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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비망록' 등장 의원만 220명 … 장례식장 조문은 여야 합쳐 20여 명

“비서실장이 된 뒤엔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의정활동 외에는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이완구 총리와 총리 공보실)

 “충청포럼 등에서 본 적이 있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목숨을 끊은 이후 열흘간 그와의 관계를 부인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한 하루하루였다. 직간접으로 파문에 얽힌 이들 중에는 “난 성완종을 잘 모른다”며 손을 내젓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정치권의 한 원로는 “요즘 리스트 정국을 보고 있으면 ‘염량세태(炎凉世態)’란 말이 떠오른다”고 했다. ‘뜨거웠다가 차가워지는 세태’라는 의미다.

 ◆관계 부인형=반기문 총장은 남동생인 기상씨가 최근까지 7년간 경남기업의 고문으로 일했다. 반 총장은 지난 16일 워싱턴에서 만난 한국 기자들에게 “성완종씨와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의 저서에 반 총장이 추천사를 써 줬고, 성 전 회장이 총선에 출마한 2012년 3월 사무실을 찾은 동생 기상씨가 “형님(반 총장)께서 특별히 전화를 주셔서 이곳을 찾았다. 성완종 후보와 저희는 가족, 친구 같은 관계”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비서실장이 된 뒤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2013년 11월 식사한 사실이 드러나 체면을 구겼다. 비서실장 시절 출입기자들의 전화조차 받지 않아 ‘청와대 불통의 상징’으로 불린 그였지만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10일 이후 TV나 라디오의 뉴스 프로그램에 등장해 결백을 주장했다. 청와대 정무·홍보라인 관계자들에게 “내 바뀐 휴대전화 번호를 기자들에게 알려 주라”고 독려했다고도 한다. 이완구 총리도 성 전 회장과의 친분을 부인했다가 이를 뒤집는 사례들이 공개되면서 코너에 몰렸다.

 ◆고백형=‘고백파’도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은 성 전 회장에게 후원금 500만원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여야를 통틀어 유일한 후원금 공개였다. 박 의원은 “어차피 누가 받았는지 드러날 테니 미리 후련하게 말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목숨을 끊기 전날 밤 둘이 만나 냉면을 먹었다”고 친분을 스스로 공개한 김한길 의원, “올 초 만났는데 선거법 위반사건을 무척 억울해하더라”고 전한 박병석 의원도 비슷한 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직후 “도와달라기에 ‘결백하면 당당히 수사에 임하라’고 말했다”고 털어놓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넓은 의미의 ‘고백형’이다.

 ◆의리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은 의리형으로 꼽힌다. 서청원 최고위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상현·김태흠 의원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구명활동을 도와 리스트에서 빠진 것 아니냐”는 시선에 곤혹스러워했다. 새누리당 내 비주류인 친이명박계 의원들은 “이 전 대통령 주변에도 성 전 회장을 끔찍하게 챙긴 사람들이 있다”는 증언들이 나와 공이 어디로 튈지 불안해한다.

 ◆노심초사형=다수는 성 전 회장과의 관계를 밝히자니 꺼림칙하고 가만히 있자니 불안해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유형이다. 2013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의 약속 등이 담긴 ‘성완종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국회의원만 220명이다. 반면 지난 10~13일 서산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아 성 전 회장을 조문한 의원은 여야 합쳐 20여 명에 불과하다.

서승욱·현일훈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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