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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3월 이완구 '사정 담화' 지켜보다 크게 화냈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 총장은 3월 12일 이완구 총리의 ‘부패와의 전면전’ 담화가 발표되자 수사 방향이 왜곡될 수 있다며 화를 냈다고 검찰 간부들이 전했다. [뉴시스]

“지난 3월 12일 이완구 국무총리의 긴급 ‘사정 담화’가 화를 자초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19일 ‘친박(친 박근혜계)’ 핵심 실세가 대거 포함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촉발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히 “당시 이 총리의 ‘부패와의 전면전’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던 김진태 검찰총장이 ‘어떻게 저런 얘기를 할 수가 있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고 전했다. 이 총리 담화가 사전에 검찰과 조율되지 않은 것이었다는 의미다.

 김 총장이 화를 낸 이유에 대해 검찰 간부들은 “수사의 순결성을 해치고 검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힘을 빼는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직 총리가 담화까지 발표하니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으로 일선 검사들이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총리가 담화문 발표가 아니라 국무회의에서 법무부 등 관계부처에 지시하면 되는 사안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이번 수사는 총리 담화문과는 무관하며 총리실이 담화 발표 전에 우리와 사전 조율하는 과정도 없었다”며 “수사는 밀행성이 중요한데 총리 담화로 공개 수사가 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근거로 자원개발 의혹에 대한 수사 방침은 총리 담화 한 달 전인 지난 2월에 이미 섰다는 점을 들었다. 이 간부는 “국회에서 국정조사 얘기가 나오는 등 시끄러워지자 한 곳에 모아서 해야겠다고 판단해 수사 준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총리 담화가 돌출하면서 자원개발 의혹 수사가 이명박 정부 실세 등 특정 그룹을 겨냥한 ‘표적 수사’로 왜곡돼 받아들여졌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실제로 총리 담화 엿새 후인 3월 18일 검찰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면서 성완종 전 회장은 “이완구(총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나를 죽이려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녹취록 내용 등을 통해 드러났다. 경남기업이 자원개발 수사의 첫 번째 타깃이 된 게 이 총리 때문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총리는 수사 착수 이후인 3월 22일 성 전 회장과 한 차례 통화한 적 있다고 시인했다. 이 총리는 최근 “‘억울하다 좀 도와달라’고 해서 ‘법과 원칙에 의해서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당일 성 전 회장은 측근들과 만나 “(경남기업 수사는) 이완구 작품이다. 사정 대상 1호가 사정을 하겠다고 한다”며 이 총리에 대해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성토했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은 검찰이 지난 6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효과가 없자 9일 8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남기고 죽음을 택했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선 “성 전 회장이 총리 지시로 검찰이 경남기업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이 총리 담화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총리실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합작품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검찰의 수사 일정을 체크해 오던 민정수석실이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상처를 입은 이 총리에게 반전카드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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