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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세월호,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올 초 뉴욕의 9·11 메모리얼 뮤지엄에 들렀다. 2001년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며 지난해 문 연 곳이다. 잿더미가 된 참사의 현장에서 무엇을 남길 수 있었을까. 궁금증은 이내 해결됐다.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흔적이 기념관을 채웠다. 사고를 전해 들은 각국 사람들의 외마디,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숨진 희생자의 음성, 어느 생존자가 신고 뛰었던 피 묻은 하이힐, 소방관이 구조 당시 입었던 타 들어간 방화복까지-. 이곳의 소장 기록은 방대해서 9·11 관련 구술 기록만 2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온라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그날의 기록을 모으는 중이다. 생존자 모임이 주축으로 구조자의 이야기, 목격자와 생존자의 사연, 그리고 세계 어디서든 그날을 소환시킬 수만 있으면 된다.



 세월호 1주년을 맞아 관련 책이 나오고, 영화가 제작되고, 전시가 꾸려졌다. 무엇이든 세월호를 기록한다. 최근 나온 책 한 권도 그렇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금요일이면 수학여행에서 돌아올 줄 알았던 자식을 영영 떠나 보낸 부모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자기 아이가 어떤 아이였고, 사고가 난 날 무슨 생각을 했고, 지금 어떤 게 힘들다고 털어 놓는다. 소소하지만 분명 더 자세하고 생생한 그날의 기록이다.



 “세희가 배 타고 가기 싫다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와, 라고 했는데…. 배가 사고 나도 통제에만 잘 따르면 된다, 그런 얘길 하고 수학여행을 보냈는데 속이 뒤집어지네. 미치겠더라고.” “TV 자막에 ‘전원구조’라고 뜨니까 부모들이 박수를 치며 ‘그럼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배 만들어서 수출하는 나란데. 감사합니다’ 그랬어요.”



 한숨이 나오는 이야기도 있다. “지성이가 생존자 명단에 있었어요. 이틀이 지나 아이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어요. 실종자 명단에 올려달라고요. 그랬더니 안 된다는 거예요. 담당자가 숫자는 해경에서 결정한다고. 여보쇼. 부모가 오죽하면 제 새끼가 실종됐다는 명단에 이름을 올려달라고 하겠소.”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여전할지 몰라도 이제 그만 좀 하자며 피로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일반론은 물론이고 억대 보상액을 들먹이기도 한다. 여기에 정혜신 정신과 의사가 언급한 ‘완료의 욕구’를 이야기 하고 싶다(『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인간은 영화 하나도 결말을 못 보면 찜찜한 게 본능이라는 것. 하여 세월호 참사처럼 갑작스러운 이별을 하는 사회적 트라우마 앞에서 아무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주장이다. 툭 끊어진 관계를 충분히 마음 안에서 완료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건 그래서 우리의 몫이다. 충분히 울고, 분노하고, 절망하도록. 그들은 아직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놔야 하고, 슬퍼할 권리가 있다.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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