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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저비용 셀프 웨딩, 취업만큼 어렵더라

올 5월 새색시가 되는 방민정(26·여)씨는 평생 기억에 남을 특별한 결혼식을 꿈꿨다. “부모님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저렴한 결혼식이면서 친구들에게 ‘독특했다’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예식을 생각했다”는 방씨는 야외 펜션에서 저녁까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폭죽도 터뜨리며 친구들과 흥겹게 노는 장면을 상상했다. “기존 예식장 패키지에는 없는 형태라 소규모로 진행하면 비용도 아끼고 만족감이 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셀프 웨딩’을 준비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는 게 방씨의 말이다.

 우선 하우스 웨딩(집이나 정원 등 작은 공간에서 소규모 하객만 초청해 진행하는 파티형 결혼식) 업체의 3시간 공간 대여 비용은 식대(1인당 4만원) 포함해 1000만원쯤 됐다. 방씨가 생각한 대로 저녁까지 하루 종일 빌리려면 대관비만 수천만원을 훌쩍 넘는다. 드레스와 턱시도, 메이크업뿐 아니라 꽃 장식, 도우미, 음악 연주자 등 결혼식에 필요한 모든 것을 혼자 각각 따로 찾아 계약하다 보니 힘은 힘대로 들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방씨는 결국 영화 같은 셀프 웨딩을 포기하고 평범한 패키지 결혼식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결혼식 전 과정을 스스로 준비한다’는 셀프 웨딩이 ‘야외촬영·의상만이라도 원하는 대로 준비해서 찍는다’는 미니 셀프 웨딩으로 변하고 있다. [우아한웨딩·로위스냅·쿠모나리제이/801224·리얼스타일]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만의 힘으로 꾸리는 결혼식, 셀프 웨딩을 꿈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현재의 결혼식 비용이 거품이 많은 데다 몰개성적이라는 비판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다. 2013년 한국소비자원이 결혼당사자·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85%가 “결혼식에 호화 사치 풍조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결혼시장을 조사해 온 한국소비자원 서보원 대리는 “남들과 똑같은 과정을 따르는 결혼 풍조에 대한 반발로 셀프 웨딩을 고려하는 이도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2012년 이후 『어느 멋진 날』 『셀프 웨딩 스타일북』 『셀프 웨딩의 모든 것』 등 관련 서적이 매년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예비신랑·신부가 자신의 힘으로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이다. ‘셀프 웨딩족’을 돕기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다. 지난해 초 출시된 ‘웨딩바이미’는 800여 개 업체의 결혼 준비 비용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앱이다. 다운로드 건수가 12만 건을 넘었다.

 하지만 막상 셀프 웨딩을 꿈꿨던 이들은 현실의 제약 때문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뭔가에 떠밀려 바가지를 쓰는 듯한 기존 웨딩보다 저렴하게 하고 싶어 셀프 웨딩을 선택했다 포기한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주모(32)씨는 “예식장 패키지로 하면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를 200만원 안팎에서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가 드레스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다른 곳을 알아봤더니 드레스 하나만 200만원쯤 하더라”며 패키지 결혼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려줬다.

 결혼 시장엔 ‘워킹가>업체가’라는 공식이 통용된다. ‘워킹가’는 개인적으로 발품을 팔아 알아본 가격, 업체가는 패키지를 통한 가격이다. 이 공식이 통용되는 건 웨딩플래닝 업체 간 가격 낮추기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청담동의 한 드레스업체 관계자는 “웨딩플래닝 업체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수천만 원의 보증금을 낸다”며 “이익을 남기려면 패키지 고객에게는 저가 상품을, 개별 고객에게는 고가 상품을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보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3월 결혼한 서유경(28·여)씨는 “뮤직비디오 주인공처럼 아름다운 결혼식을 하고 싶었지만 공연기획자가 아닌 일반인이 참고할 사례가 전무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온라인 커뮤니티 정보에 기대를 거는 게 최선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셀프 웨딩을 검색하면 카페 수만 592개가 뜬다. 회원 수 276만 명의 여성 카페 네이버 ‘레몬테라스’엔 ‘셀프 웨딩’이란 이름으로 15일 동안 360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카페에는 광고와 정보가 뒤섞인 경우가 많아 쓸 만한 정보를 찾기 힘들다는 게 예비신부들의 불만이다.

 연인·부모와의 불화도 셀프 웨딩의 또 다른 난관이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권모(30·여)씨는 “남편이 바쁘다는 핑계로 장소나 방법을 알아볼 생각도 않다가 내가 다그치자 ‘사진 촬영은 그냥 생략하자’고 해서 그럼 다 그만두자며 싸웠다”고 했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다. 직장인 김모(25·여)씨는 자신이 나고 자란 집 주변 공원에서 가족들만 초청해 소박하고 단란한 분위기의 진정한 하우스 웨딩을 하고 싶었지만 하객 명단이 눈덩이처럼 늘었다. “내가 친척들 결혼에 쓴 돈이 얼마인데…”라는 부모님의 불만 때문이었다. 김씨는 “부모님을 설득할 용기도 없고 집들이 옹기종기 붙은 한국의 주택가에선 많은 사람이 몰려 웅성대면 민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국 셀프 웨딩을 포기했다”고 했다.

 이처럼 셀프 웨딩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그 의미도 ‘처음부터 끝까지 예비부부가 알아서 준비하는 결혼식’에서 ‘드레스를 개별적으로 구매하거나 스튜디오에서 틀에 박힌 촬영을 하기보다 연예인 화보처럼 독특한 분위기의 웨딩 사진을 찍는 경우’로 축소됐다. 하객과 식의 규모를 줄여 결혼 비용은 아끼고 차별화되는 결혼식 추억을 갖겠다는 목적이 ‘독특한 콘셉트의 사진’ 추구로 변화된 것이다.

 셀프 웨딩 전문 사진작가 강수언(35)씨는 “요즘 예비부부들은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지 않고 연예인 파파라치 샷을 찍듯 여행 과정을 찍어 달라거나 아예 로맨스영화 스틸 컷을 뽑아와 이렇게 연출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이다”고 했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남과는 다른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하는 ‘셀프 웨딩’, 과연 불가능한 걸까. 2013년 가수 이효리의 셀프 웨딩을 도우면서 화제가 됐던 친환경 드레스업체 ‘대지를위한바느질’ 이경재 대표는 “대형 웨딩플래닝 업체가 정해놓은 규칙을 굳이 따르지 말고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스튜디오 촬영도 미국·유럽의 신부들이 일상 공간을 배경으로 찍던 것의 한국식 변용이므로 굳이 따를 필요는 없다”며 “되레 돈 많이 든다고 지레 겁먹지 말고 자신만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셀프 웨딩’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셀프 웨딩’을 막상 시작하면 준비할 것이 많은 만큼 결혼 준비를 앞당겨 하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적어도 9개월~1년 전부터 준비해야 자신의 뜻을 충분히 반영한 만족스러운 결혼식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정봉·김하온·강선아 기자 mole@joongang.co.kr

[S BOX] 뮤지컬처럼 ‘셀프 예식’ 치르니 … 하객들 “끝까지 본 건 처음”

지난 12일 결혼한 신혜령(31·여)씨는 일반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는 했지만 예식 자체는 영화 속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셀프 웨딩’으로 진행했다. 신부가 노래를 부르며 먼저 입장하면 어디엔가 숨었던 신랑이 간주 때 깜짝 나타나 청혼을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주례를 따로 두지 않고 신랑 아버지가 서약문을 읽었고 신부 아버지가 축사를 했다. 케이크 커팅 때는 친구가 해금을 연주하고 후배가 마술 공연을 펼쳤다. 신씨는 “친척들이 ‘예식을 끝까지 본 건 처음’이라고 해서 무척 기뻤다”며 “비용은 일반 예식과 비슷했지만 평생 남을 추억을 만들었다는 게 만족스럽다”고 했다.

 남별(31·여)씨의 별명은 ‘셀프 웨딩의 전설’이다. 지난해 5월 결혼한 남씨는 직접 폐백 음식을 만들고 한복을 지었다. 또 웨딩 촬영 역시 스스로 콘셉트를 잡고 남들이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돈으로 좋은 카메라를 사서 사진 잘 찍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남씨는 “셀프 웨딩을 할 땐 모든 걸 직접 해야 하니 계획표를 짜는 건 필수”라며 “남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야 힘든 준비 기간을 잘 넘길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셀프 웨딩의 ‘정석’으로 꼽히는 네이버 블로그 ‘엄탱0723’의 운영자 엄수정(30·여)씨는 “웨딩 사진 의상을 평소 입을 수 있는 원피스 종류로 골라 촬영 후 중고로 파는 것도 비용을 아낄 수 방법”이라며 “소품을 살 때도 ‘웨딩’자가 붙으면 가격이 두세 배로 뛰므로 ‘결혼 용품’이라는 데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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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