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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한국이 남미 전철 안 밟으려면

우연의 일치일까. 내일 귀국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 순방한 남미 국가들은 콜롬비아를 제외하곤 공교롭게도 저마다의 ‘성완종 게이트’를 겪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했던 국영 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임원들이 정치권에 돈을 갖다바친 브라질 사례가 가장 비슷하다. 호세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연루됐다는 정황은 없지만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칠레에선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아들이 어머니의 당선 이튿날 칠레 2위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땅을 사들였다. 그런데 그 땅이 곧 개발지역으로 선정돼 수백만 달러의 차익을 남겼다는, 전형적인 특혜 스캔들이 터졌다. 대통령인 어머니의 부속실장으로 근무하던 아들은 즉시 사임했지만 바첼레트의 지지율은 44%에서 31%로 떨어졌다.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 부인은 돈 세탁 의혹을 받고 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당시 핵심 참모가 마약 거래상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곤욕을 치렀다.

박 대통령이 이들 나라를 ‘성완종 사태’의 와중에 방문한 것은 순전히 외교 캘린더 상의 우연일 것이다. 하지만 서로 사정을 아는 마당에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은 박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을 보고 있자니, 이번 중남미 순방을 준비한 외교부 관리들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가뜩이나 세월호 1주기에 역대 최장의 해외 순방에 나선다며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박 대통령의 마음 역시 편치는 않았을 것 같다. 남미는 언제 가도 부패 스캔들이 진행 중이니 딱히 피해가기도 어렵다는 반론에 이르러선 쓴웃음도 나온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느냐는 해묵은 담론의 반면교사로 늘상 쓰이는 남미는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반면교사를 던져준다. 칠레의 바첼레트 대통령은 아들의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휴가라는 이유로 17일 동안 입장 표명을 하지 않다 화를 키웠다. 브라질의 호세프 대통령도 ‘내가 개입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 법에 따라 검찰이 수사할 것’이라는 모습이 시위대를 자극했다.

그와 달리 박 대통령은 진솔한 입장 표명을 통해 궁극적인 국정 관리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는 평론가적 화법을 버리고 당사자로서 분명한 태도를 취하기 바란다. 레임덕 우려를 떨쳐내고 공무원연금 개혁 하나라도 완수해낸다면 금상첨화다. 야당의 요구를 정치 공세로만 넘기지 말고 받아들일 것은 보란듯이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1980년대 중남미의 뿌리깊은 부패에다 연이은 쿠데타를 보면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관리는 “남미나 한국이나 비슷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기좋게 국민의 명예를 회복 시켜줬으면 한다. 우리는 선진국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성우 경제부문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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