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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광장] 국가 개조, 지방자치 활성화가 시발점이다

20세기까지 인류사는 전쟁과 침략의 역사였다. 특히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는 누가 먼저 중앙집권적 국가 체제로 변모해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드느냐에 따라 성쇠가 결정됐다. 그렇다면 21세기에도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이 유효할까. 모든 자원과 권한을 국가에 집중시키는 것이 타당할까. 아닌 듯하다.

과거 중앙집권적 국가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했던 수단들이 세계화 시대에는 쓸모가 없어졌거나 해체되고 있다. 국방·외교·통화·경제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통제력은 약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국경을 뛰어넘는 하나의 정치·경제 단위가 되었고,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시장은 통합되고 있다. 단일 국가는 초국적 문제에 대처하기에 너무 작은 단위가 되었다.

반대 현상도 발생한다. 민주적 시민 의식이 높아지면서 국가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계층·지역·연령별로 세분화되고 있다. 중앙집권적 국가는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굼뜨고 비대하다.

이처럼 세계화라는 외부환경 변화와 민주화라는 내부 변화에 대해 중앙집권적 국가체제는 무기력하고, 다른 한편으로 과부하에 걸려있다. 역할을 나눠줘야 한다. 중앙정부는 외치(外治)를, 지방정부는 국민들의 일상적 요구를 해결하는 자치분권이 1990년대 이래 선진국들의 정부 혁신 방향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방자치 확대를 주저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에서 헌법 개정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자치분권강화 조항을 개정안에 추가하는 문제에 대해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 국민의식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로 판단했기 때문이라 한다.

유럽 직접민주주의협회 의장인 브르노 카우프만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민주주의는 민도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제도와 정책이 실패하면 그것을 대중의 실패로 볼 것이 아니라 제도의 실패로 봐야한다”고 답했다. 어느 국가나 집합적 대중의 특성은 유사하다.

교통법규가 합리적이면 운전자는 안전 운행을 선호한다. 법규가 미비하거나 수긍할 수 없으면 나만 먼저 가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교통문화의 수준은 민도보다는 제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민주주의자라고 한다면 대중의 의식을 탓할 게 아니라 세련된 제도화를 통해 제도의 지배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시대적 과제 앞에 서있다.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산업구조 개편, 남북문제, G2 체제 대응 등 하나 같이 중차대한 문제다. 책임 있는 결정과 사회적 합의 속에서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은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방관자로 만들고 있다.

매년 지방정부들은 국회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확보 전쟁을 한다. 국회의원도 총동원돼 지역 간 힘겨루기가 벌어진다. 전형적인 제로섬게임이다. 지역 간 반목은 물론 국가재정의 비효율성을 피할 수 없다.

또 현재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은 국민을 방관자로 만든다. 국민은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어렵다. 중앙정부는 너무 멀리 있고 영향을 미치기도 힘들다. 여기에 더해 선거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은 이익집단의 이해를 반영한 경우가 많다. 당선자는 국민이 낸 세금을 지지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용한다. 반대편은 정책에서 소외되고, 방관자적 태도는 심화된다.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가속화된다. 주권자인 국민이 방관자로 남는다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국민이 주인 되는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것은 21세기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가장 큰 과제이다. 그 첩경은 지방자치이다. 국민이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해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내 마을부터 시작해 기초·광역·중앙정부로 참여 폭을 넓혀 가야한다. 내 삶을 둘러싼 공공서비스를 스스로 설계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래야 주인의식도 높아진다. 국민이 주인으로 거듭날 때 갈등을 수반하는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

주민의 참여 속에 지방정부는 복리·후생 등 생활행정서비스에 집중하고, 중앙정부는 외교·통상·국방과 장기 전략에 집중하면 국가 전체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지방자치의 강화는 국가 개조의 시발점이다. 지방자치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합의의 경험을 쌓아가고, 주권자의 자기 책임성을 높이며, 국가 운영의 효율성을 끌어 올릴 수 있다. 지방자치에 성공하는 나라가 21세기 국가혁신의 선두에 설 것이다. 21세기 세계화 시대, 지방자치에서 국가의 새로운 발전 동력이 나올 것이다. 지방자치 강화를 위한 헌법 개정과 국가 대혁신을 제안한다.

충청남도지사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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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