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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문제” 한국의 3대 할랄 논점 살펴보니

4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롯데마트에서 한 고객이 한국 식품을 둘러보며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 이현택 기자]


한국 식품업계는 요즘 할랄 공부 삼매경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할랄 산업은 시장 규모만 1조800억 달러(약 1200조원)에 육박한다. 일각에서는 세계 식품 시장의 20%가 할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일본은 230개의 업체가 할랄제품 도입에 적극적이며, 3개 업체는 말레이시아에 현지공장을 세워 할랄 식재료, 식품, 어육 가공제품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스위스계 식품업체 네슬레가 가장 활발하다. 네슬레는 1980년대부터 할랄 전담 분야를 만들어 할랄 제품을 개발했다. 네슬레는 45개국에 150개 공장을 할랄 인증을 받은 공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국 할랄 산업의 3대 논점을 정리했다.

◇한국 인증(KMF)의 해외 인정=현재 한국의 할랄 인증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의 인증이 유일하다. KMF 인증은 할랄 인증이 가장 엄격한 말레이시아에서는 이슬람개발부(JAKIM)와 상호 동등성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바이어들이 인정을 안 해준다는 것이 문제다. 김상수 (사) 할랄협회 전문위원은 “말레이시아 업체들이 ‘KMF가 뭐냐. 나는 모르는 인증이다’라며 국제 인증을 받아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일부는 JAKIM 인증을 받지만, JAKIM 인증을 받기가 어려워서 미국 IFANCA 인증으로 ‘우회 인증’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아직 KMF는 인도네시아의 할랄 인증기관인 ‘인도네시아 울라마 협회 식품의약품화장품 연구소(LPPOM MUIㆍ이하 MUI)’의 상호 동등성 인정은 받지 못한 상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19년부터 비 할랄 제품에 대해서는 ‘이 제품을 비 할랄’이라는 표기를 2019년부터 부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대상은 식품, 의약품, 화장품이다. MUI차원에서는 당장 올해 10월부터 할랄 인증이 없는 제품에 대한 불이익을 주려는 움직임도 있다.
정부 기관 사이에서도 미묘한 온도차가 존재한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국 기관 중에서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활발하다. 이성복 aT 자카르타지사장은 올해 하반기 중 KMF 인증이 말레이시아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정부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aT는 더 나아가 MUI 인증을 한국에서 받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KMF에서 서면 심사를 하고, 지정된 에이전트가 서류 대행을 해 MUI 본부 직원이 한국에 와서 실사만 하고 가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에이전트 후보로는 롯데 중앙개발연구소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송유황 KOTRA 자카르타무역관장은 본지에 보내온 e메일 답변에서 “MUI의 주장대로 비 할랄 제품에 대한 판매규제는 국제 규범이나 상관행에 반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 중소기업이 할랄 인증을 부담없이 획득하도록 지원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할랄 전문가 육성=국내에 제대로 된 할랄 전문가가 몇 안 된다는 것도 문제다. 할랄 1세대 격으로 꼽히는 조영찬 펜타글로벌 대표는 “할랄만 신경써도 당장 한국 관광객 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연간 한국에 입국하는 무슬림이 지난해 73만명이었지만, 당장 현장에서는 ‘수학여행 왔다가 라면만 먹고 간다’는 무슬림 학생들의 증언이 쏟아질 정도”라며 “중동의 부호들이 말레이시아를 여행 천국으로 여기는 것은 할랄 국가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너선 윌슨 영국 그린위치대(경영학) 교수는 “한국 문화를 무슬림권에 가르치는 것도 시급하다”고 봤다. 그는 “한국이 의료관광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지만, 정작 무슬림권에서는 일본 문화는 잘 알아도 한국은 모른다”면서 “한국 문화를 잘 알려야 무슬림과의 연결고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KOTRA에서 할랄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 무슬림 국가에는 할랄 제조, 할랄 인증, 할랄 마케팅 등 연관 분야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많지만, 국내에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KOTRA의 글로벌 전문가인 소영술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장은 “MATRADE(말레이시아 투자공사)와 할랄 전문가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추장ㆍ된장 할랄 인증=국내 업체들도 할랄 시장을 새 시장으로 보고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장류 중에서는 샘표가 유일하게 분말 간장으로 MUI 인증을 받았다. 이 분말 간장은 2009년부터 필리핀ㆍ태국 등 동남아에 수출하고 있으며, 현지 1~2위 라면회사의 제품에 분말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1976년 미원 조미료로 MUI 인증을 받은 대상그룹은 30여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대상은 인도네시아의 2곳(자카르타ㆍ수라바야) 공장에서 튀김가루, 마요네즈, 조미료 등을 생산하고, 일부는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대상은 국내 공장에서 해외 무슬림 대상으로 34억원어치 제품을 수출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판매(내수+수출)는 300억원 선이다.

CJ제일제당은 햇반·조미김·김치 등 3개 품목에서 JAKIM 인증을 받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채민수 과장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식을 시식하고 있으며, 향후 인도네시아, 중동 등으로 할랄 한식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푸드 업체 중에서는 롯데리아가 활발하다. 2011년 현지 진출 이후 지금까지 3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매장이 다 MUI 인증을 받았다.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크리스피 치킨, 핫 크리스피 치킨, 핫 스윗 치킨 등 현지 메뉴도 내놔 인기다.

하지만 한 가지 아킬레스건이 있다. 한국 음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된장과 고추장에 대해 글로벌 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발효 과정에서 소량의 알코올이 나온다는 점인데, 국가에 따라 중간 단계에서는 0.5~1% 미만, 완성품 단계에서는 알코올이 아예 없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 해결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고 봤다. “꼭 고추장이나 된장을 써서 오리지널의 맛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현지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BBQ 말레이시아 황일록 회장)도 있다.

아직까지도 한국 식품 중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 인도네시아에 39개 점포가 있는 롯데마트의 권용훈 팀장은 “농심 신라면, 롯데칠성 밀키스 등 부문별 1위를 차지하는 한국식품들 중 상당수가 MUI 인증이 없다”면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쿠알라룸푸르ㆍ자카르타(글·사진)=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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