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오흥배의 집요한 그림 그리기 '보는 것, 보이는 것'





2015 Thinkartkorea 선정작가 오흥배 기획초대전 'to see, to be seen'















사진처럼 리얼하게 묘사된 오흥배(35) 작가의 작품은 이것이 사진인지 실제 그림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화사한 색감에 이끌려 사진인 줄 알고 가까이 다가갔던 관람객은 유화의 물성과 텍스처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한 마디로 집요함이 느껴지는 극사실화다. 그렇다고 집요함만이 다가 아니다. 구석에 쳐 박혀 있던 조그만 다육식물과 처연하게 말라 버린 꽃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감성은 분명 그림일 뿐인데도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오씨는 대학 때부터 하이퍼 리얼리즘의 매력에 빠져 살았다.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면 되지 왜 굳이 힘들게 그리느냐는 유아적 질문에 그는 “오랜 시간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은 내게 잘 맞는 매체다. 도리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한번에 표현하기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거의 모든 매체는 원본과 복제를 구분이 모호해졌다. 원본의 의미를 찾기 힘들어진 상황 속에서 그나마 회화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원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또 “왜 힘들게 그리느냐는 질문처럼 관람객들은 작가의 의도를 궁금해 하며 작품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같은 회화-. 하이퍼 리얼리즘의 맥을 잇는 오씨의 작업은 그의 말처럼 사진과 회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대미술에 대해 생각해보고 사진과 회화 관계를 규명해보는 계기를 만든다. 추상미술이 주를 이루었던 1960년대 말 미국과 서유럽에서 새롭게 등장한 하이퍼 리얼리즘은 1970년대에 국내에 유입되면서 대대적인 붐을 이루었다. 이는 사진으로 촬영된 이미지를 다시 캔버스에 수작업으로 옮기는 방식이었다.



이는 카메라의 힘을 빌러 포착한 이미지를 다시 회화로 번안하는 작업들이었다. 이러한 하이퍼 리얼리즘은 당시 추상회화가 주를 이루었던 화단의 주류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았다. 극명하고 확실한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새롭게 부상하던 장르였다.



이러한 작업들은 다시 2000년대 초중반을 지나면서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아갔다. 사진은 객관적인 해석으로의 1차적인 시각적 실재를 보여줄 수 있지만 형상이 가지는 본질까지는 쉽게 담기 어렵다. 똑같은 대상을 똑같이 재현하더라도 사진은 차가운 예술, 하이퍼 리얼리즘은 예술가의 정신과 인간성이 담긴 따뜻한 예술이라는 평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씨는 선대 작가들의 작업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는 오랜 시간 대상을 관찰한 후 사진을 찍고 그것을 토대로 캔버스에 형태를 옮긴 다음 채색한다. 평균 하루 6시간, 한 달 동안 그리면 대략 50호 정도 크기의 그림이 완성된다. 집요하고 지난한 과정은 계속된다. 험난한 과정 속에서 정작 그가 담아낸 것은 작고 약한 것, 외면하는 것, 보고도 잊어버리는 것 등이다. 그는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얼마든지 기존에 보았던 것과는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로서의 회화는 위대한 것, 심오한 사상, 깊은 내면 등을 말하기도 해야 하지만 사소한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것들도 하나의 예술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오씨의 작업의 맥은 넓게 보면 하이퍼 리얼리즘 회화와 맞닿아 있다. 하이퍼 리얼리즘 회화에서 대상을 모사하는 행위는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지적한 “원본도 사실성도 없는 실재, 즉 파생실재(hyperreel)를 모델들로 가지고 산출하는 작업”과 연관이 깊다. 보드리야르는 복제하는 과정을 ‘시뮬라시옹’, 모사되고 복제된 파생실재를 ‘시뮬라크르’라고 불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뮬라크르는 원본도 복사본도 아니며 양자 간의 위계관계도 거부한다는 거다. 그것은 몇 번의 복사를 거쳤는지 알 수 없는 헐거워진 유사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원본을 대체하는 더 큰 위력을 띄기도 한다. 실제에 버금가는 실재성의 환영이 있기 때문이다. 오씨의 그림은 실재에의 비실재와 그것을 단절시키는 장치가 동시에 작동됨으로써, 예술작품에서 실재와 비실재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다시 오씨의 작품 앞에 선다. 그러고 보니 그의 작품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정밀하고도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가 늘 친숙하게 보았던 일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확대돼 세밀하게 그려진 식물은 때론 에로틱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도 한다. 주관적 감성을 일부러 배제한 채 사람의 눈으로 직접 관찰하고 체험하는 것보다 더 극적이고 강렬한 회화적 비현실성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주관적 감성을 배제한 채 객관을 수용하고 다시 작가의 애정과 정신을 쏟아 새로운 실재로 발현된 그림은 더욱 넓은 의미 해석을 불러 일으킨다.



진득하게 오랜 기간 작가주의적 태도로 작품에 몰두해 온 오씨는 미술재료 전문 제조업체인 신한화구가 후원하는 ‘Thinkartkorea’에 올해 선정됐다. ‘Thinkartkorea’는 국내외의 실력있는 한국인 작가를 발굴하는 전시 후원 프로그램이다. 오씨는 3차에 이르는 엄격한 심사 끝에 전시의 주인공이 됐다. 오씨는 “지치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작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의 집요함까지 느껴지는 섬세한 표현에 새삼 ‘지치지 않겠다’는 말이 녹여 있는 듯하다.





◇2015 Thinkartkorea 선정작가 기획 초대전 오흥배 전, 4월 11일부터 5월 3일까지. 경기도 파주 포네티브 스페이스, 02-357-0744.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