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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몸에 갇힌 아이들

[뉴스위크] 소녀들의 사춘기 연령 13세 이하로 떨어져… 과체중 아동의 급증과 오염 노출 확대가 원인



여섯살 때부터 시작된 레베카의 신체발육은 비정상적인 듯했다. 엄마 엘런은 아이 가슴 부위의 변화를 알았지만 몇몇 다른 아이(적어도 통통한 아이들)도 그곳에 살이 더 붙은 듯했다. 그러나 겨드랑이 털까지 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아이 나이를 실제보다 훨씬 더 많게 봤다. 하지만 여전히 때때로 울곤 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아이가 몇 살이죠’ 하고 묻듯이 바라보곤 했다.” 엘런이 익명을 조건으로 뉴스위크에 말했다.



소아과 검사에서 레베카의 뼈 나이(bone age)가 10.5세로 나오자 의사는 ‘성조숙증(precocious puberty)’으로 진단했다. 내분비 장애로 그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뇌 속 호르몬의 조기 배출로 일어난다. 이는 아이를 통상적인 연령보다 몇 년 일찍 성적으로 성숙하게 만든다.



어린 아이가 그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성적인 발육을 보이면 부모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딸 아이는 일곱 살 10개월이다. 5세에 체취를 풍기고 6세 때 가슴 몽우리(breast buds)가 생기기 시작했다.” 성조숙증에 관한 그룹 채팅에서 한 엄마가 올린 글이다. 딸의 ‘롤러코스터 타듯 변덕스러운 감정’도 언급했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그리고 몇몇 경우 더 어린) 딸 아이의 극심한 감정변화, 생리전증후군(PMS) 같은 증상, 그리고 기타 ‘십대의 감정들’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일반적인 하소연이다.



그런 상태는 여러모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엘런에 따르면 레베카에게서 가장 충격적인 징후는 한 해에 15㎝씩 자란 것이었다. “주로 키 때문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엘런이 말했다.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야, 키가 엄청 큰데!’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아이표정이 침울해지곤 했다.”



“사람들이 나를 더 나이 들게 봤다”고 이제 14세가 된 레베카가 말했다. “마치 내가 유치원에서 유급이나 당한 양 바라봤다.” 레베카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분명 상당부분 아주 성숙한 태도를 보였겠지만 한편으로는 디즈니에 푹 빠져 있던 아직 어린 소녀였다.”



레베카와 달리 많은 조숙한 아이들이 디즈니와 소녀 취향에 흥미를 잃고 육체 연령에 맞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8세 아이의 엄마는 딸의 “성적 의식이 대단히 강하다”고 썼다. “‘섹시함’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자기 몸을 상당히 의식하고 남들이 주목해 주기를 바란다.” 또 다른 엄마는 “정말로 마치 6세 딸 몸속에 12세 아이가 들어있는 듯하다”고 한숨 지었다.





환경 독소, 유방발육 앞당겨



소녀의 사춘기는 유방발달, 음모의 발육, 초경(menarche)으로 흔히 정의된다. 20세기 말에는 미국 소녀의 초경 평균 연령이 16~17세였다. 요즘 미국 건강·영양조사(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에 따르면 그 나이가 13세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런 추세는 과체중 아동의 급증과 오염 노출 확대에서 비롯됐다. 오염 노출은 신체발육에 악영향을 미치고 소녀의 첫 생리 시기를 앞당긴다.



환경독소는 또한 다수의 여아에게서 유방발육 연령을 과거보다 앞당긴다. 요즘엔 미국 소녀의 유방이 커지기 시작하는 시기가 20년 전에 비해 1~4개월 빨라졌다. 이는 커다란 차이다. 동시에 신체발육이 일찍 시작되는 여아의 숫자도 증가한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8세 전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여아의 비율은 5%도 안 됐다. 지금은 그 비율이 배 이상 늘었다.” ‘요즘 소녀들의 조기 발육 대처법(The New Puberty: How to Navigate Early Development in Today’s Girls)’에서 루이스 그린스펀 박사와 줄리아나 디어도프는 지적했다.



이 같은 추세를 유발하는 독소 중 최대 요인은 플라스틱 화합물, 특히 인공 화학물질인 프탈레이트다. 플라스틱 식음료 용기, 카핏 재료, 샴푸, 방충제(insect repellents), 비닐 바닥재, 샤워 커튼, 플라스틱 완구, 대다수 차량의 운전대와 계기판 등 아주 많은 곳에 들어간다. 우리 몸은 프탈레이트를 대사하지 못한다. 프탈레이트는 내분비계(신체의 분비샘과 호르몬 시스템) 작용에 간섭하고 지방 세포에 해를 끼친다. 프탈레이트는 간접적으로 체중증가를 유발해 사춘기의 발생 시기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소녀들의 사춘기를 앞당기는 첫째 요인은 체지방지수였다”고 신시내티 아동병원 메디컬 센터 청소년 의학과 교육과장이자 교수인 프랭크 바이로 박사는 설명했다.



우리 아이들은 ‘화학물질의 바다’에서 살아간다고 노스캐롤라이나대 공중보건학과 교수 마리스아 E 허먼-기든스 박사가 말했다. 아이들이 채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사춘기를 향해 달려간다고 그녀는 주장한다. 그리고 이 같은 신체 조숙증은 이미 몸에 일어난 손상의 증상이자 미래 건강 이상의 잠재적인 원인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심리발달 조사에서 가장 확실한 결과 중 하나”라고 ‘청소년기 신과학의 교훈(Age of Opportunity: Lessons From the New Science of Adolescence)’을 저술한 로렌스 스타인버그 템플대 심리학과 교수는 평가했다. 조숙한 여자아이가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최근 연구결과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례로 지난해 한 조사에선 “사춘기를 일찍 겪는 여자아이는 10세 때 우울증 증상이 더 심각했다.” 또 다른 조사도 같은 결과를 나타내며 또한 그런 영향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래들보다 일찍 사춘기를 맞는 어린 소녀는 우울증을 겪는 확률이 더 높을 뿐 아니라 비만과 약물남용에 빠지기도 쉽다.





남자들이 추파를 던질 때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뇌에 변화가 일어난다. 사춘기 호르몬의 홍수가 그런 변화를 초래한다.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특히 신경 쓰고, 사회적 보상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스타인버그 교수가 말했다.



도파인은 쾌락 체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행동을 관장하는 전전두엽과 두뇌 보상중추 사이의 연결통로에 도파민 홍수가 덮쳐 그것을 사실상 재구성한다. “사춘기의 두뇌는 효과적인 제동 시스템이 자리 잡기 전에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다”고 스타인버그 교수가 말했다. “뇌가 쉽게 자극 받는 시기와 제동 장치가 자리 잡는 시기 사이의 이 같은 공백이 취약한 기간이다.” 사춘기의 시작이 빨라지는 만큼 이 기간도 앞당겨진다. 이 기간 중에는 아이가 이렇다 할 준비 없이 무방비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조숙한 여자아이는 자연스레 원치 않은 관심을 받게 된다. “쇼핑몰에서 마주친 어린 숙녀가 15세처럼 보이면 그 나이에 맞게 대한다”고 바이로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실제론 11세라면 어떨까?” 그리고 그런 아이의 두뇌에선 호르몬이 소용돌이친다. 따라서 어린 여자아이가 나이 든 언니 오빠들과 어울리며 분위기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여자아이가 신체적으로 아무리 성숙해도 심리사회적인 성숙도는 여전히 실제 연령을 따른다. “높은 연배의 남자아이들과 어른이 이 여자아이들을 꼬시려할 때 거기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을까? 분명, 성인 여성은 원치 않는 성적 관심에 대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허먼-기든스 교수가 평했다.



두뇌는 상당히 가소성(외부 작용으로 변하는 성질)이 크다. 이 같은 스트레스의 경험에는 희생이 따른다. 조숙한 여자아이는 흡연율이 더 높고, 약물남용 위험이 크고, 섭식장애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 같은 영향은 대부분 어릴 때 경험하지만 그중 일부는 성인이 된 뒤에도 이어진다. 예컨대 어린 나이에 경험한 약물 남용과 우울증은 재발하기 쉽다. 게다가 사춘기를 일찍 맞는 사람은 성인이 된 뒤에 고혈압과 심혈관계 이상 등의 건강 문제를 겪는 비율이 보통 사람보다 더 높다.



“사춘기는 그런 취약한 틈새 중 하나로 간주된다”고 바이로 교수가 말했다. 사회 및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신체가 특히 민감할 때다. 특히 빠르게 발육하는 소녀의 유방조직은 완전히 성숙한 여성의 유방조직과 달리 해로운 환경 오염물질에 더 취약하다.



바이로 교수에 따르면 요즘 여자아이들은 사춘기가 더 일찍 시작되면서도 과정은 더 느리게 진행된다. 위험한 상태에 머무는 기간이 더 길어진다는 의미다. 바이로 교수 등이 공동 발표한 조사에선 더 이른 나이에 초경을 맞는 여성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최대 30% 더 높았다. 그리고 “초경 연령이 한 해 늦춰질 때마다 폐경 전 유방암 위험은 9%씩, 폐경 후 유방암 위험은 4%씩 감소했다.”



이른 유방 발달은 또한 생식기관 암을 부른다고 허먼-기든스는 말한다. “유방이 커지기 시작하면 몸에서 에스트로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과 결합할 때 암을 유발하는 인자로 알려졌다. 조숙한 여자아이는 사춘기가 일찍 시작된 탓에 그 기간만큼 에스트로겐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따라서 평생에 걸쳐 생식기관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유치원생 때 임신할 수도



여섯 살 레베카처럼 성조숙증 진단을 받은 아이에 대한 의학적 해결책이 있다. 호르몬 요법으로 성적 성숙 과정을 중단시킬 수 있다. 그 뒤 적당한 나이에 약을 중단하면 사춘기가 시작된다.



성조숙증 진단을 받은 소녀 중 일부는 뼈와 성장의 심각한 이상을 막기 위해선 약물 치료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레베카도 이 부류에 속했다. 조숙한 아이들은 유치원 때 또래보다 키가 15㎝ 더 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어린 나이에 성장을 멈추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성인이 됐을 때 기대만큼 키가 크지 않는다. 152㎝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춘기를 겪는 평균 연령이 계속 크게 낮아지면서 내분비계 장애(endocrine disorder)와 이른바 정상적인 발육 간의 경계선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성조숙증으로 분류하는 여자아이 중 다수가 지금은 필시 정상으로 여겨질 성싶다”고 미국 국립아동의료센터의 폴 캐플로위츠 박사가 말했다. “새로운 현실의 하부를 구성하는 건강한 아이들로 말이다.” 따라서 부모 입장에선 어린 딸에게 약을 투여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상당히 어렵게 됐다.



이처럼 애매한 경우 호르몬 치료의 결정은 잠재적인 혜택과 폐해 간에 균형점을 찾는 문제다. ‘부신 리셋 다이어트(The Adrenal Reset Diet)’의 저자인 앨런 크리스찬슨 박사에 따르면 약물 자체는 단기적인 부작용과 지속적인 합병증의 가능성을 모두 갖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두통, 안면홍조(hot flashes), 질 출혈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갑상선 장애 등이 있다.



치료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걸림돌은 비용이다. 약값이 검사 비용을 제하고 연간 최소 1만5000달러(약 1650만원)에 달한다. 엘런의 경우엔 그 비용을 대부분 보험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그러고도 별도로 연간 수천 달러가 들었다.



그런 까닭에 많은 부모가 두 손을 들고 만다. 조숙한 딸을 위해 해줄 일이라곤 취약한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정성껏 돌봐주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결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종종 힘들고 고독한 길인 경우가 많다. 엘런의 말마따나 “성조숙증은 알레르기 같은 증상과 달라 놀이터나 학교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는 자녀를 둔 다른 엄마들을 쉽게 만날 수 없다.”



그러나 약물을 선택하는 다른 부모도 많다. 캐플로위츠는 아주 어린 소녀들이 생리로 고통 받는 사례를 목격했다. 따라서 “10세가 되기 훨씬 전에 생리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는” 그런 조숙한 소녀들을 약물로 치료하는 데 “이의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요즘 8세가 된 직후 가슴이 커지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여자아이가 적지 않다.



성장의 외형적 징후와는 다른 문제도 있다. 부모가 의학적 치료를 선택하는 원인은 대체로 신장 문제나 가슴 발달 문제가 아니다. “내 경험으론 대개는 딸아이가 어린 나이에 생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캐플로위츠가 말했다.



채팅방의 한 엄마는 “딸이 언제든 생리를 할 가능성(3~4세 경에 이미 분비물이 나왔다)이 키 요인을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유치원생 나이에 임신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치료를 결정하기에 충분했다.”





SUSAN SCUTTI NEWSWEEK 기자,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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