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빵 굽고 담고 한 동작씩 분업 … 직원 80% 장애인 뽑은 회사

서울 성동구의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에서 직원들이 직접 만든 쿠키를 포장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 업체는 직원 110명 가운데 90명이 발달장애인이다. [김경빈 기자]

심은성(23·자폐성 장애 3급)씨는 서울 성동구의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에서 일한다. 제과기능사가 반죽을 배합해 주면 심씨는 반죽을 모양 틀로 찍어 쿠키 모양을 만든다. 심씨는 “쿠키를 열심히 만들어서 번 돈으로 엄마한테 용돈도 드린다”며 웃었다. 심씨가 찍어낸 쿠키를 이성균(27·지적장애 3급)씨에게 건네면 이씨는 오븐에 넣어 구워낸다. 심씨는 “초콜릿 쿠키는 180도, 마들렌은 160도, 머핀은 175도예요”라며 빵과 쿠키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오븐 온도를 줄줄 외웠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110명 가운데 90명이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이다. 모두 정규직으로 하루 4~8시간 일하고 월급 60만~120만원을 받는다. 이곳에선 누가 장애인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다만 여느 제과점의 작업 현장과 다른 점이 있다. 작업 과정을 여러 단계로 쪼개 분업화해 한 사람이 단순한 일을 반복해 하게 한 것이다. 대표 이진희(50)씨는 “쉬우면서도 반복적이고 규칙이 있는 일을 좋아하고 꼼꼼하게 잘하는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문을 연 베어베터는 쿠키·빵·원두커피·명함 등 다른 기업에 꾸준히 납품할 수 있는 상품 위주로 만들고 있다. 네이버·다음카카오·이베이·에르메스·커피빈·교육부·성동구청 등의 기업과 관공서 50여 곳에 상품을 납품한다. 베어베터는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를 발판으로 성장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야 하는 기업이 장애인 고용기업과 거래하는 경우 부담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직무 특성상 직접 고용이 어려운 회사가 장애인을 간접 고용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에 나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장애인은 얼마 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19일 발표한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장애추정인구는 273만 명이다. 이 가운데 경제활동을 하는 비율은 36.6%(전체 인구의 경제활동률은 60.9%)다. 장애인의 차별경험률은 2011년 80.7%에서 지난해 72.6%로 줄어들었지만 구직활동 중 차별을 경험한 이들은 2011년 34%에서 지난해 35.8%로 오히려 늘었다.

 지체장애인인 김선영(27)씨는 “아동복지 전문 사회복지사가 꿈이지만 면접을 보러 가면 ‘그 몸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겠느냐’는 말만 돌아온다”고 했다. 이러한 취업 차별은 소득 저하로 이어진다. 지난해 장애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의 반 토막인 223만5000원(전국 가구 415만2000원)에 그쳤다. 소득 저하는 다시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장애인 가운데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비율은 77.2%(비장애인 34.9%)에 달했다. 1인당 앓고 있는 만성질환 개수는 1.8개(비장애인 0.5개)로 조사됐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변용찬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은 “장애 특성을 고려해 취업 지원제도를 세분화해야 한다. 경증장애인과 신체장애인(지체·시각장애 등)은 기업에서 직접 고용하도록 지원하고, 중증장애인과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의 경우는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 등 간접 고용제도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이에스더·정종훈 기자 etoile@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