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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청년실업 … 가계부채 … 그 밑바닥엔 무엇이 있나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
이정전 지음, 반비
398쪽, 1만8000원


열렬하게 구애하기에 마음을 받아줬다. 그랬더니 나 몰라라다. 심지어 잠수도 탄다. 배신에 몸서리치며 마음을 접었는데 또다시 와서 사랑한다고 난리다. 연애사로 보면 어이없는 일이지만 유권자와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시장은 냉혹하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성공의 사다리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낙오자는 고통에 신음한다. 시장의 실패다. 그래서 미심쩍지만 믿어본다. 걱정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증세 없는 복지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다짐을. 정치인을 믿고 정부를 믿는다.

 결과는 익히 아는 바다. 고용 없는 경제 성장, 임금 없는 경제 성장, 분배 없는 경제 성장이 우리가 받아든 성적표다.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는 나아질 기미도 없다. 가계 부채의 무게는 무거워져만 간다. 연말 정산 폭탄에 담뱃값 인상까지 뒤통수를 치는 것도 모자라 뻔뻔한 변명까지 늘어놓는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염치없는 보수’와 ‘눈치없는 진보’가 만들어 낸 정부의 실패이자 정치의 실패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을 지낸 원로 경제학자인 저자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고장 난 이유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한다. 감정적인 비난이나 분노에 빠지기보다는 문제의 본질과 원인을 이론적으로 살피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우선 정치의 실패를 낳는 투표 제도의 허점을 짚는다. 뒤이어 정부의 실패를 야기하는 관료의 행태와 지대(정경유착으로 만들어진 특혜) 추구행위를 살핀다. 저자는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토지세와 환경세 등의 도입을 제안한다. 시민의 적극적인 견제와 참여도 강조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배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정경유착의 특혜를 획득하기 위해 열심히 뛰는 기업이나 이익단체의 ‘보이지 않는 발’이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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