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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는 타고나야 한다는 ‘잔인한’ 진실

“넌 허리가 몇이니? 24요. 힙은? 34요.”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성희롱적 발언이 있나. 여기까지 들었을 땐 버럭 할 만하다. 잠깐, 좀 참고 조금만 더 들어보자.

“어렸을 때부터 난 눈이 좀 달라 / 아무리 예뻐도 뒤에 살이 모자라면 난 눈이 안가 / 긴 생머리에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아 / 갸날픈 여자라면 난 맘이 안 가.”

더 화가 돋을 수도 있다. 누가 이런 노골적이고도 변태적인 소리를 하나.

정체는 가수 박진영의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의 가사다. 나오자마자 흥행 대박이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사흘 만에 300만 뷰를 돌파했고, 음원챠트의 수위를 달린다.

가사 속 남자는 ‘외모보다 성격’이라는 점잖은 멘트 대신, 첫 사랑의 대명사인 수지 스타일을 거부하는 대신, ‘맞는 바지 찾기가 힘들만큼’ 하체가 풍성한 여인을 최고로 꼽는다. 제목은 여기에서 연유한다. “어머님이 누구니 / 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노래를 들었을 때 반응은 솔직히 불쾌했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뭐 이런 노래가 다 있나 싶다(물론 그런 몸매가 아니라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

한데 냉정하게 따져보면 화를 낼 일만도 아니다. 적어도 노래하는 주인공, 솔직하고 원하는 바가 분명해서다.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이 남달라야 한다는 거, 뭐 그뿐이다. 처음 만난 여자에게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 하나로 출신 지역과 성장 배경을 가늠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하고 순진한 조건 아닌가. 그 옛날 변진섭이 노래한 ‘희망사항’에 비해도 그렇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고, 밥을 많이 먹어도 배가 안 나오고, 뚱뚱해도 다리가 예뻐서 짧은 치마가 어울리는 여자, 그도 모자라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고, 그저 바라만 봐도 위로가 되는 여자가 되는 것보다 얼마나 현실적인가 싶다.

게다가 노래 속 남자가 뭐래나. 그 몸매 하나면 ‘앞에서 바라보면 너무 착한데 뒤에서 바라보면 미치겠’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눈을 떼질 못한다’고 하지 않나. 요즘 남자들, 사귀는 것도 안 사귀는 것도 아닌 ‘썸 타는’ 부류가 다반사인데 그게 아닌 것도 확실해 보인다.

고백은 점점 더 솔직해진다. ‘얼굴이 예쁘다고 여자가 아니고, 마음이 예뻐서도 여자가 아니’란다. 맞다. 인정한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가장 중요하다지만 역시 진리는 몸이라는 거 말이다. 역지사지 해도 똑같이 생각하는 여자들도 꽤 있으니까.

이제 여자는 결심만 하면 된다. 그깟 몸, 만들면 되는 거다. (뮤직비디오 설정처럼)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요법 해 보면 24-34가 뭐 별건가. 마침 다이어트 욕구 충만해지는 봄이다.

그런데, 잠깐. 노래는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동양적인 눈마저도 엄마에게 받아 / 타고난 내 맵시 밀려드는 대시 / 이젠 모두 알아봐 /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 어디서 났냐고 물어봐 물어봐.(피처링 제시)’

슬프지만 아프지만 진실은 하나다. 결국 그 단순한 조건, 그것조차도 타고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압구정 성형외과를 아무리 뒤져도 바꿀 수 없는 유전자의 힘이다. 그러니 우리는 아무리 땀나게 뛰어도 머리 사이즈가 줄어들지 않고, 피부과를 뻔질나게 들락거려도 백옥 피부가 되지 않는다는 또 한 번의 깨달음을 확인할 뿐이다. 아, 봄 노래 치고 이렇게 잔인할 수가 없다.


글 이도은 기자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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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