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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윈스키’때 백악관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영입됐던 이유는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황장석 저널리스트] ['워싱턴에 기우는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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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5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실리콘밸리 CEO들의 디너 파티. 오바마 대통령 왼쪽에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 오른쪽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와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도 보인다. /사진=백악관
결국 중요한 건 정치적 힘이다. 실리콘밸리 기술기업(tech companies)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이 2013년 연방무역위원회(FTC)의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는 과정에서 FTC와 백악관을 상대로 막대한 로비를 벌였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가 있었다. WSJ 기사의 핵심은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FTC 고위 관계자를, 에릭 슈미트 회장이 백악관 선임고문을 만나는 등 대대적인 로비를 했고, 이런 로비가 무혐의 판결과 무관치 않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구글은 이들이 관련 인사들을 만난 것은 맞지만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와는 무관한 것이었다고 반박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구글블로그 원문 보기

사실관계는 일단 제쳐둔다 해도, 법적 제도적 문제에 부딪히면 정치적 로비를 통한 해결에 나서는 이른바 ‘옛날 방식(old-school)’은 기술기업들 사이에서 하나의 흐름이 된 듯 하다. 어찌 보면 대세다. 오바마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내거나 민주당 진영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이 줄줄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아마존은 지난 2월 제이 카니 전 백악관 대변인을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카니 부사장은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6월 백악관 대변인을 맡았다. 그는 시사주간 타임 기자 출신으로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을 출입하기 시작했는데, 2008년 조 바이든 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맡으며 정치권에 발을 담갔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보도 등에 따르면, 로비와 홍보를 총괄하는 카니 부사장은 드론(무인기) 택배사업 등과 관련한 정부 규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한다.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 가족과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DC를 오간다고 한다. 폴리티코 원문 보기

이보다 앞서 지난해 8월엔 유사 콜택시 서비스 우버가 데이비드 플루프 전 백악관 선임고문을 정책 전략 부문의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플루프 부사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과 재선에 기여한 핵심참모. 인터넷 캠페인과 지역조직 전문가인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정치판에 뛰어들어 밑바닥부터 활동해온 만큼, 민주당 진영에서 발이 넓은 인사다.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우버가 그를 영입한 건 택시업계의 반발, 기존 규제와의 충돌에 따른 정부기관 등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플루프 부사장도 우버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DC를 오간다고 한다. 폴리티코 원문 보기

우버가 플루프를 영입하는데 다리를 놔준 인물이 짐 메시나. 우버를 비롯해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 중고차 사이트 비피(Beepi) 등의 자문역을 맡으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규제 관련 민원을 해결하는 인사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재선 선거캠프의 핵심참모였다. 오바마 재선에 ‘돈 줄’이 됐던 민주당 진영의 덩치 큰 슈퍼팩(Super PAC?정치활동위원회)의 하나인 ‘미국 최우선 행동(Priorities USA Action)’을 이끌며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출마 대비 기금모금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시나와 그가 영입한 플루프의 도움으로 우버는 버지니아와 펜실베이니아에서 택시업계 등과의 갈등에 따른 영업정지 위기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당 주 정부와의 협상을 매끄럽게 만들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에어비앤비가 정부 측과 규제 문제로 심각하게 갈등해온 뉴욕에선 그 지역의 민주당 소속 척 슈머 상원의원과 연결시켜 줬다. 비피의 경우, 자동차 판매 규제와 관련한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고위공직자와의 면담을 주선했다. 블룸버그 원문 보기

그런가 하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 정국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내고 , 2004년 존 케리 대통령 후보 수석고문으로 활동한 조 로카트는 2011년 6월 페이스북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페이스북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로비와 홍보를 총괄하는 역할이었다. 폴리티코 원문 보기

페이스북은 또 래리 서머스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하버드대 교수)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마르니 리바인(Marne Levine) 현 글로벌 공공정책담당 부사장을 영입했다. 리바인 부사장은2013년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했던 인물이다. 서머스 교수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뒤 2011년 6월 온라인 지급결제 회사인 스퀘어(Square)의 이사회 임원으로 영입됐다. 그는 클린턴 정부에선 재무장관을 지냈다. 워싱턴포스트 원문 보기, 포브스 원문 보기

또한 오바마 정부에서 환경청(EPA)을 이끈 리사 잭슨 전 청장은 2013년 5월 애플의 환경 프로그램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애플 제품의 배터리와 관련한 환경오염,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의 환경오염 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관련 정부 조직의 수장을 영입한 사례였다. 포브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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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엘런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NASA
오바마 대통령이 실리콘밸리(가 상징하는) 기술기업 인사들을 중용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메건 스미스 전 구글엑스 담당 부사장을 백악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데려갔다. 백악관 전 CTO였던 한국계 토드 박도 실리콘밸리 기업가 출신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월 말 ‘왜 실리콘밸리가 오바마 인사의 새 회전문인가(Why Silicon Valley is the new revolving door for Obama staffers)’라는 기사에서 배경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2004년 구글 캠퍼스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실리콘밸리에 호의적이었고, 대선 과정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막대한 정치자금 후원을 받으면서 돈독한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넷 선거운동의 수혜자였으니 실리콘밸리에 더욱 친밀감을 느꼈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원문 보기

사실 워싱턴 DC 인사들이 기술기업에 영입되는 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의지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자신의 취임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 지명된 공직자들에 대한 로비 금지 조항을 담은 행정명령을 내렸다. 공직을 맡기 전 2년 동안 자신이 몸 담았던 회사나 고객 관련 정책결정을 금지하며, 공직을 그만 둔 뒤 2년 동안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정부기관 로비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회전문 금지’ 항목이 네 개나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국방부 부장관 내정자가 군수기업 임원으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나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백악관 홈페이지 원문 보기

어찌됐든 앞으로도 기술기업들이 법적 정치적 분쟁과 규제 문제를 풀기 위해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을 영입하는 사례는 이어질 것 같다. 우버와 같이 기존 규제와의 충돌이 잇따르는 ‘주문형 경제’ 혹은 ‘공유경제’ 분야의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정치력을 동원할 수 있는’ 워싱턴 DC 출신 인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 것 같지 않아서다.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은 지난달 백악관을 떠난 ‘오바마의 오른팔’ 댄 파이퍼 전 백악관 선임고문. 그는 페이스북, 트위터, 버즈피드 등 뉴미디어로 무게중심을 옮긴 오바마 정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면서 수시로 실리콘밸리를 오갔었다.

한국에선 얼마 전 구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를 지낸 임재현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을 구글코리아 로비 관련 업무의 총괄 책임자로 영입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임 전 실장은 10년 동안 이 전 대통령을 수행한 ‘MB의 그림자’. 임 전 실장 영입은 구글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한국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구글세’ 도입 움직임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다만 정치적 갈등 관계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사이가 가깝다고 하기 어렵고, 현재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 핵심참모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실리콘밸리=황장석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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