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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카리브해의 냉전종식'과 한반도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정치외교학
‘냉전은 끝난 것이다. 쿠바는 더 이상 미국의 위협이 아니다.’ 지난 11일 반세기 만에 실현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마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미국은 더 이상 쿠바의 ‘체제전환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반세기간 쿠바의 국제적 고립과 카스트로 정권의 붕괴를 겨냥했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미국의 외교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봉쇄와 고립화 정책보다는 ‘쿠바 정부와 시민들과의 직접 관여가 중요하다’고 자신은 믿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더 이상 적대시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1961년 국교 단절 이후 처음 실현된 양국 정상회담. 세계의 미디어가 지켜보는 가운데 오바마는 카스트로와 악수를 교환했다. 대화의 상징인 동시에 냉전 종식의 신호이기도 했다.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 온 쿠바와의 냉전 종식 작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적대관계에 있던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에 뒤이은 그의 관여(engagement)외교 행보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데 불과하다. 하지만 오바마의 이런 관여외교 행보가 우리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란 핵 문제 타결에 뒤이은 쿠바와의 화해. 이제 남은 것은 북한뿐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전 세계를 핵전쟁의 공포에 떨게 했던 62년 쿠바의 소련 핵미사일 위기를. 이런 쿠바와 미국이 지금 냉전관계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 교섭을 개시하고 있는 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소련 붕괴 후 냉전이 종언을 고한 지 사반세기, 드디어 우리는 ‘카리브해(海)의 냉전’이 종언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도 이란 핵합의와 카리브해 냉전 종식의 전개과정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오바마의 남은 임기는 1년9개월. 한반도에서도 이런 냉전의 종식과 핵 문제 해결을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지금 미국 조야의 분위기로 보면 그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북한 피로증’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대화 파트너로서의 북한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합의와 파기를 되풀이하는 북한을 한마디로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미국 조야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이미지는 일단 고정되고 나면 쉽게 변하기 어렵다. 미국이나 우리는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불량국가라는 일종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이런 고정관념은 극복되어야 한다. 하지만 관여정책의 성패는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화해정책에 기대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적지 않다. 그래서 카리브해의 냉전 종식 바람을 한반도로 끌어 오려면 북한이 지금까지의 협상패턴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

 북한은 3대 세습체제의 유지를 위해서도 인민들의 생활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농산·축산·수산을 3대 축으로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식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에 올인 하는 듯한 모습이다. 실제 지금 북한은 농민들에게 수확의 일정 부분에 대한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는 등의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제의 재건에는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핵 개발의 포기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북한은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핵-경제 병진 노선에 집착하는 김정은의 모습에서 북한의 이런 행동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자연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오바마의 임기도 걸림돌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북한 문제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을지 모른다. 이란 핵 합의,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에 대한 의회 강경파들의 반대를 극복하는 일이 우선적 과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바마는 자신의 외교정책 레거시(유산)를 이란 핵 문제의 타결과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에 한정시킬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렇게 되면 오바마의 대북 관여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오바마의 이란과 쿠바에 대한 관여정책이 몰고 온 냉전 종식의 드라마를 남의 일처럼 쳐다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광복 70년, 결코 지금처럼 방치할 수만은 없는 우리의 분단 현실 때문이다.

 이란 핵 합의가 타결되면 북한도 대화의 장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움직이기 어렵다면 우리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남북 간의 악수가 시급한 이유다. 악수 없이 대화가 있을 수 없고, 대화 없이 긴장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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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