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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만난 샴페인 또 하나의 예술로 탄생

‘샴페인계의 오트 쿠튀르’ 크루그(KRUG). 1843년부터 지금까지 ‘프레스티지 퀴베’라는 최상급 샴페인만 생산하는 유일한 하우스다. 세계적 와인 매거진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19년 연속 최고점을 받아온 크루그의 대표 상품은 멀티빈티지 샴페인 ‘그랑 퀴베’. 특정 해의 이야기를 담은 빈티지도 있지만 기후 변화에 상관없이 늘 최고의 품질로 ‘변함없는 최상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하우스의 철학이다.

매년 9월 포도가 수확되면 하우스 6대 계승자 올리비에 크루그를 포함한 6명의 테이스팅 커미티는 6개월간 약 400종의 베이스 와인을 반복 테이스팅한다. 최종 선택된 10여 빈티지 120여종 와인을 블렌딩해 ‘그랑 퀴베’가 재창조된다. 그 후에도 크루그만의 섬세한 기포를 얻기 위해 최소 6년 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온다.

마치 공들여 만든 예술작품 같은 ‘그랑 퀴베’는 매년 봄 그 새로운 탄생을 축하하는 잔치를 연다. 전세계 60개 매체만 참석하는 ‘크루그 셀러브레이션’이다. 행사의 컨셉트는 ‘뮤직 페어링(music pairing)’. 지난해에는 ‘그랑 퀴베’의 탄생과정을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 비유한 전시회를 열었다. 올해는 ‘음악으로의 여정’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예술의 도시 베를린에서 본격적인 뮤직 페어링을 시연해 보였다. ‘술’을 넘어 ‘예술’의 영역을 넘보는 크루그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셰프 드 까브 에릭 레벨의 머리속으로’ 워크숍. 매년 9월 포도 수확 후 6개월간 400여 가지 와인을 시음하면 4000~5000장의 테이스팅 노트가 얻어진다.
10여 년 전 한국 와인시장에 불을 붙인 만화 ‘신의 물방울’은 저명한 와인 평론가 칸자키 유타카가 최고로 꼽은 ‘12사도’를 찾는 여정이었다. 칸자키의 두 아들은 그가 남긴 메시지를 토대로 온 세상의 와인 중에서 ‘12사도’를 한 병씩 찾아낸다. 추상적 글귀만으로 와인의 성격을 유추해내고 향기만 맡아도 눈앞에 무지개가 뜨는 경험은 황당해 보이지만, 와인 매니어들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코드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와인을 의인화시켜 캐릭터를 부여하는 과정은 결국 와인을 통해 특유의 감성을 공유하는 일이다.

‘샴페인을 터뜨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분좋은 순간을 상징하는 술 샴페인은 어떨까. ‘샴페인을 터뜨리는’ 순간이야말로 함께한 이들과 함께 나눈 감성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순간일 터. 크루그는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감성적 연결고리로서 음악을 택했다. ‘뮤직 페어링’의 시작이다.

그랑 퀴베에는 파바로티가 제격
1일 오후. 전세계에서 모여든 기자들은 독특한 실험대상이 됐다. 옥스퍼드의 신경과학자 찰스 스펜스와 재니스 왕의 ‘뮤직 페어링 경험 워크숍’에서다. 두 사람은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는데 ‘청각이 미각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연구주제다.

톤이 다른 4가지 음악을 들려주며 각각 ‘단맛·신맛·짠맛·쓴맛’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의견이 일치했다. 실제로 다양한 인종 수천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80~85%의 생각이 일치했단다. 음악은 인종·언어와 무관하게 공유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음은 초컬릿 실험. 카카오 70%와 85% 함유 초컬릿 두 조각을 주며 두 종류의 음악과 함께 각각을 시식하게 한뒤 어느 쪽이 85%짜리 같느냐고 물었다. 혀에서 분명한 차이가 느껴졌지만, 알고보니 같은 초컬릿. 같은 맛을 먹더라도 높은 톤의 음악을 들으면 5~10% 단맛을 고양시키는 ‘디지털 시즈닝(digital seasoning)’ 효과가 있단다. 고음을 들으며 먹은 초콜릿이 더 달게 느껴진 이유다. 소리에 간단히 속아버린 미각이 간사하게 느껴졌지만, 역으로 음악이 사람의 감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감성에 작용하는 영향이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와인 메이커 줄리 카빌이 직접 진행한 ‘뮤직 페어링 테이스팅 워크숍’은 크루그의 각 샴페인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페어링된 음악을 들으며 직접 시음해 보는 시간이다.

크루그 그랑 퀴베와 가장 최근 빈티지인 2000년, 2003년산을 시음했다. 모든 해에 빈티지 와인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특정 해에만 만드는데, 2000년은 태풍, 2003년은 폭염으로 기억되는 해란다. 이상기후는 와인에 독특한 캐릭터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결과적으로 2000년산은 풍성한 크림, 2003년산은 톡톡 튀는 산도가 강한 샴페인이 얻어졌다. 상대적으로 개성이 약한 그랑 퀴베는 폭넓은 블렌딩에서 얻어지는 ‘관대함과 풍성함’을 내세운다.

크루그는 지난해부터 세계적 뮤지션들과 함께 두 달 간격으로 각 샴페인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을 선정해 무료 스트리밍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멀티 빈티지’ 그랑 퀴베에는 오케스트라 음악이, 빈티지에는 솔로곡이 추천됐다는 사실. 그랑 퀴베에는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등이, 빈티지에는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나 쇼팽의 피아노 독주곡이 매칭되는 식이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들으며 그랑 퀴베에 입을 댔다. 입안 가득 잔잔한 별이 쏟아졌다. ‘크루그의 첫 모금은 누구도 잊을 수 없다’는 하우스의 모토대로, 파바로티의 화려한 음색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것 같은 순간이었다.

‘크루그 셀러브레이션 2015’에는 하우스 6대 계승자 올리비에 크루그와 셰프 드 까브 에릭 레빌, 재즈 뮤지션 재키 테라슨도 함께했다.
즐거움을 위한 선택, 뮤직 페어링
저녁 8시. 낡은 공장을 개조한 행사장 베를린 에베르크(Ewerk)에서 ‘크루그 셀러브레이션 2015’ 파티가 열렸다. 미슐랭 2스타 셰프 팀 라우에의 만찬과 함께 재즈 뮤지션 재키 테라슨의 뮤직 페어링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행사장 한가운데를 그랜드 피아노와 드럼, 더블베이스, 퍼커션 등 악기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우스 계승자 올리비에 크루그가 먼저 무대에 올라 “음악을 즐기기 위해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듯, 샴페인을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크루그 러버는 잊지 못할 경험을 위해 크루그를 찾는다. 부디 크루그와 함께 최상의 즐거움을 누리라”고 당부했다.

4인조 밴드로 무대에 오른 재키 테라슨과 ‘그랑 퀴베’의 뮤직 페어링이 시작됐다. 유려한 피아노 선율만큼이나 돋보인 것이 드러머의 은은한 연주. 영화 ‘위플래쉬’의 격렬함과는 달랐다. 쨍쨍 시끄럽게 울리는 줄만 알았던 심벌즈가 미세한 힘조절로 잘게 부서지는 소리가 입안 가득 감도는 크루그의 풍성한 기포의 느낌을 닮았다. 함께 서비스된 요리는 와사비소스의 새우 전채 요리. 소스 위에 바삭하게 얹혀진 쌀 튀김의 식감, 곁들여진 쌉쌀한 고수의 향도 샴페인 풍미를 돋웠다.

샤도네이 한 품종으로만 빚었다는 ‘클로 뒤 메닐 2003’은 감미로운 피아노 솔로와 합을 이뤘다.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이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로 들려왔지만, 클로 뒤 메닐의 맛처럼 복잡함보다 섬세함이 도드라졌다. 아시아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줄리앙 뻬빵 르알러는 클로 뒤 메닐을 “레이저 빔을 쏘듯 정확한 맛”이라고 표현했다. 함께 서비스된 방어회의 비린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다.

메인 메뉴인 사천식 스테이크에는 ‘크루그 2003 빈티지’가 곁들여졌고, 디저트에는 다시 ‘그랑 퀴베’와 밴드가 합류했다. 열대과일 아이스크림의 달콤함과 함께 파티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게스트들까지 서툰 솜씨로 베이스를 튕기고 드럼을 두드리며 ‘함께 해서 즐거운’ 소리를 냈다. 뮤지션들이 게스트를 거들어 그럴싸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새로운 와인과 묵은 와인을 블렌딩해 만들어낸 그랑 퀴베와 잘 어울렸다. 오랜 숙성기간을 거쳐 섬세한 기포를 머금은 샴페인처럼 뮤지션들도 오랜 내공으로 몸에 밴 포용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술을 닮은 샴페인과 샴페인을 닮은 예술에 빠져들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겼다. 신경과학 실험이 아니더라도 크루그 뮤직 페어링이 ‘최상의 즐거움을 위한 만남’인 건 분명했다.


베를린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크루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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