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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아베 총리에게 충고한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한·중·일 관계가 호전될 기회가 조금 보인다. 지난 3월 21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첫 번째 계기다. 2012년 이후 처음 만난 그들은 3년째 열리지 않고 있는 3국 정상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해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장례식에서 만났다. 아베는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재개한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정상회담까지 밀고 가자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성사는 아베 입에 달렸다. 지난 3년간 한·중·일 관계가 큰 폭으로 뒷걸음질 친 것은 아베가 과거 일본의 침략 행위를 부정하려고 하는 데서 비롯됐다. 1년 전 아베는 1995년 발표된 역사적인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할 뜻이 없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그는 침략이라는 용어는 합의된 정의가 없고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역사문맹이나 할 법한 발언으로 일본 침략 피해국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올해는 종전 70주년. 아베는 세 번의 중요한 연설로 종전 70주년을 맞는다. 그 첫 번째가 4월 21일 반둥회의 연설이다. 55년에 출범한 반둥회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옛 식민지 국가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한목소리를 낸 의미 있는 회의다. 두 번째는 4월 29일의 미국 의회 연설이다. 일본 총리로는 처음 누리는 영예다. 그러나 이 두 번의 연설은 8월 15일 연설의 예행연습에 불과하다.



 그의 역사적인 8·15 연설을 앞두고 많은 조언이 쏟아진다. 내용은 한결같다.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베에게 독일을 본받아 과거를 직시하라고 직설적으로 충고했다. 메르켈은 말했다. “독일은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사실대로 인정했다. 독일이 진정으로 참회하자 이웃 나라들, 특히 프랑스가 독일을 관대하게 대했다.”



 메르켈은 구체적으로 종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여 한국과 화해하라고 아베에게 촉구했다. “일본과 한국은 가치를 공유한다. 위안부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는 것이 좋다.”



 외국인의 충고가 귀에 거슬리는가. 그렇다면 아베는 국내의 메시지를 잘 들으라. 지난 2월 나루히토 황태자가 생일 담화에서 일본은 “과거를 겸허하게 돌아보고 비극적인 경험을 정확히 받아들이자”고 촉구했다. 아베의 측근으로 8·15 연설 준비위원회 부위원장 기타오카 신이치도 지난 3월 거두절미하고 아베에게 건의했다.



 “일본은 침략전쟁을 했다. 일본은 정말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그건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아베 총리가 일본이 침략 행위를 했다고 말하기를 바란다.”



 아베는 그런 충고를 따를까. 그의 말에 많은 것이 좌우한다. 미국이 아베에게 분명하게 참회하라고 압력을 넣어야 한다. 종전 후 미국은 아시아에서 공산주의 위협에 직면하여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일왕에게 전쟁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를 퇴위시키지도 않았다. 미국의 그런 실책 덕에 일본은 독일의 뼈를 깎는 비나치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었다. 동북아는 지금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위해서도 동아시아의 두 동맹국 한국과 일본의 화해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메르켈처럼 아베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압박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아베가 워싱턴에서 융숭한 환영만 받는다면 미국을 기다리는 것은 아시아의 거센 역풍이다.



 아베의 세 번의 연설은 내부 지향이 아니라 외부 지향적, 과거 지향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특히 8·15 연설은 신이 내린 기회다. 입에 발린 수사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한·중·일 관계 개선의 기회는 멀리 달아날 것이다. 아베는 보수층 지지자들의 반발이 걱정되는가. 그렇다면 두 가지 역사적인 사례에서 용기를 얻으라.



 드골은 프랑스의 위대한 애국자였다. 그가 58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프랑스의 우파들은 열광했다. 그러다 드골이 알제리의 독립을 승인하자 우파 지지층은 드골을 격렬하게 공격했다. 그러나 알제리와의 전쟁이 프랑스를 거덜 내고 있다고 인식한 드골은 결연히 알제리에서 손을 떼고 새로운 프랑스 건설에 착수했다. 아베도 침략 행위와 위안부 문제를 악의적으로 부인하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의 요구를 물리쳐야 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교훈을 남겼다. 그는 10년 전 야스쿠니 참배로 한국과 중국과 갈등을 빚을 때 반둥회의에 갔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그를 냉담하게 대했다. 고이즈미는 과거에 대한 진정한 참회가 담긴 연설로 후진타오의 마음을 돌려 회담까지 했다. 그런 게 진정한 정치력이다. 부인할 수 없는 것을 부인하려고 발버둥치지 말고 세 번의 연설에서 과거를 극복하고 한·중·일 관계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결단을 아베에게 충고한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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