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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저금통, 2만원 화장품 … 64년 영욕의 '성완종 유품'


100원짜리 동전으로 꽉 찬 ‘회장님의 저금통’, 2만원짜리 국산 스킨과 로션, 수백 장의 국회의원 명함….

 메모 한 장으로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집무실에서 발견된 유품들이다. 이들 유품에선 성 전 회장의 평소 생활태도와 국회의원직에 대한 애착 등 64년 삶의 영욕(榮辱)이 묻어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의 집무실은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본사 3층에 있고 20~23㎡(약 6~7평) 크기다. 검찰은 이곳을 지난달 18일과 지난 15일 두 차례 압수수색했다. 이후 태풍이 할퀴고 간 뒤의 바닷가처럼 성 전 회장의 개인 물품이 담긴 A4용지 박스 하나와 컴퓨터, 책만이 남겨져 있었다고 한다.

 박스 안에는 동전이 가득 찬 음료수 캔 크기의 원통형 철제 저금통이 있었는데 옆면에 ‘회장님 저금통’이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시공 능력 20위권인 중견건설회사 회장이 되고 나서도 동전을 모았다는 것이다. 인터넷쇼핑몰에서 1만원대에 팔리는 국산 ‘보닌(VONIN)’ 스킨·로션세트와 저가 브랜드의 안경, 볼펜, 만년필 등이 박스 하나를 겨우 채웠다. 수사팀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가난한 유년 시절을 딛고 자수성가한 인물임을 연상케 하는 물건들이었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은 평소 5만원대 양복을 입고 다녔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은 사후에 공개된 ‘서산·태안 군민에게 보낸 편지’에서 “집안이 망해 11살 초등학교 4학년 때 광야에 내몰린 저는 의지할 곳 없는 가장이었다. 무작정 상경해 신문팔이, 구두닦이, 야학 등을 하며 돈을 벌어 어머니의 손을 잡고 돌아온 것이 오늘 저를 있게 한 귀향이었다”고 적었다.

 정치권력에 대한 애착을 보여 주는 흔적도 있었다. 지난해 6월 선거법위반죄로 유죄확정 판결을 받아 19대 국회의원직을 상실했음에도 이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의원 명함 수백 장이 그대로 있었다. 2004년부터 10년간 매년 발간된 ‘의원수첩’ 10여 권도 눈에 띄었다고 한다.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계, 경제계 등 각계 인사로부터 받은 수천 장의 명함도 있었다. 광범위하게 인맥을 관리한 흔적이었다. 여야 의원이나 유명 인사들의 출판기념회에서 후원금을 내고 선물로 받은 책 수백 권도 주인을 잃은 채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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