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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의료 골든타임은 60분 … 지휘체계 통합이 우선 과제

세월호 침몰 6일째인 지난 해 4월 21일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팽목항에 대기 중인 구급차. [중앙포토]
세월호 참사 이후 쏟아진 많은 비판에서 응급의료체계는 대상에서 벗어나 있지만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의료 행위는 통상 인명을 구조한 후 시작된다. 세월호 사건 때 몇 명을 구조했든 상관없이 구급차와 의료진이 신속히 현장 대기를 했어야 했고, 구조 선박이 도착할 때까지 준비할 시간도 많았다. 바지선·팽목항·진도체육관·안산분양소에 연인원 1000명 넘는 의료진이 동원됐지만 결과적으로는 희생자 중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하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다.

세월호가 던져준 재난응급의료의 과제

재난거점병원 35곳, 닥터헬기도 추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응급의료체계에 적지 않은 개선이 이뤄졌다. 전국 4개 병원에 배치된 닥터헬기가 도서 산간의 중증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고 외상센터도 11곳에 마련됐다. 의료인력 채용이 어려운 농어촌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재정지원도 많아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에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을 설치해 24시간 재난을 감시하는 한편 전국 420개 응급의료기관과 254개 보건소를 잇는 핫라인도 정비하고 비상대응매뉴얼도 개발 중이다. 특히 올해 안에 재난거점병원 확대 지정(20개소→35개소), 닥터헬기 추가 배치 등 일련의 계획이 실행되면 응급의료체계는 많이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재난대응에서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재난대응의 핵심 목표는 피해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구조 직후 현장에서 응급의료가 시작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재난 현장에 대응하는 경찰·소방·군·해경과는 달리 의료진은 대부분 공무원이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자원의 90%는 민간이며 공공 10%의 대부분도 민간인이므로 재난의료에서 민간 자원의 활용은 불가피하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았듯 훈련된 정부 조직 역시 경험해보지 못한 재난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그런데 준비되지 않은 민간의료진이 재난 시에 과연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일본, 5~6명이 72시간 현장활동체제 갖춰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은 후생노동성 산하에 재난현장의료팀(DMAT)을 조직적으로 운영한다. 5~6명이 한 팀으로 72시간 현장활동을 기준으로 장비와 물품을 갖춘다. 시·정·촌→도·도·부·현→중앙으로 조직화돼 대규모 재난 때는 다수의 DMAT가 연합해 지휘체계를 갖추고 활동한다. 도쿄재해의료센터에 위치한 DMAT 사무국은 인력을 관리하고 교육훈련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미국은 보건인력부(DHSS)가 소관하는 국가재난의료시스템 내에서 58개의 DMAT가 재난현장에서의 의료를 지원한다. DMAT 가입을 위해서는 자격 심사를 통과하고 정해진 교육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재난에서의 의료는 자원봉사가 아니다. 공적인 책임을 지고 제공해야 할 필수 요소다. DMAT 배치를 늘리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유사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조직을 체계화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재난 부상자는 외상환자이고 다른 중증외상환자와 마찬가지로 골드타임은 한 시간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대다수의 재난에서 사건 발생 후 현장의료가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 간격인 ‘반응시간’은 이런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계획에 따라 재난현장의료팀을 보유한 재난거점병원이 현재 20곳에서 35곳으로 늘어나면 재난의료 대응은 더 빨라질 수 있다. 현장까지의 이동시간이 반응시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동시간을 줄이는 외에 반응시간을 더 단축할 방법은 없을까. 외국의 선례를 보자. 1998년 발생한 독일 ICE 열차 사고에서는 사고 발생 4분 만에 인근 병원들에 경보가 전파됐고 16분 만에 의사가 현장에 도착했다. 101명이 사망했지만 예방 가능한 사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신속한 의료대응으로 인명 피해를 그만큼 줄였다는 의미다.

세월호 사건 이후 소방방재청(국민안전처)은 재난응급의료의 실행을 총괄하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재난 메시지 채널을 열어주었다. 민간에 정보 노출을 꺼려왔던 정부 조직의 관행을 감안하면 과감한 결정이다. 정보가 부족한 사건 초기에는 대개 규모가 과소 추정된다. 예를 들어 영종대교 추돌사고도 초기에는 10중 추돌(실제 106중 추돌)로 알려졌다. 따라서 재난을 확인한 이후 행동하면 의료팀의 반응시간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초기에 접수된 정보를 토대로 과대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대응하는 것이 사망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즉 첫 신고를 접수한 기관이 확인·보고에 앞서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해 우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선 대응→후 판단’이 중요하다.

IT 활용해 민관 소통 입체화 필요
의사소통의 ‘칸막이’는 다양한 기관 소속의 인력이 협업해야 하는 현장에서 최대의 장애물이다. 소통이 없으면 마우나리조트 사고에서 보듯 의료진의 현장 출입이 통제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보고→판단→지시→협조’로 이뤄지는 선형의 의사결정은 시간 소모가 크고 급박한 상황에서는 전달 중에 정보가 왜곡될 위험이 크다. 수평적으로는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군·경찰·의료진 간 동시적인 공용 통신 수단이 필요하다. 수직적으로는 일선 구조자부터 최고결정자까지 보고와 지시를 단층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현재의 수평적·수직적 의사소통 구조를 민관이 통합된 입체 구조로 바꿀 수 있다면 대응 과정에서의 오류는 물론 그 오류를 밝히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문자는 물론 사진·동영상까지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현재의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좀 더 효율적인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재난의료의 기본 원칙은 한정된 의료자원으로 가장 효과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형 종합병원도 동시에 진료 가능한 중증환자는 서너 명에 불과하다. 결국 현장에서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고 최적의 병원으로 분산해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친 사람을 분류한 뒤 부착하는 태그는 부상자의 치료 과정을 추적하는 데도 중요하다. 추적이 되지 않으면 부상자가 적정한 치료를 받고 있는지를 알 수 없고 부상자의 명단 작성조차도 어렵다. 가족이 부상자의 위치를 확인하려면 병원마다 전화를 걸어야 하고 진료하기도 바쁜 의료진이 전화응대까지 해야 한다. 의료진의 현장 도착 전에는 구급대가 중증도 분류와 태그 부착을 해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어느 한 기관에는 환자의 치료 상태를 추적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만약 지진과 같은 초대형 재난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재난에 의한 부상자도 많겠지만 의료시설의 파괴로 만성질환자에 대한 의료공급의 중단과 상·하수도, 전력 등 기반시설 붕괴에 따른 급성질환자의 폭증으로 의료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동식 병원 등 물품 비축과 함께 신속한 물품 조달이 가능한 재난의료물류체계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병원뿐 아니라 구급차와 응급헬기를 포함한 다양한 민관 의료자원을 통합 지휘하고 총괄할 수 있는 재난의료 컨트롤타워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윤한덕 전남대 의대 출신의 응급의학전문의. 2002년부터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담당했으며 2012년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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