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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 154야드 이글 … 으라차차 빨간바지

김세영이 18번홀에서 칩샷을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티샷이 물에 빠져 벌타를 받았지만 멋진 칩샷으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호놀룰루 AP=뉴시스]

김세영(22·미래에셋)이 물에 빠졌다가 살아났다. 마지막 홀 티샷이 물에 빠져 패색이 짙었으나 칩샷을 홀인시켜 연장에 들어갔고, 샷이글로 화려하게 승부를 마무리했다.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코올리나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다.

 김세영은 프로 전향 후 6번의 우승을 모두 역전 드라마로 장식, 역전의 여왕으로 불린다. 반면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하면 오히려 역전을 당하곤 했다. 6일 끝난 ANA 인스피레이션에서는 3타 차 선두로 나섰다가 75타를 치며 무너졌다. 이번엔 달랐다. 김세영은 역전패 바로 다음 대회에서 보란 듯 우승을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앞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깔끔하게 끝내지는 못했다. 외줄 타듯 아슬아슬했고, 리드를 놓쳤다. 그러나 김세영은 위기에 몰리자 기적같은 칩샷과 이글로 승부를 뒤집었다. 최종라운드 빨간 바지 마법도 이어갔다.

 하와이 야자수가 대나무처럼 흔들렸다. 12언더파 선두로 출발한 김세영도 그랬다. 2, 3번 홀에서 3타를 잃으면서 한 조에서 경기한 박인비(27·KB금융그룹), 김인경(27·한화)과 육박전을 치러야 했다.



 11번 홀을 마친 후 세 선수는 나란히 11언더파였다. 이후 세 선수 모두 굳세게 버텼다. 17번 홀에서 균형이 깨졌다. 하루 종일 뛰어난 샷감을 보이던 박인비가 그린을 놓쳐 벙커에 빠졌다. 김세영은 그린에 올리기는 했지만 버디 퍼트 거리가 내리막 20m 정도여서 파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루 종일 힘겹게 파 세이브를 하면서 근근이 버티던 김인경만 6m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중요한 순간이 되자 박인비가 진가를 보였다. 7m 쯤 되는 파 퍼트를 쑥 넣었다. 김세영의 5m 내리막 파 퍼트는 오른쪽으로 빠지는 듯 하다 아슬아슬하게 홀에 떨어졌다. 퍼트를 잘 하던 김인경은 버디 퍼트가 길었고 2m 오르막 파 퍼트를 확 당겼다. 가장 유리했던 김인경만 보기를 했다.

 18번홀에서 김세영은 하이브리드로 쳤는데도 뒷바람을 받은 공이 물에 빠졌다. 그는 “티샷이 물에 갈 수가 없는데 들어갔다. 그래서 나에게 또 엄청난 일이 생기려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박인비가 파를 확정하면서 경기가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김세영은 드라마를 만드는 선수다. 그는 5.5m 칩샷을 홀에 집어넣고 클럽을 던지며 만세를 불렀다. 연장전에서 김세영은 154야드에서 세컨드샷(8번 아이언) 그대로 홀인시키고 경기를 끝냈다.

 김세영은 “내가 오늘 뭘 한지를 잘 모르겠다. 그러나 우승할 때마다 이런 믿기 힘든 일들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2013년 한화금융 클래식 마지막날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에게 6타를 뒤지다 홀인원과 이글을 천둥처럼 몰아치면서 역전승을 거둔 일이 있다.

 4라운드 1오버파, 합계 11언더파를 기록한 김세영은 올 LPGA 투어 시즌 첫 2승 선수가 됐다. 시즌 초반이지만 다승 1위다. 상금 27만 달러(약 2억9000만원)를 받아 상금 랭킹 1위(69만9735달러)로 올라섰다. 올해의 선수상 점수도 1위고, 신인왕 점수도 1위를 단단히 굳히게 됐다.

 박인비는 강풍이 부는 4라운드에서도 롱게임이 거의 완벽했다. 페어웨이를 놓친 홀이 3번, 그린을 놓친 홀이 4번에 불과했다. 그러나 장기인 퍼트가 잘 안됐다. 도망가야 할 곳에서 도망가지 못했고 결국 김세영의 칩인 파와 샷 이글에 무릎을 꿇었다.

 2012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짧은 퍼트를 넣지 못해 우승을 놓친 비운의 스타 김인경은 버디 기회를 잡은 17번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9언더파 3위가 됐다.

 최운정(24·볼빅)과 김효주(20·롯데)가 7언더파 공동 4위다. 톱 5 선수 모두 한국 선수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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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