 대꾸했다.

“와타나베 선배는 관서지역 사람이니까 이런 양념을 좋아하죠?”

“나 때문에 일부러 관서식으로 만들었어?”

“설마, 아무리 그렇기로 그런 까다로운 짓을 누가 해요. 우리 집은 늘 이런 식이에요.”











미도리의 푸른 생명력이, 그의 가슴속을 채웠다



국내에는 『상실의 시대』와 일본 원제인 『노르웨이의 숲』 두가지 제목으로 소개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는 37세가 된 나(와타나베)가 독일 함부르크 공항에 착륙하며 시작한다. 기내에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이 흘러 나오고 그는 노래를 들으며 19세 무렵을 떠올린다. 그의 기억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인 기즈키의 갑작스런 죽음 후 도쿄의 대학에 진학한 때로 돌아간다. 도쿄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와타나베는 같은 학교 후배 미도리의 초대로 그의 집을 방문한다. 미도리는 능숙한 손길로 삼치절임·계란말이·장국을 만들어 밥상을 차려낸다. 미도리는 나오코와 함께 와타나베의 스무 살을 함께한다. 생기 넘치고 발랄한 그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할 줄 안다. 미도리란 녹색이란 뜻. 이름처럼 미도리는 와타나베의 회색빛 삶에 생기를 준다. 연인 기즈키의 죽음 후 마음의 병이 커져 그림자가 드리운 나오코와 대비돼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미도리의 건강한 캐릭터는 더욱 돋보인다.



 한국에선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익숙하지만 소설의 원제는 『노르웨이의 숲』이다. 1987년 일본에서 발표된 직후 우리나라에도 같은 제목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일본에서와 같은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2년 후인 89년 문학사상사가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소개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젊은이들에겐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이후 지금까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일본 문학 작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후 2013년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으로 새롭게 번역해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원제로 다시 소개했다.



 『상실의 시대』를 비롯해 하루키의 소설에는 유독 음식과 관련된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는 실제로도 음식 솜씨가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운영하던 카페에선 직접 주방을 지켰을 정도다. 이 때문에 『내 부엌으로 하루키가 걸어들어왔다』 『하루키 레시피』처럼 하루키의 소설 속 음식과 조리법을 소개하는 책이 일본과 한국에서 잇따라 출간됐다. 『상실의 시대』에는 와타나베가 즐겨 찾던 학교 인근 식당의 오믈렛, 기숙사 선배 나가사와의 외무 공무원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프렌치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 등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미도리가 차려낸 집밥도 이 중 하나다.



 서점 운영에 바쁘다는 핑계로 미도리의 엄마는 가게에서 파는 고로케 등을 사와 가족들의 끼니를 해결했다. 카레를 잔뜩 끓여 며칠 내내 먹는 일도 잦다. 이런 게 죽도록 싫었던 미도리는 열다섯 살 무렵부터 용돈을 아껴 칼·냄비 같은 조리도구를 사들였다. 요리는 책을 보며 독학했다. 요리책의 저자가 관서 지역 출신이었기 때문에 미도리는 자연스레 관서지역의 요리법을 익혔다. 미도리가 차려준 음식은 기숙사·학교 식당에서 끼니를 때워온 와타나베에겐 오랜만에 맛보는 집밥이었다. 더군다나 고베 출신인 와타나베에게 익숙한 관서지역 조리법대로 양념했으니 입맛에 잘 맞을 수밖에.



 일본은 관서·관동으로 나뉘는데 지역마다 음식에도 차이가 있다. 먼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역은 보기에 바닷가가 가까워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고 진간장을 많이 사용해 간이 강하다. 반면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지역은 간을 밋밋하게 해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긴다. 같은 김치도 전라도에서는 젓갈을 많이 사용하는 반면 서울에서는 깔끔하게 담는 것 같은 차이인 셈이다. 비록 양념이나 조리법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본식 집밥에는 공통점이 있다. 더 플라자 일식당 무라사키의 이선호 조리장은 “일본 집밥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소박하게 차려 내는 게 특징이다. 생선·채소·콩으로 만든 반찬이 많다”고 설명했다. 우엉조림·생선초무침 처럼 밑반찬과 생선구이·계란말이 등 식사 때마다 만들어 따뜻하게 먹는 요리를 함께 차려 낸다.



 상 차림 방식도 한국과는 다르다. 큰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 여럿이 나눠 먹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작은 접시에 한 사람이 먹을 양을 조금씩 담아낸다. 이 조리장은 “조금씩 반찬을 내놔 버릴 게 없는 게 일본식 집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소설 속에서 밥을 다 먹은 와타나베가 “내 몫을 다 먹고 나니 배가 가득 찼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4~5년 전부터 일본 가정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심야식당’ ‘카모메식당’ 같은 일본 드라마·영화가 국내에 소개돼 인기를 끌면서 일본 가정식을 선보이는 식당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한국의 집밥을 재조명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일본 가정식의 인기를 부추겼다. 일본 가정식은 조미료 사용을 자제하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내는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이런 점이 최근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졌다. 일본 가정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호텔업계도 그간의 손님 접대용 코스 요리인 가이세키(かいせき) 요리에서 가정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더 플라자는 6월부터 교토 지역의 집밥인 오반자이(おばんざい)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의 일본 가정식 맛집



서울에서 유명한 일본 가정식 맛집 3곳을 소개합니다.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 롯데호텔서울 모모야마 정병호 조리장, JW메리어트서울 미카도 박종희 셰프의 추천을 받아 중복되는 3곳을 추렸습니다.



이꼬이



“서울 속 일본 이촌동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정갈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일본 가정식을 먹을 수 있다”




○ 특징: 정지원 셰프가 2011년 이촌동 공무원시장골목에 문을 연 일본식 가정요리 전문점이다.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여는데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은 오전 4시까지 심야식당을 연다. 이날은 만화책 『심야식당』과 동명의 일본 드라마 속에 나왔던 메뉴를 재연한다. 이중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메뉴는 정식 메뉴에 이름을 올린다.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는 드라이카레(카레·수란·고수를 올린 일본식 카레)도 심야식당에서 선보였을 당시 반응이 좋아 정식 메뉴가 됐다. 예약은 필수.

○가격: 드라이카레 1만5000원, 하이볼·가라아게 세트 2만8000원

○영업 시간: 오후 6시~자정(월·토는 오후 11시까지, 매월 셋째 주 토요일 휴무)

○전화번호: 070-8279-9408

○주소: 용산구 이촌로77길 19(이촌동 301-40)

○주차: 불가



40키친



“일본의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가정식답게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 특징: 일본어로 숫자 40을 뜻하는 ‘욘주’ 키친이라고 부른다. 일본 가정에서 즐겨 먹는 토마토나베, 카페츠롤(양배추롤), 카레 등을 판다. 좌석이 10개 남짓 조그만 식당이지만 일본에서 사온 아기자기한 소품과 장난감들로 꾸며져 있어 마치 일본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진짜 가정집으로 들어가는 듯한 외관도 연남동의 감성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가격: 카페츠롤(양배추롤) 1만6000원, 오차즈케 5000원

○영업 시간: 점심 오전 11시30분~오후 2시, 저녁 오후 5시30분~11시(화요일 휴무)

○전화번호: 02-324-4040

○주소: 마포구 연남동 227-8

○주차: 불가



오젠



“서울의 다른 스시집이나 일식집과 달리

일본의 정갈하고 고급스런 가정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




○ 특징: 특징: 일본어로 ‘정성스레 차린 밥상’을 뜻하는 오젠은 이름처럼 일본 가정식 요리를 코스로 선보인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조림·구이·튀김·오차즈케 등 일본 정통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룸이 따로 있어 중요한 모임을 열 수 있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메뉴는 코스 요리뿐이다.

○가격: 점심 3만8500원, 저녁 8만2500원부터

○영업 시간: 낮 12시~오후 2시30분 오후 6시~10시30분(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2-564-7066

○주소: 강남구 봉은사로 68길 6-5(삼성동 114-40) 1층

○주차: 발레파킹(2000원)








▶독자의 이야기



‘주부 9단’도 그립다, 엄마가 차려주는 밥




집밥 하면 왠지 오랜 객지생활 끝에 가족의 품에 안겨 눈물을 삼키며 마음의 허허로움을 달래는 그런 이미지가 있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이러한 경험 없이 늘 집밥만 고집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올해 고등학생이 된 우리집 외동딸입니다. 어릴 때 발레 공연을 하루 앞두고 전날 먹은 햄버거 때문에 급체해 병원 신세를 진 후로는 어떤 패스트푸드 음식도 입에 대지 않거든요. 지인들은 어린 아이가 기특하다고들 하죠. 그런데 막상 삼시세끼를 차려내야 하는 저는 솔직히 힘들어 한숨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자연스레 요리책과 친해지고 요리실습과 강의, 방송에도 관심을 갖게 됐으니 좋은 점이 더 많습니다. 요즘은 사찰음식을 배웁니다. 우관 스님의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쉽고 즐겁게 음식을 준비하라”는 조언에 따라 오늘도 집밥을 차려 가족의 건강을 챙겨요. 이렇게 매일 아침 모여 앉아 식사하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우리 가족 모두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겠죠. 남편의 사랑이 듬뿍 담긴 메모와 초콜릿 선물도 받고요. 딸, 지금 이 시간에도 엄마는 모듬 버섯밥을 지어놓고 너의 하교를 기다리고 있단다. 아~ 나도 우리 엄마가 해준 집밥이 그립다! 조혜영(44·역삼동)








▶오믈렛에 얽힌 추억이나

나만의 요리팁 보내주세요.




JW메리어트서울의 ‘초콜릿 쉬폰 케이크’를 선물로 드립니다. ‘이야기가 있는 음식’ 다음 음식은 영화 ‘라따뚜이’의 오믈렛입니다. 나만의 오믈렛 레시피나 오믈렛에 얽힌 이야기를 이름·나이와 함께 적어 5월 5일까지 강남통신 페이스북에 메시지로 남겨주시거나 1661-2361로 문자 보내주세요. 정보이용료는 중앙일보가 부담합니다. 지면에 소개된 독자 1명에겐 초콜릿 쉬폰에 부드러운 화이트 생크림이 어우러져 아이들이 좋아하는 JW메리어트서울 델리숍의 초콜릿 쉬폰 케이크(4만1000원 상당· 하루 전 전화 예약 후 수령)를 선물로 드립니다.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