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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연재소설] 판게아 - 롱고롱고의 노래 <6> 거울의 방과 아빠의 연구소

일러스트=임수연




수리가 풀어낸 첫 번째 암호는 “숲으로 돌아갔다”
아빠를 부르는 목소리에 화답하듯
노란 집은 거울의 방에서 연구소로 변하고
게임에 빠져든 수리의 모니터에
의문의 숫자로 이루어진 암호문이 뜨는데

“아~빠~”



수리는 길게 소리 질렀다. 그러자 노란 집의 노크 소리가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노란 집은 순식간에 수백 개의 퍼즐로 해체되더니 다시 합체돼 온통 거울로 뒤덮인 방이 되었다.



“수리야. 이게 뭐야? 우리가 벌써 순간 이동이라도 한 거야? 뭐라고 말 좀 해봐.”



마루는 오도방정을 떨었다. 골리 선생님은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거울로 만들어진 방이라니. 도대체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 거지?”



수리도 거울 앞으로 걸어왔다.



“아빠가 거울의 방으로 인도하셨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예요.”



골리 선생님이 거울을 손으로 만지려 했다. 그러나 수리가 골리 선생님의 손을 슬쩍 치웠다. 그리고 사비의 손을 잡아 거울을 만지게 했다. 골리 선생님의 얼굴은 시샘과 질투로 시뻘개졌다. 콧구멍이 벌름거리더니 허연 콧김이 분사되었다. 압력밥솥 김 트이는 소리가 칙칙 푹푹 들렸다.



“샘, 참으세요. 잠깐만.”



수리는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골리 선생님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때였다. 거울의 방이 윙윙 탁탁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길한 느낌이네. 어쩐지 숙제 안 했다고 야단치는 엄마들이 나타날 것 같아. 으스스해. 소름이 돋아.”



마루는 겁먹은 듯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엄마들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엄마의 허락없이 학교나 자퇴하고 이렇게 프리패스로 돌아다니고 있으니…. 우린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라고”



사비가 중얼거리며 수리의 뒤로 몸을 숨겼다.



“엄마들이 화가 뻗쳐서 눈에 뻘건 핏줄이 섰을 때 집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돼. 아주 한참 한참 있다가 들어가면 오히려 ‘살아서 돌아왔구나. 내 새끼’하고 반겨주신다니까…. 인생은 요령이다! 알았지? 사비.”



수리는 배짱을 부렸다. 그때였다. 거울의 방은 하나의 문이 되어 철컥 열렸다. 수리·사비·마루와 골리 선생님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후다닥 물러났다.



“휴….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수리는 언뜻 무언가 본 듯했다. 수리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뭐야? 수리야.”



사비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는…. 아빠 연구실이야. 카툰 연구소.”



수리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마루의 음성은 쩌렁쩌렁했다.



“뭐? 말도 안 돼. 우린 아빠 연구실에 들어온 게 아니야. 노란 집에 들어왔다고.”



수리의 음성도 덩달아 커졌다.



“말이 돼. 노크 소리는 카툰 연구소에서 보낸 신호야, 우리를 불러들인 거야. 늘 그렇듯. 아빠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호? 반가운 소식이네.”



마루는 잽싸게 달려들어갔다.



노란 집에서 아빠의 카툰 연구소로



안락한 소파가 있었고 최첨단 컴퓨터 십여 대도 여전했다. 나름 슈퍼 컴퓨터였다. 커다란 냉장고에는 먹을 것이 가득했다. 책장 한 가득 각종 게임 CD가 빼곡했다. 어느새 마루는 냉장고 속에 처박혀있었다.



“여긴 천국이야. 진정한 천국, 하하.”



마루는 입에 가득 음식을 담았는지 웅얼거렸다.



“벚꽃이라도 날렸으면, 성공적으로 로맨틱할 텐데.”



골리 선생님도 웅얼거렸다. 그러자 어디선가 벚꽃의 여린 이파리들이 한낮의 짧은 꿈처럼 나타났다. 골리 선생님과 사비는 손을 맞잡고 깡충깡충 뛰었다.



“여자들이란. 참. 마루야, 이제 그만 나와라. 냉장고 속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하시겠다. 우리는 미션을 풀어야지?”



수리가 마루를 점잖게 불렀다. 마루는 양손 가득 먹을 걸 들고 나왔다.



“응. 게임의 원형질만 존재하는 공간?”



수리와 마루는 미친 듯이 게임에 몰두했다.



“샘. 게임 규제는 안 돼요!”



골리 선생님과 사비는 수다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노! 난 여성가족부가 아니야.”



엄마들이 지배하는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여가부가 주관하는 나라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리의 컴퓨터에서 실행 중이던 게임이 중단되더니 모니터에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우리는 이스터 섬으로 떠났다.



52. 09. 42. 532. N

13. 13. 12. 69. W.

360. 72. 30. 12. 25920.”



수리는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메시지는 여전히 둥둥 떠있었다.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이 난해한 건 뭐지?”



수리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았다.



“아빠, 이게 뭐예요?”



갑자기 거울의 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울의 문이 열렸다.



“또 다른 차원의 방?”



수리는 졸고 있는 마루를 흔들어 깨웠다. 마루가 자면서 흘린 침이 바닥까지 흥건했다. 수리는 마루의 머리통을 세게 퍽 때렸다.



“누구야? 어떤 멍청이가 잠자는 돼지를 깨웠어? 예로부터 잠잘 땐 돼지도 안 건드린다는 말 몰라?”



마루는 횡설수설했다. 골리 선생님과 사비도 수다를 멈추고 일어났다. 순간 이스터 섬이 펼쳐졌다. 어쩌면 이스터 섬과 똑같았다. 보고 있지만 믿을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수많은 거인 석상들이 붉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었다. 귀가 긴 장이족과 귀가 짧은 단이족이 한데 어울려 지나다녔다. 하늘은 끝도 없이 높았다. 파도 소리는 끝도 없는 높이의 하늘을 세게 때렸다. 수리는 그들 중 아무나 잡았다. 장이족의 작은 소년이었다. 소년은 활짝 웃었다. 익숙한 웃음의 모양이었다. 얼굴은 까무잡잡했는데 머리카락은 금색이었다.



“넌 누구니?”



수리는 친절하게 물었다. 하지만 금발의 소년은 무엇이 급한지 황급히 떠났다.



또 다른 거울의 문이 열렸다. 사비도 마루도 골리 선생님도 수리를 따랐다. 거대한 거인 석상의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꿈 속에서 만난 바로, 바로 그 얼굴이야.”



수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 얼굴은 그냥 인간의 얼굴이야. 어디를 가나 있는 보편적인 얼굴이라고. 네 얼굴도 되고 내 얼굴도 되고. 눈·코·입밖에 더 있어? 뭐가 더 달려있어?”



마루는 뭔가 알 수 없는 감동을 받은 수리를 보면서 깐족거렸다. 그때 갑자기 골리 선생님이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폴리페서를 만나게 해주소서.”



“이곳은 거인들의 방이야.”



사비는 방을 둘러보았다. 거인 석상들이 즐비했다. 석상들은 붉은색 모자를 어정쩡 눌러쓰고 있었다.



“머리 꼭대기로 올라가 봐야겠어.”



수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길 어떻게 올라가 수리. 추락하고 말 거야.”



마루는 약올렸다.



“아시바.”



“아… 시바? 무슨 이름이 그래?”



수리가 뒤쪽에 세워져 있던 어설픈 목조 아시바를 가져왔다. 그걸 올라 타고 거인 석상의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섰다.



“이건 가짜야. 고대 터키인들은 꼭두서니 뿌리와 쇠똥 그리고 올리브유를 섞어서 붉은색 천연 염료를 생산했다고 해. 그보다 훨씬 오래된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서 발견된 붉은색 염료도 의문투성이지. 1980년 대학자들이 우연히 발견한 바륨구리규산염(BaCuSi2O6)이라고 하는 붉은 염료는 지금까지 자연 상태로 발견된 적이 없어. 합성염료인 거지. 그런데 지금 내가 만지고 있는 이 붉은색 염료는…아주 가까운 시기에 만들어진 합성염료야.”



“이 모조품을 누가 만든 거야?”



마루는 침을 꿀꺽 삼켰다.



수리는 무언가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골리 선생님이 넌지시 물었다.



“혹시 폴리페서야?”



“샘, 저건 석상이에요. 석상. 남자 사람이 아니에요.”



마루는 골리 선생님을 놀렸다.



“마루야. 넌 인생을 너무 건조하게 살았구나. 저 거인 석상이 생명이 생겨나면서 폴리페서가 되어 살아날지 어떻게 알아?”



“극 과대망상. 극 판타지.”



마루는 조금도 지지 않았다. 하지만 골리 선생님도 만만치 않았다.



“내가 너희들보다 좀 오래 살아봐서 아는데, 결국 인생은 판타지야.”



“와, 멋진데요?”



수리는 골리 선생님의 발언에 감탄했다.



“여기에 그 기호가 있어. 눈앞에서 보니까 생생한데?”







골리 선생님도 감탄을 했다.



“내 정체성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어. 내가 있을 곳은 오메가 고고학교가 아니라 바로 이곳이야. 이스터 섬. 나는 이곳에서 지극히 아름답고 연약한 여자라고. 내가 자이언트 나라에 가는 건 운명이라고,”



“자, 그럼. 이 문자의 비밀을 풀어볼까?”



수리는 이를 드러내고 씨익 웃었다.



“비밀을 풀어?”



사비는 조급하게 굴었다.



“첫 번째 암호가 필요해.”



“그게 뭐냐? 빨리 말해. 뭐냐? 빨리 말해라.”



마루는 수선을 떨었다.



“내가 정한다.”



골리 선생님이 따져물었다.



“도대체 네가 누군데?”



“내가 이 문자의 히스토리를 풀어낼 운명의 그, 이니까요.”



모두 수리를 쳐다보았다. 심장이 졸아드는 듯 두근두근했다.



“그래서 첫 번째 암호는?”



“숲으로 돌아갔다! 하하.”





하지윤은 시인·소설가. 판게아 시리즈 1권 『시발바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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