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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고가 공원화 안 돼" "대체도로 신설 검토"

17일 오전 8시50분쯤.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구 서소문공원에 도착했다. 서울역고가 공원화 추진을 위한 ‘현장시장실’을 운영하러 온 것이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해 9월 노후화로 철거 예정이었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고가 일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설득 작업에 나선 것이다.

 서소문공원은 지난해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복미사를 앞두고 먼저 찾은 곳으로 천주교의 국내 최대 순교지다. 하지만 차로와 철도에 사방이 막혀 공원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박 시장이 이곳을 현장시장실의 출발점으로 정한 건 서울역고가를 녹지 공원으로 만들면 서소문공원의 가치가 높아지고, 이 지역의 오랜 민원인 노숙인 문제도 해결될 것이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박 시장의 첫 행보는 녹록지 않았다. 서울역고가 공원화를 반대하는 주민 200여 명이 피켓을 들고 박 시장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시청 공무원과 반대 주민 사이에 몸싸움도 있었다. 대화가 어렵게 되자 박 시장은 피켓을 든 주민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다. 중림동 봉재공장 중심으로 결성된 공원반대협의회의 박병두 대변인은 “서울역고가는 아현고가나 옥수고가처럼 교차로가 지나는 도로가 아니라 매일 차량 7만 대가 오가는 산업도로이기 때문에 공원화 할 경우 문제가 크다”며 “오히려 지역 상권이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북부역세권 민간투자자가 결정되면 협의를 진행해 대체도로 신설을 검토하겠다”며 “일대 도로가 혼잡해지지 않도록 전문가·주민과 협의해 신호체계와 차로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약현성당과 중림동 일대로 자리를 옮긴 박 시장은 “서울역고가 공원화와 함께 서부역의 청소차량 차고지를 이전하면 중림동·만리동의 주거 환경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 반대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림시장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 문명현(58)씨는 “공원을 조성해 많은 사람이 찾도록 하는 건 지역을 위해 좋은 시도”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마지막 일정으로 남대문 시장을 찾았으나 시장 상인들의 반대로 돌아서야 했다. 이형배 남대문시장주식회사 회장은 “서울시가 고가 공원화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마련해 보겠다”며 “공원화 추진보다 공론화 작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이날 ‘서울시가 의주로지하차도 지상화를 발표하기 앞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현장시장실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18·19일 각각 용산·마포구에서 현장시장실을 연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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