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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돼지고기는 오염물 … 무슬림 음식과 같이 운송 못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카드 중 하나로 ‘할랄(Halal)’이 주목받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 먹어도 되는 음식이다. 전 세계 인구 4분의 1이 타깃이다. 이 시장을 놓고 ‘인증’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선두 주자다. 이슬람국의 본산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이 할랄 인증을 ‘무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무역전쟁의 현장을 다녀왔다.

 지난 1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말레이시아 국제 할랄 박람회(MIHAS)’의 한 부스에 섰다. 한국 업체 오투바이오의 전시장이다. 나집 라작 총리는 ‘메이드 인 코리아’ 입간판을 배경으로 한 한국 건강식품에 관심을 보였다. 이 장면은 말레이시아 전국 TV와 신문, 온라인 등에 전파됐다.

 할랄산업은 시장 규모만 1조800억 달러(약 1200조원)에 육박한다. 그래서 무슬림 국가들은 물론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식품업체들도 할랄시장 진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대상·CJ·풀무원 같은 식품 대기업은 물론 전북 익산시·농림축산식품부·KOTRA·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정부 유관 부처와 지자체도 할랄시장 개척에 뛰어들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교의 경전인 ‘쿠란’과 ‘하디스’의 가르침에서 유래한다. 특히 “죽은 동물, 피 흘리는 동물, 돼지 등 불결한 것은 먹어서는 안 된다”는 쿠란(6장 145절) 구절이 기준이 된다. 각국 할랄 인증기관에서는 금지된 식품, ‘하람(정결하지 않은 것)’의 예시를 상세히 규정해 놓고 있다.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인 ‘인도네시아 울라마협회 식품·의약품·화장품 연구소(LPPOM MUI·이하 MUI)’의 규정에는 돼지, 멧돼지, 당나귀, 송곳니와 발톱을 가진 육식동물, 불결한 동물 등 10가지가 하람으로 열거돼 있다.

 특히 돼지고기에 대해서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엄격하다. 할랄 전문가들은 돼지고기에 ‘오염’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다. 그래서 최근엔 할랄 물류산업도 덩달아 각광을 받는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돼지고기나 술 등을 실었던 트럭에 할랄식품을 운송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알코올에 대한 규정 역시 까다롭다. 술이나 술에서 나온 부산물, 예컨대 코냑 오일(코냑의 부산물), 양조 효모, 타르타르산은 물론 막걸리 찌꺼기도 쓸 수 없다.

3일 대상의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공장에서 한 직원이 이슬람 국가로 수출할 할랄 조미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아래는 할랄 마요네즈 생산라인.
 할랄 인증은 이처럼 까다로운 이슬람 식문화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인증도 고기의 도축은 물론 가공 공법이나 첨가물 등 생산 전 과정에서 이슬람 율법을 준수하는지를 꼼꼼히 따져 발급된다. 첫 인증을 받을 때에는 6개월에서 1년 반, 프랜차이즈로 지점을 낼 때에는 3~6개월이 걸린다.

 이처럼 까다로운 할랄 인증도 벽을 넘기만 하면 큰 보상을 받는다. 미국계 피자헛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덕분에 현지에서 크게 성장한 브랜드다. 1997년 첫 인증을 받았을 때 60곳이었던 지점이 올해 4월 기준 220곳(말레이시아 1위)으로 늘었다. 매장당 월 평균 매출액도 우리 돈 7000만원을 웃돈다.

 피자헛 말레이시아 법인의 이크 와휴 품질개발본부장은 “평소에도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JAKIM) 담당자와 매월 한 차례씩 품질 개발 협의를 하는 한편 새로운 피자를 출시할 때에는 2개월 전에 인증 심사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사실 할랄 인증의 역사는 오래됐다. 일찌감치 동남아에 진출한 대상그룹은 미원 조미료에 대해 76년에 MUI 인증을 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요즘과 비교해선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KOTRA 소영술(전 글로벌기업협력실장)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장은 “중동의 경우 모든 게 다 할랄일 것이라는 전제로 생활하기 때문에 특별히 할랄 인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압달하미드 데이비드 에번스 WHS 사무총장은 “할랄 인증이 본격적으로 이슈화된 것은 5년 전부터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 동남아시아권 이슬람 맹주를 자처하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간의 자존심 싸움이 얽혀 있다.

 말레이시아는 나집 라작 총리가 직접 진두지휘할 정도로 할랄산업을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1일 열린 세계 할랄 정상회의(World Halal Summit·WHS)에서 “74년 총리실에 할랄 리서치센터를 세웠는데 41년 만에 글로벌 할랄 허브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며 “할랄산업은 전 세계 70개국에 있는 수쿠크(이슬람 채권) 관련 기관 이상의 효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레이시아의 움직임에 발끈한 것은 옆 나라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인구만 2억이 넘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다. 인도네시아는 더 엄격한 기준으로 ‘이슬람 선명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MUI의 오스네마 구나완 부국장은 “올해 10월부터는 MUI 인증을 받지 못한 식품은 판매를 금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무슬림 국가들이 할랄 인증을 무기 삼아 세계 식품시장에서 패권을 쥐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도네시아에서 10년 넘게 유통업을 하고 있는 한 사업가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할랄 인증을 국가 수입원으로 적극 활용해 해외 식품업체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며 “벌써 할랄 인증을 받은 해외 식품이 급증해 자국 식품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보호주의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나라에서는 한국 식품업체 한 곳이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할랄 인증을 부착해 판매하다가 MUI에 적발돼 리콜 조치를 당했다. MUI에서 인정하지 않은 할랄 인증이라는 것이다. 한 외국계 조미료 업체는 돼지고기에서 추출한 성분을 실수로 사용했다가 인도네시아 언론의 집중 비판을 받았고 매출액 급감이란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이처럼 갈수록 벽이 높아지는 할랄 인증을 감안해 국내 업체도 새로운 작전을 짜고 있다. 대상그룹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수라바야 등 2곳의 공장을 직접 세웠다. 그곳에서 조미료·마요네즈·믹스커피 등 할랄 인증제품 30개를 생산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덕진 대상 수라바야 공장장은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의 내수 성과를 바탕으로 중동·아프리카 등 무슬림 국가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 롯데리아(MUI), 풀무원 라면(JAKIM), 샘표 분말간장(MUI) 등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지자체 중에서는 전북 익산시가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익산시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익산 국가 식품 클러스터’에 가칭 K-할랄 푸드파크를 만들어 할랄식품 전용 생산구역과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익산시는 할랄 푸드파크에 기업들이 입주할 경우 연구개발(R&D)·제조·유통까지 원스톱으로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할랄 푸드파크를 만들어 현재 연간 7500억원 수준인 할랄식품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박경철 익산시장은 “한국의 정갈한 음식문화와 청결한 식품의 대명사인 할랄이 만나 익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도 K-할랄은 갈 길이 멀다. 당장 한식의 기본인 된장·고추장에 메이저 무슬림 국가의 할랄 인증이 없다.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 성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뜨고 있는 ‘할랄 화장품’(돼지 콜라겐 등 금지 성분이 없는 화장품)에 대해서도 관심이 적다. 아모레퍼시픽이 시장 조사 중이며, LG생활건강·미샤 등은 당분간 계획이 없는 상태다.

쿠알라룸푸르·자카르타=이현택 기자,
익산=이소아 기자 mdfh@joongang.co.kr


사진 설명

할랄은 식품에서 의약품과 화장품, 물류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의약품에도 돼지고기 성분이 없어야 하고, 화장품 또한 알코올이 함유돼서는 안 된다. 사진은 지난 1~4일 열린 ‘말레이시아 국제 할랄 박람회(MIHAS)’ 모습. 할랄 화장품업체 사진 1 ‘마자야’(인도네시아), 사진 2 ‘아마란틴’(인도네시아), 사진 3 한국 식품업체 오투바이오, 사진 4 풍기인삼농협의 부스. [쿠알라룸푸르=이현택 기자]


[S BOX] 소는 30초, 가금류는 10초 내에 도살해야

도축은 할랄의 시작이자 전부다. 할랄 방식으로 도축되지 않은 고기는 쓸 수도 먹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콜라겐 성분이 들어 있는 화장품에 대해 무슬림 여성들이 “돼지 껍데기 추출물이냐”고 물어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인도네시아 등 주요 무슬림 국가들의 할랄 인증기관은 도축 과정을 전염병 관리에 준할 정도로 엄격히 통제한다. 기자가 지난 4일 방문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CJ그룹의 도계(屠鷄)장 역시 비할랄 요소로부터의 ‘오염’을 철저히 막고 있었다.

 우선 도축장 반경 5㎞ 이내에는 돼지 농장이나 돼지 도축장이 없어야 한다. 돼지는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동물이다. 돼지 외에 개·당나귀 등이 역시 ‘하람(금지된 것)’의 범위에 속한다. ‘교차 오염’에 대한 규제도 엄격하다. 인도네시아 울라마협회의 식품의약품화장품연구소(LPPOM MUI)는 “할랄 고기를 생산하는 도축장은 반드시 할랄 고기 생산 전용으로 운영돼야 하며 비할랄 동물의 도축과 혼용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그 외에도 LPPOM MUI의 할랄 기준서 HAS(할랄보장시스템)에는 ▶도축 전 동물의 휴식을 보장할 것 ▶소는 30초, 가금류는 10초 내 도살할 것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 것 등이 상세하게 적시돼 있다. 심지어 동물 도축원의 자격증까지도 있다. 도살 기법, 기도문 암송, 이슬람 교리 지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2년짜리 자격을 준다.

 무슬림이 아닌 사람이 보면 결벽증에 가까운 상세한 규정이다.

 이에 대해 KOTRA의 소영술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건 산업이지만 동시에 무슬림에게는 신앙적 양심의 문제다. 왜 돼지·개·알코올을 담았던 그릇에 할랄 고기를 놓지 말아야 하느냐는 의문은 성립될 수 없다.”

자카르타=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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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