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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성완종 백서’ 만드는 각오로 수사하라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처벌을 바란다. 검찰은 정무적 고려를 배제하고 수사에 진력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파문의 중심에 선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전략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4·29 재·보선에 이어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에 미칠 영향을 가늠한다거나, 향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엔 어떻게 작용할지 따진다거나, 검찰 수사를 ‘물타기’라며 선제적으로 반발하는 등의 행태가 다 그런 맥락이다.

 정치 불신의 바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먼저 책임을 통감하고 자성하는 자세부터 보여줘야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며 ‘김영란법’을 통과시킨 게 바로 청렴을 외치던 국회의원들 아닌가. 또 공무원 부정부패를 쥐 잡듯 때려잡겠다던 분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선상에 오른 이완구 국무총리 아닌가. 정치인들의 분식된 외견이 산산조각 나면서 국민은 그들의 소름 돋는 민낯에 직면해 있다. 국민은 이제 정치인이 뭐라 해도 믿을 수 없는 심정이다. 정치적 불신과 냉소가 사회 전반에 가득 퍼져 있다.

 이번 사태를 성완종이라는 극단적인 인물이 일으킨 일과성 부패 스캔들로 간주하면 오산이다. 선거에 돈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 고비용 구조로 굳어진 우리 정치의 틀에서 비롯한 근본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돈이란 교환 수단이다. ‘대가성 없는 돈’이란 ‘뜨거운 얼음’처럼 있을 수 없는 모순된 말이다. 사업 편의를 봐주거나, 공천이나 공직을 제공하는 등 온갖 형태의 반대급부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법이다.

 그런데도 주고받는 두 당사자 중 누구도 죄의식을 못 느끼는 듯하다. 선거비용·정치자금으로 썼으니 축재나 횡령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게 윤리의식이 무뎌진 탓에 돈다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찔러주고 받아쓰는 행위가 정치권에선 마치 오래 입은 옷처럼 익숙한 관행이 됐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엄히 다스린다 해도 정치권의 의식과 관행의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거 때마다 유사 사례가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감안해 검찰은 ‘성완종 백서’를 만든다는 각오로 초동 단계부터 투명하고 엄정한 수사를 하길 바란다. 소멸시효와 관계 없이 가려진 진상을 낱낱이 기록하고 공개해 다시는 악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은 현재 논의 중인 정치개혁의 폭을 확대하고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 기회에 구태에 젖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인적 청산도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를 정치권 스스로 하지 못하면 결국 언젠가 외부의 압력에 밀려 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부패의 잠재적 수요자, 즉 돈의 힘을 믿고 정치에 기웃거리는 지역 재력가에 대한 감시 방안도 강구할 때가 됐다. 부패 정치인을 선거로 솎아내겠다는 유권자들의 깨어 있는 의식은 그 같은 개혁의 전제조건이다.

 모두들 수사 진척 상황에 귀를 쫑긋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치의 구각(舊殼)을 근본적으로 깨부수겠다는 의지와 실천이다. 어지럽게 튀는 포말(泡沫)에만 시선이 팔려선 곤란하다. 누군가는 잘못된 물길을 바꾸는 일에 나서야 한다. ‘성완종 리스트’가 적힌 메모 쪽지는 정치개혁에 대한 독촉장이요, 구습(舊習)에 대한 비용 청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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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