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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본 문·이과 통합교육, 선생님 여럿이 함께 가르쳐요

서울 강서구 동북고의 ‘통합논술’ 수업. ‘마을’이라는 주제로 국어·윤리·수학 교사의 수업을 들은 뒤, 모둠별로 ‘이상적인 마을’을 설계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통합수업 학교에 가다

팀티칭과 모둠활동 하는 동북고, ‘영화 창작’ 수업 개설한 하나고

주제 중심으로 융합하거나 학생 요청으로 새 정규 과목 만들어

아직 특목고 자사고 위주…일반고는 교사 발령 잦아 한계 지적도






교육부는 지난해 ‘문·이과 통합’을 내세운 2015 교육과정 개정 총론을 발표하고, 이후 교과별 구성과 내용을 정하기 위한 공청회와 토론회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8일과 17일에도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 내용을 20% 줄이자”는 안부터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무늬만 통합이지 기존 과목의 짜깁기가 아니냐”는 날선 지적까지 오갔다. 토론회를 참관한 교사들은 “아직까지 교과서에 무슨 내용을 어떻게 녹여낼지도 결정하지 못한 것 같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가운데 자체적으로 문·이과 통합수업을 개발해서 실행하고 있는 학교들이 있다. 아직 오리무중인 문·이과 통합수업을 앞서 시작한 학교들을 찾아가 봤다.



교사 서너 명이 팀티칭 방식으로 수업





마을 중심에 원형 교차로를 설치해 주민들 사이의 소통을 극대화한다는 아이디어를 담
은 한 학생의 설계도


지난 2일 서울 동북고 교실. 30명의 학생이 모둠별로 ‘이상적인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 학교 권영부 수석교사는 “우리 학교가 위치한 둔촌동 일대를 이상적인 마을로 바꿀 것, 학교를 중심으로 하고 현재의 녹지는 보존할 것, 앞 시간에 문학·수학·윤리 선생님이 강의한 내용을 활용할 것”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줬다.



 1학년 이원호군은 “우리 마을은 ‘소통’을 주제로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구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윤리 교과서에 나온 ‘민주적인 도덕 공동체’라는 개념을 활용한 것이다. 모둠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마을 중심에는 ‘원형 교차로’를 설계했다. 이군은 “『도시는 미디어다』라는 책에 보면 유럽의 마을에 교차로를 잘 설계해 소통을 극대화하는 내용이 나온다”며 “독서를 하고 교과 내용으로 배경 지식을 넓힌 뒤, 창의적인 활동까지 하다보면 배웠던 지식들이 서로 연관 맺어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동북고의 ‘통합논술’ 수업은 2007년에 시작됐다. 국어·경제·윤리·물리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과목별 이론과 해석을 들려주는 팀티칭 방식의 수업을 해왔다. 이번 ‘마을’에 대한 수업은 국어·수학·윤리의 세 과목 교사의 팀티칭과 활동으로 꾸며졌다.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성북동 비둘기’라는 시를 통해 마을이라는 공동체가 주는 이미지와 역사를, 윤리 교과서의 ‘민주적 공동체’라는 개념을, 수학과 시사 이슈를 연계해 ‘도로명 주소의 원리와 효율성’에 대한 강의가 이뤄졌다. 학생들은 강의를 들은 후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 마을을 꾸몄다. 권 교사는 “하나의 주제로 2~4회 수업한다”며 “중학교 때까지 분절된 단위 교과만 배우던 학생들이 이런 융합 수업을 통해 배움 자체에 흥미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했다.



학생 요구에 맞춰 매년 새로운 과목 개설



중동고(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는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후앰아이’라는 진로탐색 수업, 2학년을 위한 ‘세계의 지성’, 3학년 이과 학생에게 인문학적 사고를 가르치는 ‘글로벌 프론티어십’이라는 교과를 개발해 수업하고 있다. 이 학교 안광복 교사는 “재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진로 탐색과 철학 수업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고(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는 올해 ‘빅 히스토리(Big History)’라는 과목을 정규 과목으로 편성했다. 이 과목을 개발한 이효근 연구지원부장은 “우주 빅뱅(대폭발)부터 시작해 생명의 탄생과 소멸 등에 대한 과학적 지식, 인문학적 사고를 교류하는 게 수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구과학을 담당하는 이 교사가 1학기를, 지리를 전공한 김한승 교사가 2학기 수업을 담당한다. 김 교사는 “1학기에는 과학적 관점에서 시간의 흐름을 살피고, 2학기에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같은 시간에 일어난 전혀 다른 역사를 조망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혀나간다”고 얘기했다.



 학생의 요구를 반영해 개설한 과목도 있다. ‘심리학’ ‘영화 창작과 표현’ ‘법의학의 이해’는 학생의 요구에 따라 개설한 과목이다. 하나고 김미주 교사는 “해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수요 조사를 해서 매 학기 새로운 과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고 융합수업 활성화 안 된 까닭은



자사고나 국제고에 비해 일반고에서는 아직 이런 수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서울의 일반고에서 교사가 개발해 정규 과목으로 신설 요청한 교과는 1개에 불과하다.



 통합논술 수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북고의 융합수업도 정규 과목이 아닌 방과후수업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사립고이기 때문에 이런 융합수업이 수년간 가능했다는 시각도 있다. 강남의 한 일반고 최모 교사는 “일반 공립고의 경우, 팀티칭을 하려고 교사 연구 조직을 결성했다가도 해가 바뀌면 몇몇 교사가 다른 학교로 발령을 가버리기 때문에 중간에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새로운 수업을 시도하지 못하는 교사의 전문성이나 의지 부족을 탓할 게 아니라, 일반 공립고가 가진 구조적 한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3년 앞으로 다가온 문이과 통합형 융합수업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교사들이 많다. 동북고 권 수석교사는 “교사가 학생의 역량에 맞게 맞춤식 수업을 개발하는 게 문·이과 통합수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고 안광복 교사는 “학교별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해 변별력을 높이면 입시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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