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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시각장애 이기고 재판연구원 된 김동현씨

“저같은 시각장애인도 여건만 주어지면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신임 재판연구원(로클럭) 김동현(33·사진)씨는 이렇게 말했다. 시각장애 1급(전맹·全盲)인 그는 지난 10일 발표된 제4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에 올랐다. 20일부터는 서울고법 민사34부에 배치돼 2년간 재판부를 보조하며 실무 경험을 쌓게 된다.

 김씨가 처음부터 시각장애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부산과학고와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한 뒤 행시 기술직을 준비하던 김씨는 “법을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탄탄대로를 걷던 그의 인생은 2012년 5월 고비를 맞는다. 의료사고로 하루아침에 양쪽 시력을 모두 잃은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눈을 잃었다고 꿈까지 잃은 건 아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1년간의 재활치료 과정을 거친 뒤 2013년 3월 로스쿨에 복학했다. 김씨는 “시력을 잃은 후에는 모든 걸 소리로 들어야 하는데 그 소리가 너무 무서워 처음엔 밖에도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일상생활에는 적응을 했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공부할 교재가 없었다. 교재가 대부분 전문 법률서적인 탓에 점자책은 물론, 청독할 수 있는 음성교재도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매번 국립장애인도서관과 학교 내 장애학생지원센터 등에 ‘대체자료’ 제작을 신청해야 했다. 김씨 같은 시각장애인이 책을 보려면 교재를 점자화하거나 디지털음성도서(데이지) 등으로 변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도 전보다 배 이상 걸렸다. 그럼에도 김씨는 항상 상위 10% 안에 드는 성적을 기록했다.

 김씨의 꿈은 판사다. 그는 “주변에 장애인이 있어야 그들의 불편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며 “제가 판사가 된다면 법원 구성원 모두가 사회 불평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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