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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케이블은 방송인가 홈쇼핑인가?

김충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우리나라처럼 홈쇼핑이 단시일 내 지금처럼 막강하고 유력한 유통조직으로 자리 잡은 예는 흔하지 않다. 그 이유와 배경은 다양하지만 어쨌든 유통기구로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니 그 역할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방송과 연계된 유통 및 마케팅은 여러 가지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기법과 기술로 소비자를 확보하게 됐다. 이러한 경험과 기법을 바탕으로 이미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모 유명 여배우가 단시간에 20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해 화제가 되기도 할 정도로 홈쇼핑의 힘은 대단하다. 그러나 이 못지않게 어두운 면 또한 다양하고 심각하다. 소비자에 대한 과도한 충동구매 유도나 제품의 질에 대한 보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보다 심각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질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부를 만큼 강자로서의 횡포는 매우 심각하며, 여기에는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도 예외가 아니다.

 소위 ‘갑질’에 대한 원성은 하늘을 찌를 듯하고 이미 ‘범죄’로 드러난 사례도 적지 않다. 또 주요 홈쇼핑은 대기업이거나 계열사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시장 메커니즘의 왜곡이나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인지 이러한 문제는 간과된 채 오히려 제7의 채널(비록 중소기업 전용이지만) 선정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이미 중소업자나 자영업자의 골목상권에 대한 배려와 보호 차원에서 대형마트는 의무 휴일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홈쇼핑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균형과 형평성 차원의 문제도 간과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에 대한 검토나 제도적 개선 없이 중소업체를 위한 또 하나의 채널을 선정한다고 하니 우려가 앞선다.

 과거 중소기업 전문 채널로 허가받은 홈쇼핑을 결국 대기업이 인수한 사례를 볼 때 과연 또 하나의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의 선정이 시급한지 의문이다. 선정에 앞서 확실한 명분과 운영 방향을 제시해야 하며, 또한 선정 시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는 제어장치가 제대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채널이 선정된다면 당초의 명분과 의도대로 운영될 것인지 매우 회의적이다.

 새로운 채널을 선정하기 전에 기존의 홈쇼핑 운영과 구조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곧 일부 홈쇼핑의 재인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번 기회에 철저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홈쇼핑에 대한 문제와 불신이 또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만약 평가 결과 부적격한 것으로 판단되면 채널 취소나 아니면 적어도 채널 배정의 불이익 등을 부과해야 할 것이다.

 홈쇼핑과 관련해 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방송 채널 배정에 관한 문제다. 홈쇼핑은 종합편성 채널처럼 케이블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은 보도나 오락 등 일종의 언론매체이나 홈쇼핑은 상행위가 그 기본이다. 현재의 채널 배정은 ‘언론’보다는 ‘상행위’가 더 우선시되는 방식으로 배정돼 있다. 즉 편리하고 선택권이 높은 채널의 앞 번호는 홈쇼핑에 배정돼 있고 종편은 오히려 뒤로 밀려나 있다.

 홈쇼핑은 가능한 한 지상파 채널과 인접한 채널을 보유하고자 하는데 그 이유는 지상파와 인접한 채널의 매출 증대 효과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채널 배정은 대략 이와 동일한 구조로 돼 있다. 비록 종편이 케이블이고 나름의 문제점도 안고 있지만 차츰 방송으로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채널 배정의 조정으로 인해 앞 번호가 배정된다면 시청자의 시청 권리와 편의성은 확실히 보장될 것이다.

 요즘의 시청 환경은 사실상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가정이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와 종편을 시청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상파와 종편 간의 시청 환경은 거의 동일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어느 곳보다 홈쇼핑 채널이 과도한 국가 중 하나다. 우리보다 시장이나 국토가 큰 미국이나 독일도 3개의 홈쇼핑 채널이 배정돼 있고 일본도 2개에 불과하다. 제7의 홈쇼핑 채널 선정에 앞서 방송이나 언론 기능의 중요성과 ‘상행위’ 기능을 비교·검토해 홈쇼핑과 종합편성 채널의 재배정을 심각하게 고려해 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플랫폼사업자의 권리와 송출 수수료 문제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홈쇼핑과 종편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시점에서 케이블방송의 근본적인 정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케이블방송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방송이나 언론보다는 홈쇼핑이 과도하게 우선시되고 있는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 보통 시청자들이 케이블을 켜는 일차적 이유는 방송을 시청하기 위한 것이지 홈쇼핑을 할 목적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김충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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