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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덕꾸덕 말라가는 가슴에 … 단비 뿌리는 시인 둘

문인수(左), 문태준(右)
‘중량급’ 시인 두 사람이 나란히 새 시집을 냈다. 문인수(70)와 문태준(45). 뭉클한 시편들로 독자들의 마음을 다독여온 대표적인 서정시인들이다. 각각 2007년과 2005년 미당문학상을 받은 시인들이기도 하다.

 문인수씨의 시집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창비)는 지난해 『달북』 이후 1년 만에 펴낸 열한 번째 시집이다.

문태준씨는 2000년 첫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이후 2, 3년 주기로 시집을 출간해 왔다. 이번 시집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창비) 역시 『먼 곳』 이후 3년 만에 펴냈다. 여섯 번째 신작 시집이다.

 같은 문씨, 미당문학상, 서정시라는 공통점을 빼면 두 사람의 시 색깔은 사뭇 다르다. 연륜과 경험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일까.

 문인수씨의 시집에는 ‘인생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흐르는 세월에 대한 자각, 그에 따른 삶의 유한성. 그런 것들을 의식하는 시인의 눈은 종종 대상이나 풍경의 깊은 곳에 이른다. 거침없는 직관의 힘이 느껴진다.

 ‘홍탁’도 그런 시다. 시인은 술안주 홍어회를 먹는 장면을 ‘어두운 마음이/검은 발자국처럼 납작 숨죽여/바닥인 놈, 씹는 중이다’라고 묘사한다. 홍어회를 ‘잘 삭힌 독(毒)’ ‘살짝 썩힌 생(生)’으로 비유한 뒤 ‘그리움은 절대로 눈앞에 다가오지 않고, 오지 않는 것만이 그리움이어서, 오래 기다리는 마음은 망하고 상해서/역하다’고 표현했다.

 홍어회는 어른들의 음식이다. 썩힌 맛이라는 모순과 역설의 매력을 알 만한 나이의 사람들이 먹는다. 인생은 근원적인 그리움으로 문드러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시에 깔려 있다.

 문태준씨의 시는 최근 몇 년 새 군더더기가 없어지고 투명해졌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 시집도 마찬가지다. ‘시련이 왔었지만 회복되었다’는 시집 뒤편 시인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요즘 그의 시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내면, 마음 안의 고요한 움직임을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수변시편’ 연작 중 하나인 ‘호수’가 그렇다.

 ‘물이 물과 함께//가난한 자매처럼//시오리를 걸어서//섬돌 아래에 와//괸 저녁처럼//웅크려앉은 여기//소곳하게//고개를 숙인 여기//손이 트기 시작하는//늦가을//물결처럼//뒷등에’.

 전문(全文)이다. 한 행을 한 연으로 삼아 여백을 늘려서인지 고즈넉함이 더하다. 수묵 담채화 같다.

 굳이 두 사람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어머니에 대한 시가 여러 편 있다는 점이다. 문인수씨의 ‘조묵단전(傳)’ 연작, 문태준씨의 ‘망실(亡失)’ 같은 시가 그렇다.

 문인수씨는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문태준씨의 어머니는 투병 중이다. 가장 소중한 육친이 먼저 걸어간 인생길. 문드러진 그리움이고 저녁 무렵 물가 같은 그 인생길이 두 사람 서정시의 바탕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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