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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 총리 4·19 연설 때 굵은 빗줄기 아무도 우산을 씌워주지 않았다

장세정
정치·국제부문 기자
19일 오전 10시18분 서울 수유동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이완구 국무총리는 “부정과 불의에 맞서 꽃다운 목숨을 바치신 민주영령들께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날 제55주년 4·19혁명 기념식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출국 후 이 총리가 참석한 첫 공식행사였다.

 총리실 관계자는 “4·19 기념식은 총리가 참석하는 게 관례”라며 “이 총리는 ‘대통령께서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고 한 말씀(17일)대로 미리 예정된 일정을 소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오전 10시15분에 예정됐던 이 총리의 기념사는 3∼4분 늦은 10시18분쯤 시작됐다.

 이 총리가 기념사 초반부를 읽어내려갈 무렵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행사 참석자들은 의자 위에 놓여 있던 비닐 비옷을 입었다. 그러나 이 총리는 비를 맞으며 연설을 계속했다. KBS가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총리실 관계자나 행사 진행 요원 누구도 이 총리에게 우산이나 비옷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이 총리는 빗속 연설에서 “우리 모두가 마음껏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바로 4·19혁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4·19는 민주주의와 정의의 표상으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켜 국가의 품격을 드높이고 세계 속에 당당한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켜 국민적 어려움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고도 했다.



 5분가량 혼자 비를 맞으며 연설을 마친 이 총리가 본래 자리로 돌아와 앉자 그제야 주변에서 “비옷을 입으시라”고 권했지만 이 총리는 사양했다. 결국 총리실 직원이 뒤늦게 이 총리의 등 뒤에서 비옷을 입혀줬다.

 이날 이 총리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의 영접을 받고 행사 5분 전인 오전 9시55분쯤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먼저 도착한 김무성 대표와는 악수만 했을 뿐 대화는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7시45분쯤 미리 참배해 이 총리와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이 총리는 행사장에서 바로 옆에 앉은 이석현(새정치연합) 국회부의장이 “(외유 중인)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느냐”고 묻자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관례에 따르면 해외순방 중 보고 라인은 대통령 비서실장”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장을 떠나면서 이 총리는 기자들이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대통령께서 안 계시지만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국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총리 해임 건의안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

 이 총리는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과 21일 국무회의 일정도 정상 소화할 것이라고 총리실 측이 전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총리가 정부 공식일정을 소화하고는 있지만 거취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장세정 정치·국제부문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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