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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으로 사퇴 안 돼 vs 대통령에 부담 주지 말아야

“이완구 국무총리가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만으로도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대한민국 국무총리』 저자 이재원씨)

[성완종 리스트 파문] 전직 총리들이 말하는 ‘이완구 해법’

 ‘성완종 리스트’가 현 정부 권력 실세 8인을 겨냥했지만 그중 논란의 핵심은 이완구 총리다. 2013년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 때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폭로가 나왔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 총리의 잦은 말 바꾸기가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야권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스스로 용퇴하라”는 압박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총리는 “대통령이 해외에 있는 만큼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과연 이 총리는 물러나야 할까, 버텨야 할까. 사퇴한다면 또다시 새 총리를 찾아야 하는 박근혜 정부로서도 만만치 않은 정치적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전직 총리들로부터 해법을 들어봤다.

해임 건의안은 국민적 공감대 위에
전직 총리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민감한 정치 현안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정치적 시각이 다르다 해도 후배 총리의 진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내 권한이 아니다. 예의가 아니다”란 입장이었다. 하지만 중앙SUNDAY의 거듭된 요청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선 지금 당장 이 총리 사퇴에 반대 의견을 피력한 건 노재봉(79) 전 총리였다. 노태우 정부 세 번째 총리였던 그는 “검찰 조사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의혹만 갖고 물러나라고 할 만큼 총리직이 가벼운 게 아니다”고도 했다. 노 전 총리가 ‘선 사실 규명, 후 진퇴 결정’이란 입장을 내보인 데는 자신의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당시 그는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 총리로 임명된 첫 케이스였던 터라 ‘친위 내각’으로 평가됐다. 노 총리가 재임했던 1991년 4월 시위 대학생이 경찰 사복 체포조에 의해 숨지는 ‘강경대 폭행치사사건’이 일어났다. 재야 운동권을 중심으로 “노재봉 총리가 책임져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위원이 노 총리의 경질을 강하게 요구했다. 노 전 총리는 “나를 대권주자로 보는 일부 시각이 있었다. 사건이 터지니깐 이때다 싶어 ‘물러나라’는 정치 공세가 강했다. 그래도 오랜 기간 정치학자로 지내왔는데 너무 한다 싶었다. 훌훌 털고 옷을 벗었다”고 했다.

 노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는 돈 문제다. 이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메모 나왔다고 마구잡이로 마녀사냥 해선 안 된다. ‘총리 물러나라’는 목소리는 사실에 입각하기보단 정치 공세의 측면이 강하지 않은가. 사법 당국의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역임했던 정운찬(68)·김황식(67) 전 총리는 신중했다. “물러서라 마라고 하는 건 주제 넘는 발언”이라고 했다. 87년 체제 이후 최장수 총리(2년5개월)였던 김 전 총리는 “상황이 걱정스럽다.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완구 총리에 대해 야당은 해임건의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과거 김 전 총리에 대한 해임안도 제출된 바 있다. 2012년 7월 당시 민주통합당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밀실 추진을 이유로 해임안을 냈으나 민주통합당 의원 138명만 출석해 의결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됐다. 건국 이후 지금까지 총리 해임안은 모두 8차례 발의됐지만 한 번도 통과된 적이 없었다. 표결까지 간 경우는 정일권(66년)·황인성(93년)·이영덕(94년) 등 세 번이었다. 그만큼 정치적 공세의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방증이다.

 김 전 총리는 “해임건의안에 법적 구속력 자체가 없기에 본질적으로 정치적 성격을 띤다”면서도 “국민의 공감대 속에서 해임안이 행사돼야 한다. 단순히 정치적 공세로 보이는 건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자신이 물러날 때를 전해주었다. “2010년 7월 세종시 수정안 부결 때문에 퇴임한 것으로 다들 아는데, 이에 앞선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하자 물러나려고 결심했다”로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가 지역일꾼을 뽑는 것이지만 정권, 특히 행정부에 대한 평가도 포함돼 있는 것 아닌가. 당시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과 동반 사퇴해 대통령 운신의 폭을 넓혀드리려 했지만 대통령이 세종시 통과까지는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됐더라도 물러났을 것”이라며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다. 부담을 주어선 안 된다. 자신의 정치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선거=돈 고리 끊어야”
박근혜 정부는 유독 총리 운이 없다. 집권 2년2개월간 5명이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3명(김용준·안대희·문창극)이 낙마했다. 현 43대 이완구 총리 역시 삐뚤어진 언론관, 병역·부동산 의혹 등으로 청문회 때부터 홍역을 치렀다. 간신히 임명되고도 2개월 만에 식물 총리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여기에 비리 혐의로 수사까지 받는다면 대한민국 67년 역사상 검찰 수사를 받는 최초의 현직 총리가 된다. 대통령 정무비서관을 지낸 바 있는 이재원씨는 “과거 DJ정권 때 박태준 총리도 재직 중에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휩싸였다. 검찰 수사를 받진 않았다. 단순히 언론에서 의혹 제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총리가 문제의 중심에 있어선 안 된다며 취임 4개월 만에 선선히 직을 내려놓았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대다수 전문가는 “이 총리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한 거 아닌가”란 입장이다. 김영삼 정부 때 정무수석이었던 이원종씨는 “빈틈없이 국정을 이끌기는커녕 자기 몸도 챙기기 어렵지 않나. 당연히 총리를 내놓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 도의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실장이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정치인은 매를 맞을 땐 맞아야 한다. 질 때 지더라도 제대로 잘 지는 게 중요하다”며 “무턱대고 맞받아 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정치권이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선학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결국 경선·대선자금의 문제 아닌가. 제왕적 대통령제가 존속하는 한 비리는 이어질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이었던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은 “공교롭게도 세월호 사건 1년 만에 터진 대형 정치 사건이다. 세월호로 아팠던 만큼 이번에도 충분히 곱씹고 우리 스스로 상처받아야 한다. 그래야 ‘선거=돈’의 고리가 조금이나마 끊어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민우·천권필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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