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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영 기자의 오후 6時] 슬픔이 없는 십오 초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라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청춘이라는

심보선의 '청춘'


괴로운 나날들을 어쩜 이렇게 잘 골랐는지 속속들이 공감되는 이 시는 시인 심보선의 '청춘'이라는 시 입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생각했던 지금의 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 지금쯤이면 누구보다도 당당한 사회 여성이 됐어야 하는데 말이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친구들도, 가정을 꾸리며 설레는 모습의 친구들도, 누가 봐도 입이 떡 벌어지는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도, 모두 저를 앞질러 뛰어가는 것만 같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답을 찾아 자신만의 길을 가는 모두에게도 괴로운 나날들이 있겠죠. 그러니 나는 조금 일찍 겪는다고 해서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죠.

시 구절 중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라는 말이 가장 와닿네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당신의 터닝포인트가 될 겁니다.

강남통신 송혜영 기자 sincerehear@joongang.co.kr


[송혜영 기자의 오후 여섯 詩]
나쁜 날들에 필요한 말들
늑대의 자살
이력서 쓰기
박연준의 『소란』 중에서
쉼없이 달음박질한 내 젊음에게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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