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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오늘은 이런 날이 아닐 수 있었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꿈을 꾼다.



 청와대 뜰 녹지원에 고교생 75명이 10여 개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뛰쳐나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3학년이 된 단원고 학생들이다. 그 사이에서 뛰노는 청와대 ‘실세’ 진돗개 새롬이·희망이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는 학생들도 있다. 카메라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언론사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과 어울려 식사를 마친 대통령은 따뜻하게 얘기한다. “살아 있는 것은 결코 미안한 일이 아니다. 친구들 몫까지 더 열심히 사는 게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진짜로 위하는 일이다.” 부모를 모두 비극적으로 잃고 힘든 나날을 보냈던 자신의 성장기도 들려준다. 그리고 이렇게 당부한다.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뭐든 하겠다. 여러분이 아픔을 딛고 올바르게 크는 것이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라는 증표가 된다.”



 다시 꿈속이다.



 국화꽃 한 송이씩 손에 든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다. 지난해 교황 방한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오늘은 임시 공휴일로 선포됐다. 추모식에서 유족 대표와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린다. 유족 대표는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인사한다.



 이것은 분명 꿈이다. 4년 전 여름 노르웨이에서 극우주의 광신자의 총기 난사로 청소년 70여 명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을 때 오슬로 시청 앞 광장의 추모식에 50만 명의 시민이 장미 한 송이씩 들고 나온, 총리가 목이 메어 추도사를 제대로 읽지 못한 바로 그 현장의 기억이 환상으로 되살아났을 뿐이다.



 오늘 서울 삼성동에서는 국민안전 다짐대회가 열린다. 국무총리의 방문이 추진됐으나 취소됐다고 한다. 안산의 합동분향소에는 세월호 유족들이 모인다.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경찰은 서울 도심에서의 집회와 시위에 대비해 여러 단계의 경비계획을 세워 놓았다. 이게 현실이다.



 지난 1년간 대통령은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민심을 잃은 집권세력은 충성스러운 친위대로 보호막을 치고 사정(司正)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지금 그 칼날은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정권을 흔들고 있다. 이 모든 일은 어쩌면 1년 전 그날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이런 날이 아닐 수 있었다.



 박정현의 노래 ‘꿈에’의 한 대목이 가슴에서 울린다. ‘이건 꿈인 걸 알지만 지금 이대로 깨지 않고서…’.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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