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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하다 생명 잃는 초응급질환, □□□□을 아시나요?



백신은 세균·바이러스 침입하는 것을 막는 방패다. 진단이 까다로운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대표적인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을 보자. 이 질환은 겉으로 드러나는 초기 증상이 감기·식중독·장염 등과 비슷하다. 머리가 아프고 팔다리부터 발진이 돋는 정도다. 문제는 질병의 진행 속도.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어떤 감염병보다 빨리 사망에 이른다. 첫 증상이 나타난 후 불과 하루이틀 만에 사망할 수 있다. 예방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매년 4월 마지막 주는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사무국이 제정한 예방접종 주간이다. 치명적인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증상과 예방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한 아이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중학생인 박동현(15·가명·충남 아산시)군은 하루 만에 삶이 완전히 돌변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촌들과 찜질방에서 놀고 과메기를 먹었다. 낮에 약한 감기 기운으로 몽롱한 상태였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사건은 늦은 밤에 일어났다. 열이 심하게 오르고 설사를 했다. 온몸에 불긋불긋한 발진이 빠르게 번졌다. 식중독이라고 생각한 가족은 박군을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결과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하지만 진단·치료가 늦어지면서 박군의 팔은 피부 괴사가 진행됐다.

증상으론 바이러스성·세균성 판별 어려워

뇌수막염은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발병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져서다. 뇌수막염은 중추신경계인 뇌와 척수를 감싸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크게 바이러스성과 세균성으로 구분한다. 전체 뇌수막염의 80%는 바이러스성이다. 1주일 정도 체력을 보충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세균성은 다르다. 수막구균·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폐렴구균 같은 세균이 호흡기를 통해 뇌로 침투하면서 급격히 악화된다.

 하지만 증상만으로는 바이러스성·세균성을 구분하기 까다롭다. 초기 증상도 발열·두통·메스꺼움·설사·구토·피부 발진 등이다. 이때 병원을 찾았어도 감기나 식중독·장염으로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진한 교수는 “세균성 뇌수막염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병원을 왔을 땐 항생제 치료를 해도 이미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늦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의 사망률은 약 10%.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 중 치사율이 높다. 발병 하루나 이틀 내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3일 만에 사망할 수 있다. 우선 콩팥·폐·심장 같은 장기가 도미노처럼 마비된다. 뇌출혈로 뇌기능이 망가지면 호흡이 약해진다. 신체 내 출혈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팔다리가 썩는다. 피부도 심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벗겨진다.

 신체적·심리적 고통도 크다.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데다 재활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도 크다. 2010년 영국 국가예방접종위원회(JCVI)는 수막구균 감염으로 감당해야 할 금전적 손실을 환산했더니 1인당 10억원 이상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이진수 교수는 “생존자 5명 중 1명은 사지절단·뇌 손상·청각 이상 등 중증 합병증을 겪는다”며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미국·영국·캐나다에서는 영·유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일 정도로 치명적인 감염병”이라고 말했다.


생후 12개월 안팎, 단체생활 감염 위험 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두 차례 발병 위험 고비가 있다. 첫째는 생후 12개월 전후 영·유아기다. 엄마로부터 받은 방어 면역항체는 줄지만 자가면역체계가 형성되지 않아서다. 특히 생후 6개월 이하 영·유아의 수막구균 감염이 가장 많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산후조리원 이용이 늘면서 위생관리 소홀로 뇌수막염·로타바이러스 등에 집단 감염되는 영·유아가 늘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청소년기도 주의해야 한다. 외부 활동이 늘면서 세균·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강 교수는 “청소년기는 일반인보다 수막구균 보균율이 2.5배 높다”고 말했다. 또래끼리 단체생활을 한다면 수막구균이 빠르게 퍼질 수 있다. 기침·재채기를 할 때 침이 튀거나 손을 씻지 않고 컵·수저·식기 등을 돌려쓰다가 감염된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이나 군인이라면 더 신경써야 한다. 이 교수는 “일상적인 접촉으로도 수막구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수막구균 감염자의 3분의 1이 10대 청소년이다. 함께 어울리면서 빠르게 퍼진다.

 수막구균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평소 손씻기, 마스크 쓰기 등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흔히 뇌수막염이라고 하면 이미 접종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으로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나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해서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원인균에 따라 각각 예방백신이 다르다. 별도로 접종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2012년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멘비오)이 처음으로 소개됐다. 생후 2개월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미국·캐나다 등에서는 대학 입학·군대 등 집단생활을 시작할 때 수막구균 뇌수막염 접종을 권한다.

인터뷰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진한 교수
“뇌수막염 초기 진단 어려워 백신 접종 필수”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흔한 감염병이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생후 6개월 이하 영·유아나 또래가 모여 집단으로 생활하는 군인·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 등이 고위험군이다. 상대적으로 국내보다 수막구균 감염률이 높은 미국·호주 등으로 유학을 고려하는 유학생도 조심해야 한다. 다음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진한(사진)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국·영국 등에서는 매년 1000여 명 이상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에 감염된다. 반면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은데 안전한 것 아닌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군대나 기숙사·요양시설·산후조리원 등 집단생활을 하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발병률이 높다. 2011년 논산훈련소에서 감기 증상을 보인 훈련병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사람이 몰리는 이슬람 성지순례 기간에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한국은 연평균 10여 건의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감염이 보고된다. 다만 실제 수막구균 발생률은 보고되는 것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

- 어떤 경로로 감염되나.

“감기와 마찬가지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수막구균이 있는 사람과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다가 기침·재채기를 통해 나오는 타액으로 전염된다. 이후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해 뇌수막염을 일으킨다. WHO에 따르면 인구 10명 중 1~2명은 목에 수막구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수막구균에 감염됐다고 모두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인구 10만 명당 2~3명에게서 뇌수막염 증상이 나타난다. 어떻게 감염·발병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 초기 치료가 늦어지는 이유는.

 “뇌수막염은 진단이 까다롭다. 발병 원인이 다양하고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만으로 감기·장염·식중독 등과 구별하기 어려워서다. 치료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우선 세균성·바이러스성 여부를 감별한다.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뇌척수액 검사다. 아이를 옆으로 눕힌 상태에서 아래쪽 허리의 척추 사이로 바늘을 찔러 뇌척수액을 얻는다. 15분 정도면 어떤 균에 감염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증상에 따라 적합한 항생제로 치료한다. 하지만 질병 진행속도가 빨라 불과 몇 시간 만에 심각한 상태로 악화된다.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항생제 치료를 해도 늦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예방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수막구균성 예방백신이 도입됐다.”

 -우리나라도 군대에서 신입 훈련병을 대상으로 수막구균 백신을 의무접종하고 있다. 어렸을 때 백신을 접종한 후 또 맞아도 괜찮나.

 “접종 스케줄 등을 고려하면 크게 상관없다. 우리나라는 2012년 11월부터 신입 훈련병을 대상으로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을 의무접종하고 있다. 사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발병률이 높은 연령층은 생후 6개월 이하 영·유아와 9세 이상 소아청소년이다. 고위험군이라면 백신 접종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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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