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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의 오! 마이 미디어] '정당한 의혹'과 '음모론' 사이의 세월호 … 언론이 분발해야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사태는 진행 중이다. 얼핏 이 사태는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94년 성수대교 붕괴,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과거 대형사고와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다르다. 사태 이후 시민들의 경험이 다르다. 아직도 침몰을 생방송으로 목격했던 당시의 무기력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유가족과 더불어 외상 후 증후군에 가까운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풀리지 않는 의혹에 못 견디는 이들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6일 ‘조타수의 조타 미숙으로 인한 변침’이 원인이라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불행하게도 이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논란 끝에 통과된 세월호 특별법의 공식 명칭은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다. 아직 규명해야 할 진상이 남았다는 데 여야와 피해자가 동의했다.

 의혹은 계속된다. 해경은 왜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나? 승무원은 왜 승객을 두고 먼저 대피했나? 조타수는 왜 급격하게 변침했나? 사태가 발생한 당일 누가 통제권을 갖고 있었나? 이런 기본적 질문에 변변한 답변이 없는 현실이 초현실적이다. 언론 매체가 이렇게 많고, 똑똑하고 말 많은 기자와 평론가들이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참사의 원인을 묻는 질문이 계속된다는 사실이 어이없을 지경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아무리 진실을 전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는 집단이 있다고. 의혹이 아닌 음모를 제기하기에 어떤 설명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른 이는 말한다. 진정한 궁금증에 기초한 질문을 음모론으로 치부하려 한다고. 그렇다면 제기된 질문이 ‘정당한 의혹’인지 아니면 ‘음험한 음모론’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라도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탐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언론이 분발해야 한다.

 하버드대의 선스타인 교수는 『음모론과 다른 위험한 생각들』이란 저서에서 음모론을 규정하기를 “어떤 사건의 발생을 설명할 때 비밀스럽게 책략을 꾸미는 강력한 사람들이 배후에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했다. 요컨대 알려진 설명과 다른 별도의 이유가 있다고 믿는 것이 음모론이다. 선스타인은 또한 카를 포퍼를 인용해 음모론의 특성으로 그것을 믿는 자에게 ‘충분한 이유’를 제공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음모론을 반박하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음모론자는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를 선별할 뿐이다.

 이렇게 보면 세월호 사태에 대한 의혹은 음모론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다. 적어도 선스타인과 포퍼의 기준을 따르면 그렇다. 음모론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갖는 별도의 의도를 제시해야 하며, 그 의도가 그것을 믿는 자에게 충분한 이유처럼 들려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사태의 문제는 도대체 왜 이 사태가 발생했는지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지 ‘별도의 그리고 충분한 이유가 따로 있다’고 믿는 데 있지 않다. 이것이 세월호 사태의 특수성이다. 집단적 무력감과 외상 후 증후군의 고통만큼 심각한, 그러나 모호한 경험이 계속된다. 그것은 의혹의 경험이며, 그것도 원초적이며 집단적인 의혹이다. 공중의 의혹에 가장 먼저 반응해야 하는 제도는 무엇인가? 언론이 아닌가.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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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