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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 빛내는 ‘美다스’의 손

‘10 꼬르소 꼬모 서울’ 청담점에 마련된 아제딘 알라이아 전시 모습.
‘스타일의 완성은 몸’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패션계에는 실제 몸에 대한 헌신으로 옷을 짓는 디자이너가 있다.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ia·75)다. ‘현존하는 패션계 전설’로 불리는 그는 “아름다움의 기본은 몸(The base of all beauty is the body)”이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그리고 옷은 (여성의) 몸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작업은 마네킹이 아닌 실제 사람의 몸 위에서 한다. 광고 한 번 제대로 안 하지만 미셸 오바마, 마돈나, 쟈넷 잭슨, 나오미 캠벨 등 세계적인 여성 명사들이 가장 중요한 순간 그의 옷을 찾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작품 같은’ 그의 의상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 서울’은 청담점 오픈 7주년과 에비뉴엘점 오픈 3주년을 기념하며 아제딘 알라이아 드레스 전시전을 마련했다. 국내 최초 단독 전시 형태로 열리는 이번 드레스 전시는 10꼬르소 꼬모 서울 청담점, 에비뉴엘점에서 오는 5월 3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장의 사방 벽을 둘러싼 알라이아의 드레스 사진들.
투박한 소재로도 가장 여성스러운 옷 창조
이번 전시는 2013년 9월부터 2014년 1월까지 파리 의상 박물관 팔레 갈리에라(Palais Galliera)재개관 기념으로 기획된 알라이야 특별전의 일부다. 빈티지 드레스 26점(청담점)과 고대 그리스 여신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가데스 컬렉션’(애비뉴엘)이 양축으로 공개된다. 특히 빈티지 드레스 컬렉션은 수십 년간 축적된 아카이브 중 알라이아가 직접 고르고 추린 것들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밀착의 귀재’라는 별명을 실감하듯 몸에 꼭 붙는 드레스들이 공간 중앙을 채운다. 잘록한 허리에 마치 인어공주처럼 무릎 아래부터 퍼지는 곡선이 ‘일라이아 셰이프’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81년 만든 니트 소재 긴팔 드레스부터 2011년 쿠튀르 드레스까지 40여 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디자인이다. 한데 지루하지 않다. 블랙 드레스 전체에 나선으로 몸을 감싸는 지퍼를 장식하거나 (2003 F/W 쿠튀르), 실크 골드 드레스에 모자를 덧대는 대신 가슴골을 깊게 파는 디자인(86년 S/S), 혹은 허리 아래로부터 발목까지 절개를 넣어 안이 보이도록 한 드레스(84년)까지 다양한 변주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몸에 붙으면서도 입기 편한 드레스를 만들기 위해 니트는 물론 스포츠웨어에 흔히 쓰이는 라이크라(스판덱스) 소재를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옷을 조금만 가까이 가서 보면 알라이아가 왜 ‘전설의 쿠튀리에’인지도 알게 된다. 굵은 벨트로 허리를 조이고 아래로 술 장식을 단 미니 드레스는 가닥가닥 마다 금사를 입혔고(2009 F/W 쿠튀르), 악어의 등가죽과 퍼를 교차시킨 코트(2011 F/W)는 최고급 소재를 하나로 엮은 그야말로 ‘작품’이다. 가죽·벨벳·모피 같은 투박한 소재로도 가장 여성스러운 옷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재단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되는 일. 여기서 그의 이력이 빛난다.

2003년 F/W 쿠튀르 컬렉션. 울 저지 소재 드레스에 가슴부터 무릎까지를 지퍼로 장식했다.
지금도 소규모의 ‘오트 쿠튀르’ 방식만 고집
그는 튀니지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조각을 공부하다 디자이너의 꿈을 갖게 됐고 열여덟 살에 파리로 건너왔다. 크리스찬 디오르와 기 라로쉬, 찰스 주르당 등 당대 최고 디자이너 밑에서 재단 기술을 익혀 81년 첫 컬렉션을 연다. 결과는 대성공. 불과 데뷔 4년 만에 정부가 수여하는 ‘프랑스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가 선정한 ‘이 시대의 초일류 양재사’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대량 생산이 아닌 소규모의 ‘오트 쿠튀르’ 방식을 고집한다. 여전히 직접 패턴을 제작하고 샘플 바느질을 한다. 또 마음에 드는 매장에서만 옷을 팔고, 스스로 만족스러울 만한 독창적 디자인을 내놓지 못할 땐 아예 컬렉션을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거의 모든 디자이너들이 시도하는 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이 그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를 앞두고 그는 지난달 25일부터 사흘간 한국을 찾았다. 실제 의상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보여줘야 하는가를 직접 살폈다. 하지만 정작 언론과의 인터뷰는 고사했다. “대중들에게 생각이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 할지 자신이 없다”고 했다. 디자이너의 쇼맨십이 무기가 되고, 스타 마케팅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게 당연해지는 요즘, 그는 자신만의 길을 조용히 걷고 있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제일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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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