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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 전 한국은행 총재 별세…한국은행 독립 기틀 놓은 영원한 중앙은행맨

김건 전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86세. 1929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전고, 서울대(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51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입행 후 조사 제1부장, 자금부장, 이사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1970년대 후반부터 한국수출입은행 감사ㆍ전무, 한국은행 부총재ㆍ은행감독원장,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ㆍ사장을 역임한 뒤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1988년 3월부터 1992년 3월까지 4년 임기의 한국은행 17대 총재를 지냈다.

영문 이니셜인 ‘KK’로 불렸던 고인은 총재 재임시절 한은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고인은 취임 첫 해 직원들과 함께 ‘한국은행 독립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치면서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오명을 가졌던 한국은행의 독립을 적극 주장했다. 당시 재무부 장관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을 맡는 것과 관련 “금통위가 한국은행 내부기구이며, 금통위 권한 행사의 책임이 한국은행에 귀속되는 만큼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고인의 이러한 노력은 1997년 한국은행법 개정 때 결실을 맺었다.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맡도록 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고인은 한국은행 총재에서 물러난 뒤인 1992년 3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임 당시 한은법 개정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국민에게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의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것이 위안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1896~1948)씨의 셋째 아들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광일씨와 아들 재민(동의대 교수), 성민(KAIST 경영대 교수), 황민(연세대 원주의대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1일 오전 7시. 장지는 천안공원. 02-3410-6917.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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