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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 그래서?

[여성중앙] 간통죄 폐지, 그래서?



2월 26일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62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간통죄 처벌 조항이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간통죄가 폐지됐지만 간통이 나쁜 행위가 아니란 얘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배우자가 아닌 남자와 여자의 만남을 국가와 형법이 나서서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간통죄가 폐지되던 날에 ‘콘돔 회사의 주가가 15% 올랐다’는 기사부터 ‘나이트클럽과 모텔 같은 숙박업소가 호황이었다’는 기사가 줄줄이 이어졌다. 급기야는 불륜 조장 사이트의 등장까지 언론이 앞다퉈 소개했다. 간통죄 폐지, 그래서 뭐가 어떻게 달라진다는 걸까.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혼을 할 때 ‘유책(有責)주의’를 택하고 있어 잘못을 한 배우자가 먼저 이혼하자고 제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가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당신과 헤어지고 싶어”라고 해도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해. 난 절대 이혼 못 해”라고 외칠 수 있었다. 이혼을 해주지 않고 명색만의 부부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을 택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는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을 예측하고 있다. 그중 한 가지는 바람피운 배우자가 언제든지 이혼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즉, ‘유책주의’가 ‘파탄주의’로 흘러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은 대부분 파탄주의다. 부부 모두의 감정을 존중한다. 한 사람의 마음이 바뀌었는데 배우자에 대한 복수심이나 자녀 때문에, 혹은 나의 감정에 충실해서 잡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 파탄주의의 기본 이념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파탄주의로 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간통이 수없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OECD 국가 중에서 성매매 1위다. 간통이 죄로 인정되고 있을 때에도 이미 하는 사람은 하고 있었고, 안 하는 사람은 법과 상관없이 하지 않았다. 이 영역은 법보다 먼저 도덕과 윤리로써 심판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혼할 때 손해 배상 금액은 얼마나 될까. 이혼을 요구하는 배우자가 당연히 많은 금액을 내야 하는 게 세상 이치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부분은 아직 정해진 툴이 없다. 형사와 민사는 별개이기 때문에 위자료 산정에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혼 사유인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간통보다 넓은 의미이고, 법원에서 위자료 산정 시 다른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형량을 정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돈이 없는 유책 배우자는 법원에서 돈을 주라고 판결을 해도 대책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간통을 입증하는 절차가 간단해졌다는 사실이다. 이전까지는 간통 현장을 덮쳐 확실한 증거를 잡아야 했는데, 이젠 모텔에 들어가는 사진 한 장이면 된다.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사랑해, 내 사랑’이라고 한 줄만 보내도 부정행위로 인정된다고 하니 앞으로는 문자를 보낼 때 아무에게나 의미 없는 하트나 이모티콘을 추가하지 말자. 오해받기 십상이다.



얼마 전에는 간통죄 폐지 후 재심 신청을 통해 구제 받은 사람이 적지 않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머지않아 간통범으로 직장을 떠났던 동료가 의기양양하게 돌아올 지 모른다. 어쩌면 밀린 봉급을 달라고 행정 소송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법이 없어졌다고 해서 죄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절대 아름답게 포장해서도 안 되고, 조장해서도 안 되고, 불륜을 조장하는 것이 새로운 창조 경제인 양 신나게 떠들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칸트는 ‘내 머리 위에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도덕 법칙’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고 한다. 법은 필요 없다. 내 안의 도덕 법칙이 나와 내 가정을 지킨다는 것을 잊지 말자.







간통죄 폐지의 오해와 진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가 사라지면서 온라인 등을 중심으로 ‘괴담’에 가까운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간통죄 폐지로 인한 궁금증에 대해 알아본다.



Q : 이제 간통이 합법화되는 건가요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간통 행위가 ‘정당한 것’으로 인식되는 건 아닙니다. ‘간통이 합법화된다’라는 생각은 형벌로 다스리지 않는 행위는 무조건 합법으로 여기는 우리 국민의 그릇된 법 정서에서 비롯된 오해죠. 기존에 형사 처벌하던 간통을 이혼 시 민사 소송을 통해 손해 배상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봐야 합니다.



Q : 간통죄에 대한 형사 소송이 사라졌으니 이혼할 때 진흙탕 싸움이 되지 않을까요 애초부터 간통과 관련된 소송은 진흙탕 싸움이었습니다. 형사에서 간통을 입증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예요. 현장을 직접 포착하지 않는 이상 매우 어려웠죠. 형사에서 입증한 뒤 민사로 넘어가면 확실히 이길 수 있겠지만, 이 어려움 때문에 형사를 건너뛰고 민사로 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간통죄가 있을 때도 형사나 민사나 진흙탕 싸움이었다는 얘기죠.



Q : 불륜이 급증하진 않을까요 간통죄를 유지해온 나라는 한국과 대만 그리고 일부 아랍 국가가 거의 전부입니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간통죄를 없앴지만 불륜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죠. 예전에 동성동본 혼인을 금지하던 우리나라가 그 제도를 폐지했을 때 많은 사람이 ‘동성동본 부부가 넘쳐날 것’이라고 우려했어요. 그런데 그런가요? 수치상으로 전혀 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줄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어요. 도덕을 법으로 규제할 때, 그 법이 없어졌다고 해서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Q : 불륜 조장 사이트를 차단하는 방법은 없나요 간통죄 폐지 이후 기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가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전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간통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접속을 차단해왔는데, 그 제재 근거가 사라졌으니 차단 조치도 해제된 것이죠.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불륜 조장 인터넷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개정 법안이 발의되었거든요. 건전한 성 풍속을 해치고 가정 해체를 조장하는 내용의 정보를 불법 정보로 규정해 한층 차단을 강화한 것이죠.



Q : 앞으로 피임 도구 제조업체가 정말 ‘대박’이 나는 건가요 헌법재판소의 선고 직후 한 콘돔 제조사의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해 다음 날까지 상한가가 이어졌다고 하지만 ‘반짝 호황’에 그칠 것으로 보여요. 앞으로 간통이 원인이 된 이혼에서 귀책사유가 있는 배우자한테 거액의 손해 배상금을 물리는 관행이 정착하면, 간통으로 ‘콩밥’ 먹는 신세는 면해도 경제적으로는 ‘쪽박’을 차게 될 수 있어요. 물론 배우자의 불륜 행위 채증을 대신 해주는 심부름센터 등은 상대적으로 성업을 맞을 수 있죠. 간통죄 폐지로 불륜의 증거를 찾는 일을 수사 기관, 즉 국가가 아닌 개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니까요.



Q : 배우자의 불륜을 확실하게 응징할 방법이 없을까요 이혼 소송을 통한 위자료 청구와 민사상 손해 배상 청구죠. 비록 간통죄는 사라졌지만 우리 헌법 제36조는 엄연히 혼인과 가족생활을 유지해야 할 국가의 의무와 기능을 인정하고 있으니까요. 간통죄 폐지 이후 배우자의 민법상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와 재산 분할 청구, 자녀의 양육·면접 등에 관한 재판 실무 관행 등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를 상대로 제기된 이혼 소송에서 가정법원이 거액의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죠.



Q : 간통죄로 이미 처벌받은 사람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전국 법원에 10여 건의 재심 청구서가 접수돼 있어요. 지금까지 간통죄로 인해 사법 처리된 인원이 10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재심을 청구하기만 하면 ‘전과자’라는 주홍글씨가 사라지고, 구금이 되었다면 형사 보상 청구가 가능한데도 이를 실행한 사람이 10여 명에 그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이는 헌재가 간통죄에 대해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2008년 10월 30일 이후에 간통죄로 집행 유예나 실형 선고를 받은 사람만 재심 청구가 가능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간통죄로 사법 처리된 사람은 10만 명에 육박하지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최대로 잡아도 고작 5000명에 불과한 거예요.



Q : 간통죄가 부활할 가능성은 없나요 2월 26일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7 대 2로 ‘간통제가 사생활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됐어요. 이 결정을 뒤집을 순 없습니다. 간통죄 부활에 대한 여론이 아무리 많아도 이제 간통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요. 여론에 의해 간통죄가 부활한다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가 됩니다.



Q : 우리나라보다 먼저 간통죄를 폐지한 외국의 사례에서 참고할 게 있을까요 독일의 경우 이혼한 배우자 사이에도 부양 의무를 인정하고, 법정 재산제인 잉여 공동제의 경우 이혼 시 부부 각자가 소유한 재산 총액 기준 절반을 재산 분할 비율(균등 분할)로 정하고 있어요. 또 고액 연봉 배우자는 자신이 취득한 연금을 제외한 차액의 절반을 청산해줘야 할 의무를 부담하죠.



미국도 각 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가사 소송, 민사 소송을 통한 이혼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혼한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혼 사유, 혼인 기간, 직업, 경제적 필요 등을 고려해 일정 기간 부양료를 지급토록 한 게 특징이죠. 이혼 후 자녀 양육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법원 외 각급 기관이 연계해 양육비 징수 및 배분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고 있고요.



우리나라 민법과 가장 유사한 일본은 별도의 규정은 없지만 판례를 통해 부양적 재산 분할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어요. 전업주부, 질병, 고령 등의 사정으로 이혼 후 경제적 자립이 곤란한 사람에 대한 배려를 법원이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죠. 혼인을 할 때 미리 약정서를 써두는 것도 권하고 있습니다.





류여해는… 독일 예나대학교에서 형사법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국회 사무처 법제관을 거쳤다. 현재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로 재임 중이며, 교정학회, 형사법학회, 형사정책학회, 비교형사법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을 위한 법은 없다』 『그녀는 모른다』 등이 있다.



기획_정은혜

여성중앙 2015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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