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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칼럼] 백수오 진위 논란을 보며

난데없이 한약재인 백수오가 코스닥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코스닥 시가 총액 3위인 내츄럴엔도텍이 백수오 진위(眞僞) 논쟁에 휘말리면서 3일 연달아 하한가를 기록한 것이다.

현재까지의 진행 사항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백수오 제품 32개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90%가 가짜’라고 22일 발표했다. 이후 백수오 제조회사는 “소비자원의 조사 과정과 검사 방법을 믿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회사 임원이 소비자원의 발표 전 1만주를 장내 매도한 사실이 드러나 이번 사태의 불똥이 다른 데로 튈 조짐도 있다.

‘쇼크’를 부른 백수오(白首烏)는 한반도 자생식물인 은조롱의 뿌리다. 중국·일본 약전엔 없는 우리 고유의 한약재인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 백수오는 하수오(何首烏) 또는 백하수오(白何首烏)란 명칭으로도 판매된다. 이번 파동에 하수오 제조 농가와 관련 업계가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사상의학(四象醫學)을 창시한 조선의 철학자 이제마는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서 적(赤)하수오와 백(白)하수오를 나눠 기술했다. 대한약전외한약(생약) 규격집에 따르면 적하수오가 하수오, 백하수오가 백수오다. 백수오와 하수오는 그 기원이 되는 식물, 웰빙(유효) 성분이 다르다.

이번에 소비자를 더욱 헷갈리게 한 것이 이엽우피소(異葉牛皮消)다. 중국의 중약대사전은 은조롱(격산우피소) 외에 이엽우피소·대근우피소의 뿌리도 백수오에 포함시키고 있어서다.

은조롱과 이엽우피소의 뿌리는 전문가라도 맨 눈으론 구분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한국약용작물학회지’에 RAPD(임의로 증폭된 다형성 DNA 분석) 등 전문 분석법을 활용해야 구분이 가능할 것이란 논문이 실렸을 정도다.

은조롱은 생산성이 낮고 노동력이 많이 들어 1980년대까지 농가가 재배를 꺼리던 식물이었다. 90년 초반 중국에서 재배기간이 짧고(1∼2년) 생산성이 높은 이엽우피소가 도입되면서 대부분의 농가들은 은조롱 대신 이엽우피소 재배에 나섰다. 백수오 제조회사 입장에선 가격이 은조롱의 절반가량인 이엽우피소에 매력을 느낄 법도 했다. 게다가 은조롱과 이엽우피소를 구분할 수 있는 확인시험법이 보완된 것도 불과 4년 전이다. 소비자들은 잘 몰랐지만 백수오의 제조원료로 은조롱 대신 이엽우피소가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건 관련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번 백수오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원과 기업 사이의 공방전을 보면 양측 모두에서 허점이 보인다. 내츄럴엔도텍은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검사했을 당시 어떤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소비자원의 검사 결과는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비자원의 반박처럼 3월 검사 결과(소비자원)와 1월 검사 결과(식약처)가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설령 같은 달에 투입된 원료라 해도 로트(lot)가 다르면 상이한 검사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피조사 업체가 “소비자원이 검사 시료(샘플) 확보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공장에 들이닥쳐 시료를 밀봉하지 않은 채 가져갔고 이에 대한 증거도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소비자원이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 시료의 무작위(random) 채취와 운반 전 밀봉은 검사의 기본이다. 검사를 받는 상대방이 뻔히 눈을 뜨고 지켜보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일인데, 그 첫 단추(시료 채취와 운반)를 잘못 끼우면 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더불어 소비자의 혼동을 줄이고 소중한 유전자원을 지키기 위해 차제에 백수오란 중국식(중약대사전에서 유래) 이름 대신 우리 옛문헌에 소개된 백하수오란 명칭으로 개명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대사전은 이번에 문제된 중국 원산의 식물인 이엽우피소까지 백수오로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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