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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중국의 반부패 정책과 사자견(獅子犬)의 운명

시진핑 중국의 국가주석이 이끄는 반부패 드라이브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주 상하이의 모터쇼에서 자동차를 선전하는 미녀들이 사라졌다. 미녀들도 부패와 관련이 있다고 본 것 같다. 중국의 골프장도 텅텅 비었다. 주중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라운딩하는 골퍼가 잘 보이지 않는다. 신 중국 건국 직후 골프는 ‘금지된 놀이(forbidden game)’로 배척되어, 골프장이 동물원이나 어린이공원으로 바뀌었는데 지금의 중국 분위기가 당시를 상기시킨다고 한다.
최근 중국을 다녀 온 지인에 의하면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짱아오(藏獒 Tibetan mastiff)로 불리는 덩치가 큰 사자견(獅子犬)이 상상할 수 없는 헐값 매물로 나와 있으나, 누구 하나 거들 떠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억 원 씩 하는 짱아오는 부(富)의 상징으로 고급 선물로 활용되었으나 지금은 부패의 상징이 되었다. 짱아오의 멸종이 우려된다.
짱아오는 신라의 김교각(金喬覺 697-794) 스님이 중국으로 갈 때 수호견으로 데리고 간 신라 사자견과 유사하다. 중국 안후이성(安徽省)에 있는 중국 4대 불교성지인 주화산(九華山)에는 지장보살로 숭앙받고 있는 신라의 성덕왕의 왕자 김교각 스님의 스토리가 전해지고 있다. 그곳의 기록에는 김교각 스님이 719년 불법을 공부하기 위해 바다 건너 중국으로 올 때 자신을 보호해 줄 사자견(神犬)과 함께 왔다고 전한다.(新羅國王子爲求正法携神犬渡海來唐)
사자견은 그 얼굴 모습과 사자를 닮은 우람한 덩치로 부쳐진 이름이지만 본래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양떼를 지켜주는 목양견(牧羊犬 sheep dog)의 일종이다. 사자처럼 털이 많고 갈기가 있는 사자견이 중국과 한국에서 악귀를 쫓는 길상의 동물로 취급되는 것을 불교의 전래와 함께였다고 한다.
불경에는 사자의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인도에서는 사자가 백수(百獸)의 왕으로 불리고 있다.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은 사람 가운데 으뜸(人中獅子)으로 동물 중에 으뜸(獸中王)인 사자에 비유된다. 부처님의 설법을 사자의 포효에 비유하여 사자후(獅子吼)라고 하고, 부처님의 걸음을 사자보(獅子步), 부처님이 앉은 곳을 사자좌(獅子座)로 부르고 있다. 사자처럼 용맹스러운 기운으로 번뇌를 없애고 부처님이 되신 것이다.
불교의 나라 스리랑카의 국기(Lion flag)에 사자가 그려져 있다. 인구의 74%인 싱할라족은 스스로 사자의 자손이라고 한다. 불교의 발상지 인도에는 불교를 보급시킨 아소카왕 석주(石柱)의 사자상이 국장(emblem)으로 되어 있다.
사자를 백수의 왕이라면 호랑이는 맹수의 왕이라고 한다. 사자와 호랑이는 모두 고양잇과의 동물로 먼 사촌간이다. 그러나 사자의 서식지는 초원이고 호랑이는 산림이므로 서로 만나 싸울 일은 없다. 호기심 많은 고대 로마 사람들은 사자와 호랑이를 1:1로 싸우게 하였다.
사자보다 몸집이 더 큰 호랑이는 단독으로 공격하지만 사자는 무리지어 공격한다. 1:1 싸움의 경우 호랑이의 빠른 공격과 체중을 실은 강한 앞발차기에 사자가 수세에 몰린다. 호랑이를 타이거(tiger)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리스어로 ‘화살’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호랑이가 사냥할 때 그 빠름이 화살 같다고 하여 부쳐진 이름이다. 승자는 호랑이였다.
과천 서울동물원의 사자 사육사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 속의 사자 중에는 반드시 우두머리가 있어 위계질서가 분명하다고 한다. 사자를 백수의 왕으로 보는 것은 무리지어 움직이는 사자 속에는 우두머리가 있어 신하를 거느리듯 왕다운 모습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고대 국가에서 왕권의 상징으로 사자가 인용되기도 하였다. 고대 인도에서 사자가 수호수(守護獸)로서 인정받아 불상의 좌우에 사자상이 놓여 있는 곳이 많고 이집트의 스핑크스도 사자의 몸에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불교가 수호수 사자와 함께 중국으로 전래되었지만 중국에는 사자가 살지 않았다. 중국의 12지(十二支) 동물에는 사자가 없다. 아프리카의 초원이외에 아시아대륙에서 사자가 서식하는 곳은 페르시아(이란) 등 중동지방과 인도이다. 중국에서 사자라는 말도 페르시아어 ‘서(Shir)’에서 음역한 ‘스(Shih 獅)‘였다. 단음절 ’스(獅)‘를 보조하기 위해 접미사 ’즈(子)‘와 함께 ‘스즈(獅子)’라는 단어가 탄생하였고 우리나라와 일본은 ‘사자’ 또는 ‘시시’로 같은 한자에 발음만 다르다.
불교에서 부처님을 보호하는 사자의 전설이 중국과 한반도에 전래되었으나 실제 사자가 없어 사자를 닮은 북방 유목민의 사자견이 인기를 차지했다.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 사자견이 보이고 신라의 사자견은 불교와 함께 고구려에서 전래되었다고 본다.
고구려와 신라에서 귀족들은 반드시 호신용으로 사자견을 데리고 다녔다. 왕자인 김교각 스님도 중국으로 건너 갈 때 자신의 사자견을 데리고 갔을 것이다. 중국의 기록에는 김교각 스님이 사자견을 타고 이동하였다고 하니 신견(神犬)으로 표현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본의 쇼토쿠(聖德) 태자의 스승인 고구려 혜자(慧慈)스님이 일본에 가져 온 사자견이 고마이누(高麗犬)가 되었다. 고구려 장수왕 이후에는 고구려를 고려라고 불렀기 때문에 고마(고려)는 고구려를 의미한다. 일본에서도 고마이누는 점차 멸종되고 지금은 벽사수복(闢邪守福)의 석상만 남아 있다.
중국의 석사자상과 일본의 고마이누 석상은 암수 한 쌍이다. 오른편(右)에는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은 숫컷이다. 입을 벌리고 숨을 들이쉬는(inhale) 모습으로 진언(眞言)을 알린다. 왼편(左)에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암컷이다. 입을 닫고 코로 숨을 내쉬는(exhale) 모습으로 열반(涅槃)을 의미한다.
한반도의 사자견은 삼국의 멸망으로 귀족사회의 붕괴와 함께 점차 개체수가 줄어든다. 임진왜란 등 전쟁을 겪고 일제 강점시대 에 군용으로 징발되어 거의 멸종되었다고 한다. 지금 경북 지방에는 리틀 사자견인 삽살개가 복원 보호되고 있다. 삽살개는 체구가 사자견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얼굴 모습에서 원래 사자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삽살의 어원도 살(煞 악귀)를 쫒아낸다(?)는 의미가 있다.
신라의 절이나 왕릉에는 사자의 석상을 수호신으로서 탑을 받치게 하거나 왕릉의 입구에 두었다. 기와에도 사자의 얼굴 모습을 조각하여 집을 지었다. 안압지에서 출토된 귀면와(鬼面瓦)는 사자의 얼굴로 악귀를 쫓아내는 역할을 하였다.
중국에도 사자상이 많이 남아 있다. 자금성을 지키는 천안문의 사자상 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쓰허위안(四合院)이나 큰 건물의 정문에는 반드시 수문장처럼 석사자상이 놓여 있다. 암수 한 쌍의 돌사자는 집을 지켜주는 수호사자(guardian lion)이므로 중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좌측은 암사자로 새끼를 감싸고 있고 우측은 숫사자로 공(球)을 희롱하고 있다.
오래 전에 중국에서 일본의 도요타(豊田) 자동차가 판매되면서 자동차 광고가 나왔다. 광고를 본 중국인이 크게 분노하여 도요타 자동차회사에 항의를 하였다고 한다. 광고 속에 도요타 자동차가 달리고 중국의 돌사자가 이에 경례를 하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화를 이해 못한 황당한 광고였던 것이다.
사자상을 비교해 보면 인도의 사자상은 실제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중국의 사자상은 목에 방울로 장식되어 있는 등 실제 사자보다 사자견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실제 사자를 본 적이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구분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몇 년 전 중국의 어느 중소 도시의 동물원에서 일어 난 일이다. 그 동물원의 사자가 문제가 있어 사자우리가 비어 있었다고 한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사자를 구해 와야 하는 데 방법이 없어 사자 대신에 사자견을 우리에 넣어 어린이들을 속였다는 기사가 있었다.
지난 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아시아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일본의 아베총리를 여유로운 얼굴로 맞이하면서 중일정상회담을 이끌었다. 불과 5개월 전 무표정으로 아베총리를 맞이하는 모습과는 딴 판이었다. 철저한 반부패 정책으로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권력기반이 공고해진 시 주석의 자신감의 표현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반부패 드라이브 정책으로 제주도 카지노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 될 중국의 반부패 드라이브 현실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 둘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애물단지가 된 짱아오를 선진기술을 가진 우리가 사육하여 멸종을 막는다면 한중협력사업에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들린다. 김교각 스님이 데리고 간 신라 사자견의 1300년만의 귀향(歸鄕)이 이루어 질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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