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당신은 부끄러움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김형경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누구나 읽어본 동화일 것이다. 어린 왕자가 여행하는 행성 중 한 곳에는 술주정뱅이 사내가 살고 있다. 어린 왕자는 그에게 왜 술을 마시느냐고 묻는다. “잊기 위해서란다.” 사내의 대답에 어린 왕자는 무엇을 잊으려 하느냐고 묻는다.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지.” 무엇이 부끄러운지 다시 묻는다. “술 마시는 것이 부끄럽단다.” 어린 왕자는 어른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길을 떠난다.

 정신분석학에서 부끄러움은 초자아가 울리는 경고음이라고 한다. 초자아는 부모 목소리가 내면화되어 만들어지는 자아 감독 기관인데, 우리의 충동이나 욕구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능을 한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양심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독교 문화를 배경으로 태동한 정신분석학은 죄의식과 수치심이 유아기 성 충동과 관련해 형성된다는 연구를 특히 많이 내놓고 있다. 한편 수치심이 이상화된 자기 이미지와 현실 속 자기 모습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다는 이론도 있다. 그런 이들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내가 옳고 선하고 정당하다’는 나르시시즘적 자기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리학에서는 수치심이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대물림되는 감정이라고 제안한다. 부모가 야단칠 때마다 부모의 부정적 감정이 아이에게 떠넘겨져서, 야단맞는 아이 내면에는 근거 없는 모욕감과 수치심이 성격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된다.

 경로야 어떻든 유년기에 형성된 수치심과 죄의식은 성인이 된 후의 삶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잘못된 행동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면서 온몸이 염장되는 듯한 부끄러움의 시간을 정면으로 통과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부류다. 부끄러운 행동이나 감정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그 감정으로부터 도망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어린 왕자』의 인물처럼 알코올 같은 중독 물질에 의지해 수치심을 회피한다. 그보다 나쁜 방법은 그 감정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일이다. 부끄러움과 슬픔을 느끼는 이들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면서 자기 내면의 감정들을 외부로 집어던진다. 그런 이들이야말로 인식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죄의식과 수치심에 추동당하면서 내면에서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이다.

 어떤 종류의 감정이든 회피하거나 투사한 내용물은 반드시 당사자에게 되돌아간다. 지난 며칠은 그러리라 예상했던 것보다 한결 무거웠다. 외면해온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살아나 되돌아오는 것이 느껴질 만큼.

김형경 소설가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